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69)] 소녀들의 수난시대



소녀들의 수난시대

저자
존 글랫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사 | 2014-04-1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글로벌시대에 세계 도처에서 성범죄의 쓰나미 현상! ≪소녀들의 ...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469)] 소녀들의 수난시대

존 글랫 저 | 임홍빈 역 | 문학사상사 | 344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91년 6월10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등굣길에 오르던 제이시 두가드는 의붓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괴한에게 납치됐다. 당시 열한 살이었던 이 소녀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것은 스물아홉 살이 되어서였다. 전 세계가 깜짝 놀란 전대미문의 사건 내막은 이로써 하나씩 세상에 드러났다. 성범죄자로 가석방 상태에 있던 범인에게 납치된 제이시는 18년간 그의 성노예로 살면서 두 아이까지 낳았던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제이시를 납치한 용의자는 필립 가리도와 낸시 가리도 부부. 이들은 집 뒤뜰에 2미터가 넘는 울타리를 쳐놓고 제이시와 두 아이를 감금해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왔다. 제이시는 항상 감금 상태도 아니었으나 탈출을 시도해본 적이 없었고 필립의 죄목이 밝혀지는 순간에조차 그를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오랜 세월 갇혀 지내며 범인과 유대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을 보인 것이다. 마침내 자신을 찾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제이시는 현재 행복한 새 삶을 살고 있다. 필립과 낸시 가리도 부부는 각 431년과 3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제이시의 비극이 더 안타까운 까닭은 애초에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이미 케이티 캘러웨이를 상대로 끔찍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50년 형을 선고받았던 필립 가리도의 실제 복역 기간은 11년에 불과하다. 시스템을 교활하게 이용해서 형량을 대폭 줄여 가석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석방되자마자 그는 케이티를 찾아가 협박했고 겁에 질린 그녀는 신고를 했다. 그러나 감찰 당국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만약 법이 케이티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다면 어린 제이시는 18년간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또한 사직 당국이 가석방 성범죄자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데 의무를 다했더라면 제이시와 두 딸은 더 일찍 구출됐을 것이다. 성실한 시민 행세를 하여 재범 가능성이 낮은 저위험군 성범죄자로 분류되는 데 성공한 필립 가리도는 더욱 과감하게 활동 영역을 넓혔다. GPS 모니터가 달린 전자발찌를 부착한 채로 자유로이 먼 곳을 드나든 것이다. 그러나 거의 매일 밤 경보가 울리는데도 감찰관이 조사하러 오지도 않았고 그 어떤 조치 역시 취해지지 않았다. 또한 필립의 집 뒤뜰에 숨겨진 장소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 보고서를 사직 당국이 여러 차례 무시해온 정황 역시 제이시가 구출된 후에야 드러났다.

 

결국 제이시의 비극은 허술한 법망과 사직 당국의 태만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제이시의 가족 측은 “사직 당국의 여러 실수가 감금 및 성폭행의 지속 등 심리적ㆍ육체적 손상을 불렀다”며 주 정부에 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주 정부는 가석방된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음을 인정하고 천문학적인 손해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범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전적으로 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전과자 관리 부실로 초래된 범죄를 얼마나 중대하게 보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존 글랫은 잘못된 법 집행이 위험한 성범죄자를 다시 사회에 풀어놓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데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밝히고자 이 책을 썼다. 특히 전대미문의 성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세계적으로 성문화의 오염도가 점점 높아가는 현상을 우려하며 사회와 가정 및 사직 당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담았다.

 

이 책을 흥미 위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녀들의 수난시대』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와 사회 전체가 성범죄자들을 철저히 감시하고 어린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어른들이 더욱 힘써야 한다는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우리나라 역시 아동에 대한 성범죄 사건이 빈발하는 부끄러운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성범죄를 방지할 것이며 어떤 대책을 확립할 것인지 고민하게 한다. 픽션을 넘어서는 팩트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작가 존 글랫 소개

 

30여 년간 미국과 영국을 무대로 큰 범죄 사건에 관한 정밀 분석과 저작에 명성을 떨쳐온 범죄 논픽션 저널리스트. 주요 신문 잡지의 기고가이며 방송 해설자로도 유명하다. 14년 전부터 『모나코 왕국의 비극』등 19권의 범죄 논픽션과 4권의 전기를 잇달아 펴낸 그는 뛰어난 범죄 논픽션 작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출신인 그는 열여섯 살에 학업을 중단하고 웨이터와 메신저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친 뒤 한 주간지에 기자로 입사,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예리한 뉴스 감각과 뛰어난 취재기법을 갈고닦아 그 후 수년간 ‘데일리 익스프레스’ ‘선데이 피플’ ‘데일리 메일’ ‘우먼 매거진’과 같은 영국의 권위 있는 신문, 잡지 등에 기고했다. 1981년 뉴욕으로 이주한 후로는 뉴스 리미티드의 스태프로 활동하며 ‘뉴스위크’ ‘뉴욕 포스트’ ‘오스트레일리언’ ‘모던 비즈니스’와 영미의 주요 일간지 및 주간지에 기고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1993년 출판계의 주목을 받으며 출간한 『Rage&Roll』을 비롯해, 비운의 할리우드 스타를 테마로 한 『Lost in Hollywood』에 이어, 그를 2000년 그래미상 비음악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게 한 『The Chieftains』 모나코 왕가의 숨겨진 비극을 심층 해부한 대작으로 평가받는 『Ruling House of Monaco』 등의 스테디셀러 논픽션물을 펴냈다.

 

한편 세인트 마틴 프레스의 범죄 논픽션 라이브러리 시리즈의 고정 작가로서 범죄 실화 분야의 대가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작으로는 미국의 한 호텔 대재벌 일가의 유산상속을 둘러싼 비극을 엮어낸 논픽션 『The Prince of Paradise』가 있다.

 

지난 몇 년간 데이트라인 NBC, 폭스뉴스, 디스커버리 ID, BBC 월드, A&E 바이오그래피 등 다양한 방송프로에도 자주 출연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