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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58)] 치료받지 못한 죽음



치료받지 못한 죽음

저자
박철민 지음
출판사
이후 | 2013-11-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 1위, 자살률 1위, 산업재해 사망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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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358)] 치료받지 못한 죽음

박철민 저 | 이후 | 268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 1위, 자살률 1위,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교통사고든, 자살이든, 작업장 사고든, 모두가 ‘외상’으로 인한 신체 손상을 동반하지만 이와 관련된 사회 안전망은 전무하다. 그 결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살 수 있는 사람들이 해마다 적어도 1만 명씩 죽는다. 그간 우리 사회는 이 수만 명의 죽음에 침묵해 왔다. 위 사례의 주인공인 고故 김우수 씨도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처음 이송된 병원보다 훨씬 작은 병원에서 사망했다. 지금도 수많은 김우수 씨들이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혹은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길바닥이나 응급실 침대 위에서 죽음을 맞는다. 이 책은 이들의 죽음이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니라 중증 외상 의료 체계의 부재가 빚어 낸 비극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증 외상이란 둔상이나 관통상 등으로 내부 주요 장기가 손상되거나 신체 부위가 광범위하게 손상돼 환자가 생존할 확률이 일정 수준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중증 외상 환자를 직접 보면 다시 살아나는 게 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 기적이 얼마든지 평범한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평범한 기적을 현실로 만들려 한 노력을 담았다.

 

사고를 당한 외상 환자는 한 시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골든타임’이라고 알려진 이 한 시간은 환자를 살리려는 의사에게 허용된 시간이자 생존과 죽음의 경계에 누워 있는 환자가 마지막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한국의 병원에서 외상 환자들은 응급실에 ‘깔려’ 있다가 혹은 병원이 환자를 이곳저곳으로 ‘쏘는’ 사이, 마지막 생존 가능성을 놓쳐 버린다. 저자는 이를 특정 병원이나 의료진의 문제로 보지 않고 국내 의료 체계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로 해석한다. 그리고 이 구조적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한 국가에 부작위에 의한 정부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중증 외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상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려면 그만큼 긴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공식 진료과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병원에서조차 푸대접을 받는 현실에서 외상 의학에 투신할 사람은 많지 않다. 특진이 일반화된 현재의 병원 체계 또한 누구도 중증 외상 환자를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 냈다.

 

중증 외상은 신경외과, 흉부외과, 정형외과 등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 필수적인 분야지만 협진 자체가 환자에 대한 책임을 모호하게 한다. 게다가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여해야 하고 병상 회전율을 낮추는 중증 외상 환자는 현재의 대형화된 병원에게는 부담스러운 기피 대상일 뿐이다.

 

저자는 누구도 책임 지지 않는다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중증 외상에서 그 책임 구조는 권역외상센터 사업으로 현실화됐다. 그러나 애초 6천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던 외상센터 사업은 기획재정부가 비용 효과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어 3분의 1 규모로 축소됐다.

 

권역외상센터 사업의 법적 근거가 될 ‘응급의료에관한법률 개정안’은 핵심 내용들이 빠진 채 통과됐다. 사업에 참여할 병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정부 비판적인 시민단체는 애초에 배제됐고, 회의 안건이나 내용, 회의에 제출된 자료 역시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평가 기준도 임의적으로 조정됐다. 그 결과 2012년 11월, 1차 외상센터 사업에 참여할 병원 명단이 발표되었을 때 당연히 있어야 할 병원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치료받지 못한 죽음』은 의료 사각지대에서 허무하게 버려졌던 목숨들을 충격적으로 증언하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랫동안 땀 흘린 이들의 노력도 지나치지 않는다. 모두가 중증 외상을 외면할 때,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골든타임을 훌쩍 넘긴 환자들도 두말없이 받아들이고 매년 10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예방 가능 사망률 2퍼센트라는 기적을 달성한 곳이 있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가 그곳이다. 저자는 아주대병원이 우여곡절 끝에 2차 외상센터 사업에 선정됨으로써 권역외상센터 사업도 비로소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 내다본다. 아주대 외상센터가 외상 치료의 거점이자 교육의 허브로 기능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중증 외상의 문제는 권역외상센터 사업으로 해결된 게 아니라 이제 막 정식 의제가 되었을 뿐이다. 중증 외상은 가난한 사람들이 더 쉽게 다치고 더 빨리 죽는 건강 불평등의 현실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소이자 살릴 수 있는 생명을 살리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가장 첨예하게 다투어지는 지점이다. 저자는 의료 현장과 정책 현장을 바쁘게 오가며 공공 의료의 리트머스 시험지이자 방파제로서 제대로 된 중증 외상 의료 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생명의 가치와 공공 의료의 존재 의의를 근본적으로 되묻고 있는 책이다.

 

 

작가 박철민 소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보건 의료 전문지 『메디파나』와 『데일리팜』에서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출입 기자로 일했다. 퇴사 후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진로를 바꿨다. 2010년 민주당 주승용 의원실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임상 시험 대상자에게 약의 부작용을 의무적으로 설명하게 하는 약사법 개정안 조문을 만들었고, 소아과 항생제 과다 사용과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노인 현황을 발굴해 공개했다. 무엇보다 ‘응급의료에관한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최초의 권역외상센터 설립이 첫 발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개정안 초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이들에게 빚을 갚는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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