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378)] 열두 개의 의자(전 2권)



열두 개의 의자. 2

저자
일리야 일프, 예브게니 페트로프 지음
출판사
시공사 | 2013-11-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30여 년간 금서로 봉인되었던 문제작이자 지금도 수차례 영화와 ...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378)] 열두 개의 의자(전 2권)

일리야 일프·예브게니 페트로프 공저| 이승억 역 | 시공사| 343쪽 | 각권 11,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열두 개의 의자』는 1920년대 소비에트 사회를 배경으로 사회주의 내에 잔존하는 자본주의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거침없는 유머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스탈린 독재가 시작되면서 금서로 봉인돼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스탈린 사후인 1956년 비로소 복간이 가능해졌을 때 책이 나오자마자 일시에 품절이 됐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러시아 사람들이 애독하는 작품 중 하나다. 지금까지 러시아와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수차례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로 리메이크되고 있는 고전이다.

 

몰락귀족인 보로뱌니노프와 ‘위대한 사기꾼’ 벤데르가 보석이 숨겨진 열두 개의 의자를 찾아 러시아 방방곡곡을 떠돌아다닌다는 모험소설 형식의 『열두 개의 의자』.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작가들의 뛰어난 재치와 유머로 인해 시종일관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유쾌한 소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러시아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된 것은 그 유쾌한 웃음 뒤에 숨겨진 날카로운 풍자와 시대의 부조리에 대한 저항정신 때문일 것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20년대 러시아는 사회주의 혁명과 내전, 그로 인해 피폐해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신경제정책’의 도입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상황들로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정치적으로는 사회주의가,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적지 않은 일반 민중의 내면에는 제정 러시아 시대에 대한 향수가 자리 잡고 있는 기묘한 형태의 시기였던 것이다. 소설은 혼란스러웠던 이 시대를 풍자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신경제정책’이 만들어낸 물질만능주의가 자리해 있다.

 

보로뱌니노프와 벤데르가 일확천금을 노리며 보석을 찾아 떠난다는 설정 자체가 실은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부의 균등한 분배 속에서 일반 민중의 지상낙원을 건설한다는 사회주의 이념에는 정면으로 대립되는 것이다.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모습은 그 외 다양한 인물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보석에 눈이 멀어 사제직을 팽개쳤다가 결국 보석을 찾지 못하자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보스트리코프 사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물질을 축적하는 관료 알리헨과 코로베니코프 등이 그 대표적 인물이다.

 

주인공 보로뱌니노프와 벤데르가 보석을 찾기 위해 러시아 전역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온갖 유형의 인물들은 당대 소비에트 삶의 한 단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혁명 후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정 러시아의 향수에 젖어 있는 그래서 벤데르의 사기에 쉽게 넘어간 비밀결사대 ‘검과 낫’ 회원들, 벤데르에게 시 전체가 사기를 당한 바슈키 시민들, 심각한 주택난과 경제난을 보여주는 시바르츠 기숙사의 연필통 방 거주자들, 신흥 부르주아 세력을 대표하는 키슬랴르스키와 댜디예프 등 작가들은 당시 소비에트의 갖가지 모습을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신랄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한 인물 중에서도 중심은 단연 작품을 이끌어가는 기묘한 형태의 동업자인 보로뱌니노프와 벤데르다.

 

구(舊)귀족을 대표하는 보로뱌니노프는 185센티미터의 큰 키에 말쑥한 옷차림,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외국어를 하는 멋진 신사지만 내면은 무능과 허위, 탐욕으로 가득한 허랑방탕한 인물이다. 이에 반해 ‘위대한 사기꾼’이라 불리는 오스타프 벤데르는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기막힌 임기응변으로 멋지게 헤쳐 나간다. 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학에도 조예가 깊고, 더불어 삶에 대한 무한한 긍정적 에너지를 지닌 인물이다. 온갖 현란한 사기술을 선보이며 러시아 풍자 문학의 ‘악당’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만의 독특한 매력과 개성으로 이후 다른 작품들에서도 주인공으로 등장해 활약을 펼치는 하나의 고유한 캐릭터가 됐다. 지금도 러시아 곳곳에서는 벤데르를 기념하는 동상을 볼 수 있다. 그의 이름을 딴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을 정도로 러시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남아 있다.

 

 

작가 일리야 일프·예브게니 페트로프 소개

 

일리야 일프와 예브게니 페트로프는 각각 1987년과 1903년에 우크라이나의 오데사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일프는 기술학교 졸업 후 전신국 기사, 잡지사 편집자 등 여러 직업을 거치다 1923년 작가가 되기 위해 모스크바로 갔고, 페트로프 역시 고등학교 졸업 후 전신국 통신원, 잡지사 기자, 형사 등으로 일하다 1923년 모스크바로 이주했다. 1925년 모스크바의 철도 노동자 기관지 <기적>에서 유머 풍자 칼럼을 쓰면서 처음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본인들 스스로 “분리되었던 분신이 드디어 만났다”고 표현한 것처럼 이후 독특한 문학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했다.

 

문학사에서 보기 드문 ‘공동 집필’을 통해 작품 활동을 해나간 이들은 1928년 ‘일프와 페트로프’라는 필명으로 첫 장편 『열두 개의 의자』를 발표해 단숨에 ‘소비에트 최고의 풍자 작가’ 반열에 올랐다. 당시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와 해학을 담은 이 작품은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마야콥스키, 고리키 등 원로 작가들의 찬사를 얻으며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는 중에도 ‘표도르 톨스토옙스키’(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합성한 이름)라는 필명으로 여러 잡지에 풍자 단편과 칼럼들을 기고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고, 3년 뒤 두 번째 장편 『황금 송아지』를 발표해 또 한 번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스탈린 독재가 강화되면서 소비에트 체제에 풍자와 비판을 가한 작품들은 모두 금서가 되고 이들의 작품 역시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자국의 경직된 분위기를 피해 미국에 잠시 체류하던 두 사람은 이때의 경험을 담은 장편 『1층짜리 미국』을 발표했으나, 그해 4월13일 일프가 급성 결핵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의 공동 창작은 막을 내렸다. 이후 몇 편의 단편과 시나리오를 집필하던 페트로프는 2차 세계대전 중 전쟁 통신원으로 근무하다 1942년 7월2일 비행기 격추 사고로 39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