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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488)] 밤은 고요하리라



밤은 고요하리라

저자
로맹 가리 지음
출판사
마음산책 | 2014-05-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탄생 100주년 ‘로맹 가리, 로맹 가리를 말하다’ 대담 형식의...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488)] 밤은 고요하리라

로맹 가리 저 | 백선희 역 | 마음산책 | 324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마음산책의 일곱 번째 로맹 가리 작품 『밤은 고요하리라』가 출간됐다. 로맹 가리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품으로 그가 세상을 뜨기 6년 전인 1974년 발표한 책이다.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쓴 첫 책 『그로칼랭』을 출간하며 작가적 쇄신을 노리던 그해, 로맹 가리는 자신을 따라다니던 온갖 소문과 염문을 『밤은 고요하리라』를 통해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로맹 가리의 다채로운 경험과 생각이 오롯이 정리된 이 책은 그가 오랫동안 꾹꾹 눌러왔던 진짜 속내를 있는 그대로 터놓은 진정한 자서전 격 작품이다.


『밤은 고요하리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두 명의 담화자가 이끌어가는 대담집이다. 로맹 가리 그리고 실제 기자 겸 작가로 로맹 가리의 죽마고우인 프랑수아 봉디. 이 두 사람이 격의 없이 진정성을 담아 답하고 질문하며 성(性) 문제부터 개인사, 문학, 인물, 국제 정세까지 경계 없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본문 내내 장도 절도 없이, ‘의식의 흐름’처럼 맥락도 예고도 없이 온갖 화제를 건드리는 두 남자의 수다 같은 대담을 읽다 보면 그동안 ‘로맹 가리’ 또는 ‘에밀 아자르’의 가면에 가려 보이지 않던 ‘인간’ 로맹 가리의 진짜 모습을, 그가 일궈온 지위와 문학 세계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로맹 가리는 이 책에서만큼은 ‘자아’의 검열 없이 모든 걸 털어놓으리라고 다짐한다. ‘자아’가 야기하는 모든 허위는 그가 자신의 작품들 속에서 끊임없이 경계하던 것이다. 자기애가 강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의 이유로, 허위에 대한 반발 때문에 로맹 가리는 그토록 자신을 드러내었다. 『밤은 고요하리라』는 그러한 기조의 연장선에 있는 책으로 로맹 가리 특유의 거친 독설과 재치, 냉소적인 유머가 그의 어느 소설보다 빛난다.


대담 형식으로 쓴 『밤은 고요하리라』에는 죽마고우인 프랑수아 봉디가 질문자로 나오지만 실은 이름만 빌렸을 뿐이다. 이 책에 담긴 질문과 답은 실제로 모두 로맹 가리의 것이다. 끝없이 쏟아내는 사실들에 ‘가상 대담’이라는 허구의 옷을 입힘으로써 로맹 가리는 더 자유로이 말할 수 있었고 독자에게 해석과 개입의 여지를 남겼다. 내밀하여 자칫 지루할 수 있을 대담이 로맹 가리와 프랑수아 봉디와 독자의 걸쭉한 수다로 확장되는 건 이 때문이다.


어쩌면 『밤은 고요하리라』는 로맹 가리가 ‘걸러서’ 묻고 답했을 법한 이야기라는 오해를 살 법하다. 하지만 ‘자아’의 간섭을 고까워하는 로맹 가리의 성격을 보노라면 그보단 이렇게 바꿔 읽는 편이 바람직하다. 호사가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자신이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질문도 답도 제3자의 간섭에서 자유로웠던 덕분에 로맹 가리는 자신의 온갖 경험과 지론을 이 책에 쏟아낼 수 있었다.


『밤은 고요하리라』는 로맹 가리의 이러한 경험의 총체인 책이다. 라퐁텐, 앙드레 말로, 잭 런던, 잭 케루악, 어니스트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조지프 콘래드 등의 문학작품에 대한 담론은 물론이고, 샤를 드골, 로널드 레이건, 조지프 매카시, 윈스턴 처칠 등 정치적 인물들과 얽힌 일화, 프랭크 시나트라, 콜 포터, 빌리 와일더, 존 포드, 그루초 막스 등 미국에서 예술계 인사들을 겪은 이야기까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밀한 이야기들이 로맹 가리 자신의 입으로 펼쳐진다. 로맹 가리의 걸걸하고 냉소적인 말투가 사회적 무게를 던 명사들의 노골적인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작가 로맹 가리 소개


유대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대전 참전 영웅으로, 외교관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이름을 알리다 권총 자살로 극적인 삶을 마감했던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1914년 러시아에서 유태계로 태어나, 14살 때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해 니스에 정착한 후 프랑스인으로 살았다.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그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군인, 외교관, 대변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는데, 파리 법과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장교양성과정을 마친 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유 프랑스 공군에 입대하여 종전 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참전 중에 쓴 첫 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1945년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같은 해 이등 대사 서기관으로 프랑스 외무부에서 근무하였고, 이후 프랑스 외교관으로 불가리아, 페루, 미국 등지에 체류하였다. 1956년에는 『하늘의 뿌리』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공쿠르 상 수상에 대해 프랑스 문단과 정계는 그를 혹독하게 평가했다. 이후로도 로맹 가리에 대한 평단의 평가가 박해지자, 그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대 아첨꾼』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당시 프랑스 문단은 이 새로운 작가에 열광했다.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하여 한 사람이 한번만 수상할 있다는 공쿠르상을 다시 한 번 수상하였다. 원래 공쿠르 상은 같은 작가에게 두 번 상을 주지 않는 것을 규정으로 하고 있는데, 그가 생을 마감한 후에야 그가 남긴 유서에 의해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가 동일인물이었음이 밝혀지면서 평단에 일대 파문을 일기도 했다.


당시 로맹 가리는 재능이 넘치는 신예 작가 에밀 아자르를 질투하는 한 물 간 작가로 폄하되었으며, 두 사람에 대한 평단의 평은 극과 극을 달렸다. 또한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 외에도 '포스코 시니발디'라는 필명으로도 소설 한 편을 발표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인간에 대한 사랑, 강한 윤리 의식, 풍자 정신으로 채색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새벽의 약속』 『하얀 개』 『연』 『레이디 L』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이 경계를 지나면 당신의 승차권은 유효하지 않다』 등이 있다. 그가 자신이 각색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와 직접 쓴 시나리오 「킬Kill」을 연출, 영화로 만들기도 하였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페루의 리마에서 북쪽으로 10Km쯤 떨어진 해안에 널부러져 퍼덕이다가 죽어가는 새들과 자살을 시도하는 한 여자, 그리고 그녀를 구해준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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