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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35)]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저자
스테판 에셀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04-2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진보와 희망에 대한 양심을 뒤흔드는 잠언들!《분노하라》의 스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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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235)]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스테판 에셀 저 | 목수정 역 | 문학동네 | 300쪽 | 14,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지난 2월27일, 향년 95세로 타계한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이자 사회운동가 스테판 에셀이 2012년에 발표한 자서전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가 출간됐다. 마치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 듯, 진보와 더 나은 삶에 대한 불꽃같은 신념으로 자신의 지난 삶을 낱낱이 회고한 그의 마지막 자서전은 우리의 잠자고 있던 양심을 뒤흔드는 잠언들로 가득하다. 여전히 자본주의의 폭력과 난맥상을 지켜보면서도, 세상은 진보해왔으며 여전히 더 큰 진보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은 그의 신념과 기차관을 살펴볼 수 있다.

 

스테판 에셀의 사후 그를 프랑스 국립묘지인 팡테옹에 안장하자는 청원서를 올린 정치가들에는 좌파와 우파가 따로 없었다. 에셀이 지지해온 사회당과 녹색당은 물론 우파인 대중민주연합의 정치가들까지그의 죽음 앞에 고개 숙였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스테판 에셀은 ‘프랑스의 사상’ 그 자체”라고 추모했다. 그가 진영을 넘어 이렇게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굳건한 믿음, 그리고 그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교조적인 관점을 벗어나 미래 세대와 소통하고 교감한 열정 때문이었다. 이 책에는 그가 이러한 사상을 구축하기까지 그의 생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만남과 모험이 펼쳐진다.

 

 

“사랑을 사랑하라, 감탄에 감탄하라!”

스테판 에셀, 콧구멍에서 흥이 넘쳐나는 한 매혹적인 투사의 일대기

 

에셀은 한 인간이 어떻게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을 막연히 기다리지 않고, 진정 100% 청년으로 살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 사람이었다. 그의 1세기에 가까운, 충만하고도 활력으로 가득하던 삶이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00살까지 산 레비스트로스나 얼마 전에 죽은 대처가 오히려 그들의 죽음이 그들이 한때 살아 있었음을 알렸다면 에셀은 94세에 발표한 이 책이 하나의 증거물이듯, 죽음을 앞둔 그 마지막 호흡까지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눈 삶이었다.

 

이 책에는 그간 그의 사상과 행보에 가려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그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어머니 헬렌 그룬트는 남편 프란츠 에셀을 여전히 사랑하면서도 훗날 영화 〈쥘 앤 짐〉의 원작자가 된 소설가 앙리피에르 로셰와 열렬한 사랑에 빠져들었다.

 

그는 세인의 시선으로는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두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어머니의 자유분방한 사랑을 지켜보며 독점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는 사랑을 배웠다. 스테판 에셀에게 ‘사랑’은 쉽사리 규정할 수 없는 다채로운 빛깔을 띠고 있었다. 그가 열일곱 살 때, 서른네 살 난 ‘여자친구의 어머니’와 연인관계로 지냈다. 그는 이 관계에서 ‘아직 성을 경험하지 않은 17세 소년이 여성의 몸에 대해 꿈꾸는 모든 비밀’을 깨우치게 된다. 또한 제2차세계대전 중 아내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모른 체해준다.

 

에셀의 기이하고도 비범한 사랑의 여정은 어쩌면 그 어머니로부터 기원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의 나이 스물두 살, 제2차세계대전 중에 프랑스에 아직 남아 있던 유대인들을 미국으로 탈출할 수 있게 도와주던 한 미국인 남성과 동성애를 경험한 것이다. 거의 한 세기를 살아낸 이 자유롭고 인간적인 혁명가는 더이상 숨길 것도, 거칠 것도 없다는 듯 자신의 인생에 깃든, 경계를 가로지르는 각양각색 사랑의 역사를 회고한다.

 

 

좋은 인생은 우리가 쌓아온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믿음을 갖는 인생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가 가슴에 새겨준 사명대로 그는 불굴의 의지로 행복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언제나 원하는 대로 행복을 쟁취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개인적으로 수많은 실패와 불운을 떠안고 산 사람이었다.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에 유대인으로 머물러 있었다. 그는 나치의 횡포에 맞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시작했지만 오래지 않아 체포 유대인 수용소에서 몇 차례나 처형될 뻔했다.

 

한때 유엔의 외교관으로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는 일들을 계획했다. 하지만 그가 촘촘히 만들어갔던 보고서와 꿈 들은 상사의 서랍 속에 들어가 빛을 보지 못했다. 또한 그가 온 힘을 기울여 전파하고자 한 세계인권선언문조차 그저 우리가 가닿아야 할 이상으로서만 존재할 뿐, 법적인 효력을 갖는 나라는 없다. 그가 말년에 전 세계인들에게 온 힘을 다해 알리고 해결점을 찾고자 했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 모든 실패와 불행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진보하고 있다고 믿으며, 더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불행에서 빠져나와 자신만큼 혹은 자신보다 더 행복해지길 바랐던 스테판 에셀. 진보와 사회참여의 꿈을 품은 이들에게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될 그의 메시지는 이제 그가 남긴 몇 권의 책들로 남았다. 그리고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는 죽음을 일 년 남짓 앞둔 스테판 에셀이 투사와 사상가의 갑옷을 벗고, 100년에 가까운 지난 삶을 나비처럼 거닐며 ‘완전히 좌절에 빠져 더이상 희망을 믿지 않으며 출구를 찾을 의욕조차 갖지 못하게 된’ 후세인들을 향해 조용히 손을 내민 마지막 자서전이다.

 

 

작가 스테판 에셀 소개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이자 사회운동가. 1917년 독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1939년 프랑스로 귀화했으며, 제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맞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가 체포되어 부헨발트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세 곳의 수용소를 전전하며 처형될 위기에 처했으나 신분증을 바꾸고 유창한 독일어 실력을 발휘해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이후 철학을 공부하고 외교관으로 일하며, 인류의 인권과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1948년 유엔 세계인권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하고, 유엔 주재 프랑스대사, 유엔 인권위원회 프랑스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10년 그의 나이 92세에 발표한 32쪽 분량의 작은 책『분노하라』는 그의 사상의 응집이자 기폭제였다. 젊은이들에게 자본의 폭력에 저항하고, 정치적 무관심과 체념을 떨쳐버리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라고 호소한 그의 외침은 전 세계적으로 분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자신보다 세계인들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거대한 힘에 항복하지 말며,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계 금융자본의 횡포에 패배하지 말라고 부르짖었다. 이 책은 세계 35개국에서 번역되어 3500만 권이 팔려나갔고,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오큐파이occupy) 시위와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로스 인디그나도스los indignados) 운동 등을 촉발시켰다.

 

이외에 지은 책으로 『세기와의 춤』『참여하라』 『분노한 사람들에게』 등이 있다. 2013년 2월 27일 95세의 나이로 작고했다. 그의 장례식에는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프랑스 시민들이 참여해 한 세기를 살아낸 투사의 죽음을 추모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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