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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34)] 사랑의 백가지 이름

[책을 읽읍시다 (334)] 사랑의 백가지 이름

다이앤 애커먼 저 | 이명 역 | 뮤진트리 | 462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감각의 박물학』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이, ‘사랑’을 백가지나 되는 다른 단어로 표현할 정도로 평생 언어를 가지고 놀았던, 특별히 언어에 눈부시게 뛰어났던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단 몇 가지의 어휘만으로 자신과 의사소통해야 하는 상황을 바라보며 써내려간 책이다. 서로에게 친숙한 언어를 회복해가는 과정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사로잡고 마음을 열게 한다.

 

애커먼보다 열여덟 살 연상인 일흔다섯 살의 영국인 남편 폴 웨스트는 은퇴한 영문학 교수이자 50여 권의 책을 쓴 저자이다. 평소 당뇨도 있고 심장에도 문제가 있던 폴이 어느 날 뇌졸중으로 쓰러져 뇌의 주요 언어영역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문학인, 그 중에서도 탁월한 언어 감각자인 폴 웨스트가 언어를 조합해내지 못하고 그저 "멤, 멤, 멤" 소리만 되풀이한다는 것은 본인뿐만 아니라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다이앤 애커먼에게도 충격이었다.

 

이후 병원과 집에서 보낸 이 끔찍한 시간에 대한 다이앤 애커먼의 회고록『사랑의 백가지 이름』은 말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에서 거둔 작은 승리와 수많은 좌절의 순간들을 기록한다. 그녀는 우스우면서도 쉽지만은 않은 연습들을 직접 개발하여 그가 도전하게 한다. 시인이자 수필가로, 그녀의 작품 『뇌의 문화지도』 집필을 위해 집중적으로 신경과학 연구를 수행했던 애커먼은 이상적인 간병인이 되어주었다.

 

애커먼은 특유의 공감, 호기심, 예지, 쾌활함으로 언어와 기동성을 되찾기 위한 웨스트의 영웅적인 투쟁을, 그리고 남편의 찬란한 어휘력과 고유의 지성에 걸 맞는 언어 치료법을 고안하기 위한 자신의 노력을 꼼꼼히 기록한다. 어두웠던 예후에도 불구하고 웨스트는 서서히 진전을 보이며 그들의 이 여정은 엉뚱하고 즐거운 경험이 되어준다. 생생한 은유와 다면적인 서사의 대가인 애커먼은 간병인들에게 요구되는 어마어마한 책임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역경을 딛고 대화와 저술 능력을 되찾는 웨스트의 여정을 그려내고, 언어와 친밀감의 치유력에 경탄한다.

 

언어와 자아 사이의 관계, 그리고 언어가 사라졌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이 책 『사랑의 백가지 이름』의 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의학의 치유력을 넘어선, 사람을 구원하는 사랑의 힘에 대한 믿음을 새롭게 해주는 책이다. 이 보석 같은 작품은 뇌졸중에 시달린 친지나 친구를 가진 사람들을 사로잡을 것이며, 의사와 과학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이 또한 될 것이다. 『사랑의 백가지 이름』은 치유는 가능함을, 그리고 완전히 뒤집어진 상태로부터도 삶은 재건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또한 언어, 인생 그리고 사랑에서 창조성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자연주의적 감수성과 해박한 과학지식을 가진 다이앤 애커먼이 ‘뇌’와 ‘언어’와 ‘자아’에 대해 말하는 이 책 『사랑의 백가지 이름』은 오랜만에 만나는 다이앤 애커먼의 또 다른 걸작이자 빛나는 삶의 이야기이다.

 

 

 

작가 다이앤 애커먼 소개

 

다이앤 애커먼은 자연주의적 감수성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그녀의 책, [감각의 박물학]은 그런 그녀의 특징들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생명체를 다룸에 있어서 시각, 후각, 촉각, 미각, 청각, 공감각 등 과학적이지만 자연과 맞닿아있는 인간의 감성들로 세상을 인식하도록 돕고 있다. 그녀의 자연주의적 감수성은 그녀가 가진 해박한 과학 지식과 만나 더욱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자극한다.

 

또한 그녀의 문체는 시인의 감성과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한다. 다이앤 애커먼은 자신의 과학적 지식과 사례를 제시함에 있어 결코 단조롭거나 딱딱하지 않다. 그녀가 택한 언어는 시인과 같이 부드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져서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섬세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또한 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표면적이나 이론적인 접근이 아니라 깊은 철학적 사색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녀의 해박한 지식이 담긴 글을 과학적이지만 감성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녀는 국립예술기금, 록펠러재단 기금, 국립인문학기금을 받았으며 뉴욕 대학, 리치먼드 대학, 컬럼비아 대학 등을 거쳐 현재 코넬 대학에서 영문학과 인문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감각의 박물학』 『미친 별 아래의 집』 『뇌의 문화지도』 『나는 작은 우주를 가꾼다』 『내가 만난 희귀동물』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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