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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60)] 지옥에서 온 여행자



지옥에서 온 여행자

저자
귀뒬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3-11-20 출간
카테고리
청소년
책소개
지옥은 인간들 틈바구니에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지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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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360)] 지옥에서 온 여행자

귀뒬 저 | 이승재 역 | 문학동네 | 460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시리즈 17권. 도서관에서 생긴 일의 작가 귀뒬의 작품으로, 파리에 사는 열네 살 소년 발랑탱 르탕드르의 시공을 초월한 세 편의 모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랑의 대명사 ‘밸런타인’을 떠올리게 하는 소년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각 에피소드마다 소년의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가 더불어 펼쳐진다.

 

작가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지하철, 학교와 같은 일상의 공간을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상상의 세계로 탈바꿈시킨다. 또 사춘기 소년의 사랑, 우정, 질투 등의 감정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거침없는 열네 살 소년의 좌충우돌 환상모험담 속에서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상상의 세계로 연결되는 통로가 된다.

 

친구의 초강력 박치기 한 방에 이마에 비둘기 알만한 혹이 생긴 발랑탱은 신기한 능력을 덤으로 얻게 된다. 바로 죽은 자들을 보게 된 것. 등하굣길 지하철 맨 마지막 칸에서 매번 마주치는 아름다운 여인에게 반한 발랑탱은 눈앞에서 흰 섬광이 번쩍하더니 여인의 옷차림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고급스러운 드레스로 변한 것을 발견한다. 그녀의 낯익은 모습에 기억을 되살려 대백과사전을 뒤져본 발랑탱은 그녀가 16세기 ‘타고난 요부이자 희대의 살인마’였던 루크레치아 보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루크레치아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끔찍한 ‘지옥’ 안에서 영벌을 받고 있었다. 블루 할머니의 도움으로 ‘파라다이스’ 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발랑탱은 죽은 자들을 감시하는 무시무시한 ‘헬스에인절’ 때문에 지하철에서 벗어나길 주저하는 루크레치아를 데리고 천국을 향한 도주를 감행한다.

 

『지옥에서 온 여행자』는 사춘기 소년의 순진하고 솔직한 시각으로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공상과학과 판타지소설을 출간하는 악튀에스에프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판타지적 요소는 메타포이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끔찍한 ‘지옥’에서 영벌을 받으며 체념한 채 살아가는 루크레치아의 모습은 ‘지옥철’ 속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겹친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충격을 받아 발랑탱이 정신과에 끌려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레미의 모습이나 블루 할머니가 밤거리를 배회하는 도시외곽 불량청소년들을 이용하는 어른들에게 분노하는 모습에서는 우리의 또다른 현실을 들여다보게 된다.

 

다소 씁쓸한 현실의 모습이 엿보이기도 하지만, 귀뒬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하다. 발랑탱은 직간접적으로 사랑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할머니의 격려와 학교 선생님의 (오해에서 비롯된) 위로를 받으며 용기를 얻는다. 매번 다투기만 하던 앙젤이지만 아찔한 모험을 함께하며 서로 화해를 하고, 소년으로 변신한 할머니는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우리에게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는 희망을 품고 팍팍한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해서인 것이다.

 

 

저자 귀뒬 소개

 

1945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박물관과 헌책방이 가득한 동네에서 살면서 책에 대한 사랑과 상상력을 키워나갔다. 열두 살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첫 소설 『저주받은 기숙학교』를 썼다. 일찍부터 독서와 글쓰기에 흠뻑 빠져 다른 아이들이 인형을 품에 안고 잘 때 자작시를 끌어안고 잤으며, 학교에 가지 않고 침대에서 책을 읽기 위해 꾀병을 부리기도 했다. 장식미술을 공부한 후 레바논에서 무대의상을 디자인하면서 잡지사에서 일했다. 프랑스로 와서는 어린이 잡지와 만화 잡지에 연재되는 만화 시나리오를 썼으며, 만화 관련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1987년 그림책 『매력적인 왕자』를 시작으로 『엄마, 안녕』『존재하지 않는 학교』『웃는 개』『도서관에서 생긴 일』『유령이랑 싸우지 마세요』『날 좀 봐요』 등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1996년에는 『도서관에서 생긴 일』로 인생의 가치와 독서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작품에 주어지는 크로노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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