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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71)] 고종과 메이지의 시대



고종과 메이지의 시대

저자
신명호 지음
출판사
역사의아침 | 2014-04-18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쇄신과 망국의 갈림길에 선 조선과 일본, 두 나라의 명운을 가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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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471)] 고종과 메이지의 시대

신명호 저 | 역사의아침 | 543쪽 | 2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876년 강화도조약부터 1905년 을사조약까지 30년에 걸쳐 조선과 일본 사이에는 무수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 시기 두 나라를 통치한 동갑내기 고종과 메이지는 서세동점의 시대적 상황에서 각자의 개성과 함께 인적·물적 조건, 대외 조건 등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국방 등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며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맛보았다. 그렇게 고종과 메이지는 작게는 두 나라 사이의 역사를 연출했고 크게는 격동의 동북아 역사를 연출했다.

 

가마쿠라막부 이래 에도막부까지 일본의 국방은 사무라이가 주력이었다. 그런 이유로 사무라이는 권력의 중추로서 일본의 정치적, 경제적, 의례적 기득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메이지유신 이후 메이지 정부가 근대화를 추진하면 할수록 필연적으로 사무라이의 기득권을 크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득권 침해에 따른 사무라이의 동요는 1877년, 이른바 유신3걸 중 한 명인 사이고 다카모리가 주도하는 군사반란, 즉 ‘서남전쟁’으로 이어졌다. 메이지 정부는 군사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1년 예산과 맞먹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고 크나큰 인적 희생을 치렀지만, 반란 진압 후 본격적으로 근대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 이후 사무라이는 더 이상 시대의 주역도, 반항아도 될 수 없었다.

 

1874년 흥선대원군이 하야함으로써 진정한 조선의 통치자가 된 고종이었다. 하지만 1882년 임오군란이 직전에도 흥선대원군과의 권력투쟁은 진행 중이었을 정도로 그의 통치권은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다.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변화의 필요를 느낀 고종이 외국과의 통상을 준비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등 다양한 개화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의 정책은 위정척사파라 불리던 지방의 보수 유림뿐 아니라 정부 관료들에게조차 적극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임오군란이 벌어지자 고종과 세력이 약한 개화파는 주저 없이 청나라에 원병을 요청했고 조선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걸 경계하던 청나라는 신속히 군대를 증원했다. 그렇게 임오군란은 진압되었지만 조선에서 청나라의 간섭은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됐다. 고종과 개화파가 주체적인 힘으로 보수파를 극복하고 개화정책을 계속 추진할 동력은 그때 이미 힘을 잃기 시작하고 있었다.

 

일본의 강압으로 보호조약이 체결된 1905년, 이른바 을사년은 우리 민족에게는 ‘목 놓아 통곡할’ 만큼 크나큰 상처이자 아픔의 해였다. 하지만 일본인들에게 을사년은 러일전쟁의 승리와 보호조약의 체결로 ‘화의 근원이 두절되고 동양 평화가 확립’된 역사적으로 기념할 만한 해였다. 을사늑약의 직접 원인이 된 러일전쟁 때, 메이지가 “동양 평화를 유지하고 대한 독립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러시아에 선전포고했듯이 일본인들은 1905년 러일전쟁의 승리를 동양 평화의 회복이자 확립으로 인식했다. 이러한 인식은 전쟁 직후 체결된 을사늑약은 물론 5년 후의 합방조약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와 같은 한일 양국의 인식 차이를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다. 안중근에게 조국 독립을 부정하는 일본은 적이었고 동양 평화를 해치는 주범이었으며 이토 히로부미는 그러한 적의 주요 인물이었다. 그 반면 메이지나 이토 히로부미에게는 동양 평화를 위협한 주범은 일본이 아니라 오히려 대한제국이었다. 무능하고 나약한 대한제국이 서양의 침략을 초래했으며 동양 평화를 지키려면 서양의 침략을 막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약한 대한제국을 보호국화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메이지와 이토 히로부미의 주장이었다. 문제는 메이지와 이토 히로부미의 주장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일본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을사조약이 체결된 1905년을 기점으로 하여 고종과 메이지가 통치하던 무렵의 조일(한일) 관계와 동북아 역사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현존하는 사료의 분석과 인용을 통해, 조선과 일본 두 나라 앞에 산적한 수많은 문제와 그들이 직면한 다양한 사건을 살펴봄과 동시에 고종과 메이지를 포함해 두 나라의 정국을 주도한 인물들이 그러한 사건과 문제를 어떻게 인식했으며 또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경주했는지 등을 세밀히 관찰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조선과 일본의 관계사이기도 하지만 두 나라의 특정한 시대의 역사를 함께 읽는 비교사적 연구이기도 하다.

 

 

 

작가 신명호 소개

 

1965년 강원도에서 태어났다. 역사를 좋아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강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조선 초기 왕실편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편사연구사로 조선시대의 왕과 왕실 문화를 연구했다. 현재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조선공주실록』 『조선왕비실록』 『궁녀』 『한국사를 읽는 12가지 코드』 『황후 삼국지』 『왕을 위한 변』 『조선왕실의 자녀교육법』 『조선의 공신들』 『조선왕실의 의례와 생활, 궁중 문화』 『조선의 왕 『조선의 세자로 살아가기』(공저), 『조선의 왕비로 살아가기』(공저)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공저) 등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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