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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67)] 필로미나의 기적: 잃어버린 아이



필로미나의 기적

저자
마틴 식스미스 지음
출판사
미르북컴퍼니(미르북스) | 2014-04-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50년 동안 아이를 찾은 엄마 필로미나 입양된 순간부터 정체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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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467)] 필로미나의 기적: 잃어버린 아이

마틴 식스미스 저 | 원은주·이지영 공역 | 미르북컴퍼니 | 448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필로미나 리는 순진한 십 대 시절, 혼전 임신을 했다. 로마 가톨릭이 지배하고 있는 아일랜드 사회에서 혼전 임신은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였기에 그녀는 수녀원에 격리돼 예쁜 남자아이를 낳았다. 3년간 어린 앤터니를 키우며 수녀원의 세탁실에서 고되게 일하던 필로미나는 수천 명의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노예에 가까운 처지에서 해방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기를 포기해야 했다.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사생아를 낳은 수많은 어린 어머니들이 처했던 운명에 대한 이야기, 그 안에 숨겨진 가슴 아픈 진실이 수십 년간 아들을 찾기 위해 헤매는 필로미나를 통해 밝혀진다. 한편 필로미나 못지않게 오랫동안 방황하며 살아야 했던 인물이 또 한 명 있다. 그녀의 아들 마이크다. 그는 권위적인 양부모에게 입양돼 사랑받지 못하고 살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게다가 성 정체성까지 남들과 달라 고통스러워한다. 2009년에 마틴은 이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책은 영국에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아일랜드와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아일랜드의 1만여 미혼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어디로 입양됐는지도 알지 못한 채, ‘아이를 평생 찾지 않는다’는 각서에 사인을 하고 입양을 보내야 했다. 당시 미혼모들의 나이는 평균 23세였다. 14·15세의 소녀들도 수녀원, 세탁 공장 등 각종 교화 시설에 입소해 하루 12시간의 노동 후 한 시간 동안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필로미나의 기적-잃어버린 아이』의 필로미나와 마이크 모자는 이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일랜드 강제 입양 사건으로 인해 가슴 아픈 이별을 ‘당해야’ 했다.

 

마침내 지난해 2월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가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2013년 BBC에서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아직 아이를 찾지 못한 미혼모들이 용기를 얻어 아이를 찾아 나서게 됐다. 세상을 바꾼 책, 한 편의 영화가 이렇게 탄생했다.

 

아카데미 4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은 웃음과 감동뿐만 아니라 깊은 메시지를 품은 영화다. 국내에서는 최근에 소지섭이 투자하고 김영애가 홍보대사로 나섰다. 또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이 강력 추천해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 해외에서는 제작비 대비 7.4배의 흥행 수익을 거둬 전 세계인에게 공감을 얻어 낸 대중성 있는 영화라고 인정받았다.

 

지난 2월에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영화 주인공들과 만나 화제였다. 50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할머니와 특종을 쫓는 전직 BBC 기자가 펼치는 웃음과 감동이 있는 여행을 담은 실화 〈필로미나의 기적〉의 실존 인물인 필로미나와 각본과 주연을 맡은 스티브 쿠건은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하는 영광을 누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화에서 가톨릭교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는데도 진정성을 느끼고 실제 사건을 겪은 실존 인물이 함께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움직여 그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의 원작『필로미나의 기적-잃어버린 아이』는 필로미나와 마이크 외에 고고한 원장 수녀를 통해 신과 신앙에 대한 좀 더 본질적이고도 첨예한 질문을 던진다. 수녀원장은 미혼모들은 모두 죄를 지었고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아이를 가진 것이 죄일까? 강제 입양을 보낸 아들을 찾는 것이 죄일까?” 그야말로 인권 유린의 현장이었던 이곳에서는 아이가 거꾸로 나와도 진통제를 주지 않았다. 출산 시 사망하면 수도원 앞에 묻는 것이 더 큰 죄가 아닌가? 우리는 신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악행을 합리화했는가. 또한 그것을 타인에게 강요하지는 않았는가에 대해서 자문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걸작이다.

 

 

작가 마틴 식스미스 소개

 

영국 체셔 주에서 태어났으며 옥스퍼드와 하버드, 소르본에서 수학했다. 1980년부터 1997년까지 BBC에서 근무하며 모스크바와 워싱턴, 브뤼셀, 바르샤바의 통신원으로 활약했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는 영국 정부 산하의 통신국 국장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작가이자 텔레비전 및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리트비넨코 파일』 『모스크바 시위 : 소비에트 체제의 죽음』 『러시아 : 와일드 이스트의 1000년 연대기』를 포함한 서너 권의 논픽션과 『스핀』 『나는 레닌의 웃음소리를 들었다』라는 소설 두 권을 썼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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