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448)] 오염된 정의 기자:김희원, 탈진실의 시대를 말하다
김희원 저 | 사이드웨이 | 308쪽 | 18,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정의가 넘치는 나라, 한국이다. 모든 이가 저마다 자신의 정의를 내세운다. 자기만의 진실, 자기만의 도덕을 사수한다. 그래서 결과는? 심판과 비토, 비방과 린치, 끊임없는 내로남불의 악다구니가 우리 사회와 정치를 집어삼켰다.
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에 관한 고발과 특검이 난무하고, 상대를 적(敵)으로 규정하는 혐오와 냉소가 온 사회에 일렁인다. 한국의 제도권 언론인들과 저널리즘은 철저하게 불신받는 중이다. 그 틈을 비집고 탄생한 사이버 레커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사람을 물어뜯으며 돈을 번다.
4년 넘게 ‘김희원 칼럼’을 연재하며 당대 최고의 글쟁이, 우리 언론계의 독보적인 칼럼니스트라 불리고 있는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 김희원은 바로 이런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한다. 그는 32년 차 기자의 눈으로 우리 사회의 무책임과 몰염치를 낱낱이 파헤친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어느 진영에도 기대지 않는다. 당연히, 자기 자신이 속한 언론계를 비판하는 데도 여념이 없다.
김희원은 이 책에서 “당신들은 왜 그렇게들 떳떳한지”를 묻는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묻는다. 전국민적 불신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범법과 준법의 선을 줄타기하며 정당을 방탄으로 이용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성하지 않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에게, 윤석열 정권과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묻는다. 끊임없이 실패하는 기성 언론의 기자들에게 묻는다. 음모론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김어준과 가로세로연구소에 묻는다. 이준석과 홍준표에게 묻고, 유시민과 강준만에게 묻는다.
김희원의 서슬 퍼런 질문을 받는 대상은 정치인과 유명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김희원은 부동산 한탕주의에 적당히 눈을 감고, 이 사회를 지탱하는 육체노동을 은근하게 멸시하는 다수의 ‘보통 사람들’에게 질문한다. 팬덤 정치를 지탱하는 시민에게,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을 슈퍼챗으로 응원하는 시민에게, 사회의 소수자들을 향해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시민에게 물음표를 던진다. 당신들은 누군가의 과오를 자신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는 건 아니냐고. 당신들은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성찰적인 자세와 지적 성실함을 잃어버린 건 아니냐고.
김희원은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취재하며, 2013년 사측에 의해 뉴스룸이 폐쇄됐던 ‘《한국일보》 사태’를 겪으면서 벼랑 끝의 처지에 몰렸던 바 있다. 황우석이 국가 영웅으로 추앙받던 때 주위의 많은 사람이 “왜 잘 나가는 사람 곱게 봐주지 못하느냐”며 자신을 탓하거나, 사측에 선 뉴스룸 간부들이 어제까지 함께 일하던 동료와 노조를 없애야 할 적으로 취급하는 일을 직접 겪었다.
그래서 김희원은 단언한다. 비겁함은 죄라고. 반성하지 않고 자기 몫의 판단과 결정을 미루거나, 자신의 원칙을 조금씩 포기하며, 자기 진영과 지지자들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죄라고. 누구나 그런 ‘쉬운 길’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오염된 정의』는 그처럼 모두의 정의와 진실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남은 건 ‘오직 우리만이 정의이고 대의’가 된 이 불우한 사회를 샅샅이 파헤치는 책이다. 30여 년간 뉴스룸을 지켰던 김희원은 뼈아프게 고백하고, 대담하게 비판한다. 정교한 분노의 언어를 벼려낸다. 위축돼 가는 ‘상식과 원칙의 편’에게 말을 건다. 정의는 힘들게 승리하고, 진실은 가까스로 밝혀지는 것이라는 거듭 강조한다. 끝내 우린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작가 소개
1993년 한국일보사에 입사해 32년째 재직 중이다. ‘김희원 칼럼’을 연재하면서 팩트에 기반해 사회·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사회부장, 문화부장, 기획취재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현재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을 맡고 있다.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 진실 규명에 기여한 보도로 한국여성기자협회 올해의 여기자상, 한국과학기자협회 과학기자상, 사이엔지(SCIENG) 과학기자상,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언론 보도 참사를 고민하며 과학커뮤니케이션 석사 논문을 썼으며, 세계과학기자연맹(WFSJ)의 제5회 세계과학기자콘퍼런스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뉴스 보도의 원칙과 기준을 관장하는 뉴스스탠다드실장으로서 2024년 4월 국내 언론사 최초로 생성형 AI 활용 준칙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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