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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79)]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책을 읽읍시다 (379)]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에밀 시오랑 저 | 전성자 역 | 챕터하우스 | 296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태어남과 죽음, ‘생’에 대한 철학적 고뇌와 불교적 성찰이 담긴 책이다. ‘태어남’을 저주하면서도 뜨겁게 사랑한다는 에밀 시오랑의 이 책은 1973년 출간 당시 유럽 독서계에 큰 충격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죽음을 불행으로 여기고 태어난 것을 축복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배워온 우리에게도 강렬한 반전으로 다가온다.

 

우리 사회에서 태어남을 재앙으로 취급하는 것은 금기시돼 온 일이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이 최고로 불행한 일이고, 오히려 태어난 것은 늘 축복으로 여겨야 한다고 배워오지 않았던가? 이 책은 이러한 우리의 의식에 대해 강렬한 반전을 선사하며, ‘태어남’에 대한 작가의 ‘불편함’의 의식에 대한 철학적 고뇌와 불교적 성찰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부처는 늙음, 죽음, 태어남의 삼고(三苦) 가운데, 태어남을 모든 불행의 원천으로 꼽았다. 부처와 마찬가지로 태어남의 고통에 대해 고뇌한 이가 바로 시오랑이다. 흔히 사람들은 우리의 삶이 죽어가는 과정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시오랑은 우리의 생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났다는 재앙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삶의 과정은 태어남이란 재앙을 잊기 위해 미친 듯 날뛰며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말이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 두말할 필요 없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불행히도 그것은 어느 누구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시오랑이기에 그는 삶의 모든 명분들조차도 헛된 것으로 본다. 인간의 존재 자체가 우연적인 것, 근거가 없는 것이기에, 삶의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져 온 모든 것에 대해 그는 헛된 것이라고 내뱉어버리는 것이다. 그 고뇌를 통한 직관이 빚어내는 아포리즘의 번득임은 특유의 ‘날카로운 쾌감’을 선사하면서 우리의 삶을 새롭고 강렬하게 조명한다.

 

시오랑이 밤낮으로 고뇌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죽음’이다. 그는 늘 자살을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그는 삶을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죽음과 직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죽는다는 것은 모든 본질적인 문제가 덮여 감추어짐으로써 바로 소멸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죽음’이 없다면 ‘태어남’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시오랑은, 죽음은 ‘태어남’의 가치를 의미 있는 것으로 높이는 것이라 했다. 이방인으로 소외되고 버림받은 삶의 비참함을 견디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었을 듯하다. 불교적 사고에 스며들어 있는 시오랑의 죽음에 대한 정신세계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듯하다.

 

 

작가 에밀 시오랑 소개

 

“언어를 바꾸면서 나는 내 인생의 한 시절과 결별했다.”

 

모국어인 루마니아어를 버리고, 사유한 모든 것을 가장 아름다운 프랑스어로 옮겨놓은 허무주의 철학자·수필가. 사르트르 이후 프랑스 최고의 지성으로 불린다. 시오랑은 1911년 4월 8일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의 라시나리에서 태어났다. 당시 트란실바니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왕국에 속해 있었는데 아버지 에밀리안 시오랑은 조국이 헝가리화되는 데 대한 저항의 표시로 자식들에게 라틴어 이름을 지어주었다.

 

시오랑은 우수적 기질을 이미 드러내 보이긴 했지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다. 192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철학과에 입학한 시오랑은 불면증과 자살에 대한 충동에 시달렸는데, 그는 당시의 자신에 대해, 끝없는 불면으로 기진맥진한 반항아였다고 회고한다. 니체나 쇼펜하우어에 심취했던 시오랑은 1934년 첫 작품인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를 출간, 신예 작가들에게 주는 루마니아 왕립 아카데미상을 받으며 “장래가 촉망되는 작가”로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그의 저서로는 『패자들의 애독서』, 『독설의 팡세』, 『존재의 유혹』, 『해체의 개설』, 『고백과 저주』 등이 있다. 1987년 『고백과 저주』를 끝으로 절필했으며, 1995년 파리에서 생을 마감한다. 시오랑은 문단과의 교류도, 인터뷰도 사양한 채 철저한 고독 속에서 생활했으며 두 차례 저명한 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는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태어남을 저주하면서도 뜨겁게 사랑했던 시오랑의 대표작『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는 1973년 출판 당시 유럽 독서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르몽드>는 “생의 가장 비극적인 의미를 조명한, 주옥 같은 고뇌의 글들”이라 격찬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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