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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35)] 피라미드



피라미드

저자
윌리엄 골딩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3-10-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파리대왕』으로 영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윌리엄 골딩의 자전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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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335)] 피라미드

윌리엄 골딩 저 | 안지현 역 | 민음사 | 324쪽 | 11,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노벨 문학상과 부커 상 수상 작가이자 『파리대왕』으로 영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피라미드』. 1967년 발표된 『피라미드』는 20세기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성장을 통해 영국 사회의 계급 ‘피라미드’ 구조를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이다.

 

대표작 『파리대왕』에서 인간의 야만적이고 악한 본성을 집중 조명했던 골딩은 이 소설에서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비극과 희극을 동시에 표현하며 삶을 더 깊이 성찰한다.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욕망과 위선, 영국 사회의 계급 문제라는 내밀한 문제의식을 경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형상화한 『피라미드』는 골딩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작품이다.

 

옥스퍼드 대학 입학을 앞둔 18세 소년 올리버는 자신이 동경하는 상류층 여인 이모젠의 약혼 소식에 우울해한다. 어느 날 마을에서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소녀 이비가 그의 집 앞에 나타난다. 지체 높은 집안의 아들 보비와 밀회 중 자동차가 연못에 빠져 도움을 청하는 이비에게 은밀한 욕망을 품게 된 올리버는 그녀를 차지하려 한다. 촉망받는 의사 집안 아들, 초라한 퇴역 군인, 마을을 호령하는 유력가, 런던에서 온 세련된 연출가, 웨일스 출신 떠돌이 정비사, 광기에 빠진 실패한 음악가와 그의 괴팍한 딸 등 작은 마을 스틸본에 사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은 여전히 계급 질서가 지배하는 영국 사회를 풍자적으로 보여 준다.

 

『피라미드』는 골딩의 작품 중 가장 자전적인 소설로 꼽힌다. 골딩은 이 소설의 주인공 올리버처럼 부모 뜻대로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해 자연 과학을 공부하지만 나중에는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이 소설의 배경인 가상의 마을 스틸본 역시 골딩이 유년기를 보낸 말보로(Marlborough)를 모델로 구상됐다.

 

이 책은 서로 독립된 듯하면서도 곳곳에서 연결된 세 이야기로 구성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올리버, 이비 그리고 상류층 집안 아들 보비 사이 삼각관계가 다루어지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스틸본 오페라회의 오페레타 공연이 우스꽝스럽게 묘사된다. 마지막 이야기는 어린 시절 올리버의 음악 수업과 음악 선생 바운스의 비극적 삶을 그린다. 보수적인 관습, 폐쇄적인 계급 ‘피라미드’에 따른 차별과 멸시 등 현실의 어두운 단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세 이야기는 한데 모여 스틸본 전체의 그림이 된다.

 

스틸본이라는 거대한 ‘크리스털 피라미드’에 갇힌 채, 겉으로 체면을 중시하면서도 커튼 뒤에 숨어 몰래 이웃들을 관찰하고는 이러쿵저러쿵하는 마을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인간의 모습, 영국 사회의 허위에 찬 현실을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본래 거대한 무덤을 가리키는 ‘피라미드’는 생명과 사랑이 부재하고 사산된(stillborn) 스틸본(Stilbourne)의 모습을 상징한다. 골딩의 『피라미드』는 낡은 계급 질서 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부조리, 그로 인한 삶의 비극을 생생하게 그려 냄으로써 당대 영국 사회, 더 나아가 온갖 계층 구조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를 풍자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소설이다.

 

골딩은 1954년 발표한 대표작 『파리대왕』을 통해 외딴섬에 고립된 소년들이 원시적인 야만 상태로 퇴행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인간의 악한 본성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현대 문명에 경종을 울린 이 소설은 20세기 영문학의 대표작이 되었다. 『피라미드』는 한 마을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여러 비극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폭력성, 폐쇄적인 계급 구조 같은 현실의 어두운 면을 비판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는 『파리대왕』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 소설에 나타나는 경쾌하고 날카로운 풍자는 골딩 문학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 준다. 특히 『피라미드』에서는 신화나 우화를 기반으로 하는 골딩의 여타 작품들과 다르게 사실적인 이야기와 자전적인 요소가 돋보인다. 인간의 욕망과 위선, 영국 사회의 계급 구조에 대한 내밀한 문제의식을 풀어 낸 『피라미드』는 골딩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작가 윌리엄 골딩 소개

 

1911년 영국 콘월 주에서 태어났다. 1930년 옥스퍼드 대학의 브레이스노스 칼리지에 입학해 자연 과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대학 재학 중 서정시 29편을 묶은 첫 책 『시집』을 출간했다. 해군으로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해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호 격침 및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기여하기도 했으며, 전쟁이 끝난 후에는 교사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54년 발표한 첫 소설 『파리대왕』을 통해 외딴섬에 고립된 소년들이 원시적인 야만 상태로 퇴행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산호섬에 고립되어 야만적인 상태로 되돌아간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파리대왕』은 외딴 섬에 상륙한 소년들이 원시적 생활을 전개하는 우화풍의 소설이다. 인간악의 일면을 교묘하게 그려내고 인간의 상황을 우화적으로 묘사한 이 소설은 사회관습이 매우 빨리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 사회를 우화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이후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오늘날까지도 그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이 소설을 계기로 골딩은 1983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1955년 『상속자들』에서는 고대 원시인인 네안데르탈인의 생활과 최후를 그렸으며, 다음해 출간한 『핀처 마틴』은 전함이 어뢰에 맞아 고통스런 죽음을 맞게 된 해군장교가 죄책감에 싸여 옛날을 회상하는 것을 그린 소설이다. 1959년과 64년에 각각 출간된 『끝없는 추락』과 『첨탑』은 그동안 그가 소설 속에서 여러 번 다루었었던 "벌이 꿀을 만들어내듯이 인간은 악을 만들어낸다"는 골딩의 신념이 잘 반영되어 있는 소설이다.

 

이후에도 2차 세계대전중 런던 공습 때 끔찍한 화상을 입은 한 소년의 이야기인 『투명한 암흑』과 부커 매코넬상을 받은 『성인 의식』과 수필집 『움직이는 표적』 『종이 인간』 등의 작품들을 꾸준히 펴냈다.

 

1920년대 영국 가상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사회 계급의 문제와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 『피라미드』는 골딩의 가장 개인적인 소설로 꼽힌다. 골딩은 1961년 미국 버지니아 주 홀린스 칼리지에서 방문 작가를 지냈으며 1988년 영국 왕실 작위를 받았다. 1993년 여름, 심부전증으로 사망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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