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413)] 오늘도, 난:다른 세상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찬웅 저 | OBJ MEDIA(오비제이미디어) | 294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에게는 여러 명의 무니가 있다. 무니는 내 아파트에 들어와 자유로워지는 여자들의 통칭이다. 이름 뒤에 감추어져 있는 특별한 동기나 배경 같은 것은 없다. 담배를 피우듯 어떤 필요에 의해서 무심코 정한 이름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나’는 가벼운 인간이다. 그는 가볍게 여자를 만나고 가볍게 헤어진다. 그 무가치한 일들의 반복이 그의 삶이다. 아내에게 감당하기 힘든 모욕을 당한 그는 이혼 이후 자신의 둘레에 울타리처럼 단단한 공간을 만들어 놓고 나오려 하질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과의 갈등이 싫어서,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여러 가지 규범으로부터 구속받기 싫어서이다.
그런 그에게 위로가 돼 주는 사람들이 ‘무니’다. ‘무니’와 ‘나’는 서로를 도피처 또는 안식처로 이용한다. 그녀들은 아내와는 다르다. 결코 그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무시하지도 않는다. 그를 억압하지도 않고 다른 무니들을 질투하지도 않는다. 그에게 무엇을 해 달라고, 무엇이 되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녀들에게 있어 그는 단지 ‘그’일 뿐이고, 그에게 있어 그녀들은 단지 무니일 뿐이다. 그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다. 관계의 처음과 끝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는 그들은, 그 범위 안에서 다정한 친구 혹은 애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낸다.
그가 자신만의 공간에 애착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의 공간에서는 세상에서의 일반적인 규범, 관계 따위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니들이 바라는 것도 같다. 자유로움과 편안함, 그리고 일시적이긴 하지만 유대감과 위로다.
작가 김찬웅 소개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하고 영화 시나리오 작가와 홍보 업무 등을 거쳐 대기업 사보와 단행본 출판사 편집장을 지냈다. 제3회 인터넷문학상 장편소설 부문에 「나에게는 그녀가 있다」가 당선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무니』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 『이병철, 거대한 신화를 꿈꾸다』 『너 찬란한 나의 별』 『삼가 고합니다』(전3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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