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499)] 나, 소시오패스
M.E.토머스 저 | 김학영 역 | 푸른숲 | 382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두려움이자 선망의 대상인 소시오패스의 과감한 자기고백을 담은 책 『나, 소시오패스』가 출간됐다.
소시오패스는 최근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 꾸준히 등장할 정도로 인기 있는 소재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또 셜록 홈즈나 닥터 하우스처럼 닮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면서 비범한 능력을 가진 괴짜로 그려지고 있다. 현실에서의 그들은 기업이나 조직의 최상층에 올라갈 확률이 높다.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 중에 소시오패스가 많다는 얘기다. 카리스마, 뛰어난 지적 능력과 집중력, 지나친 합리성 등 그들의 특성이 현대 사회가, 특히 기업과 조직이 선호하는 인간상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25명 중 1명꼴로 소시오패스가 있다고 하니(이는 우울증이나 식이 장애 환자들보다 더 많은 수치다), 우리는 좋든 싫든 이들의 영향력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해답을 준 한 사람이 있다. 전 세계 백만 명 이상이 방문한 블로그 ‘소시오패스월드 닷컴www.sociopathworld.com’의 운영자이자 현직 법학 교수인 M. E. 토머스다. 제 발로 의사를 찾아가 소시오패스 검사와 진단을 요구했던 그녀는 자신의 삶을 뼈대로 검증된 이론과 블로그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나눈 간접 경험을 더해 어렴풋한 소시오패스의 이미지를 선명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어린 시절부터 학창시절, 검사와 변호사로 활동한 때 그리고 존경받는 법학 교수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소상하게 독자들 앞에 펼쳐놓으며 소시오패스라는 다르면서도 특별한 인간형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돕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소시오패스는 정말로 위험하다. 그들은 공감을 모르며 충동에 따라 행동한다. 또 사람들을 조종하고 파멸시킬 수 있으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명확히 인식하고 보통 사람들 틈에 섞여 살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회적 규범을 학습한다. 부단한 연습을 통해 타인들의 감정에 공감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이 책은 위험한 소시오패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자신이 다른 존재임을 인정해달라는 수줍은 ‘말 걸기’다. 소시오패스들을 위한 ‘변명’이자 그들을 대표한 ‘고백’이다
내 뇌에는 ‘꺼짐 스위치’가 없다
소시오패스를 이해하는 키워드-충동과 무공감
그의 삶은 충동과 무공감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소시오패스는 ‘잠재적 위험, 정신적 충격,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 대해 자연스러운 불안감이나 공포심이 적기’ 때문에 난폭 운전, 소소한 절도, 찻길에서 자전거 타기 등 일상생활에서도 충동 욕구를 충족하는 위협적인 행동들을 벌이고 인생의 중대사인 진로를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가진 돈을 몽땅 털어 고위험 옵션 상품에 투자했다가 모조리 날리기도 한. 더욱 의아한 것은 이러한 일에 그녀는 전혀 충격을 받거나 동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끊임없이 장밋빛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만큼 낙천적이고 자부심이 극단적으로 넘치는 사람’으로 자신을 설명한다.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를 차지하는 사람들
소시오패스를 이해하는 키워드-성공
소시오패스가 성공을 추구할까? 그보다 본성에 충실하다 보니 성공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소시오패스의 특질은 그들이 기업이나 조직의 리더일 때 빛을 발한다.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에서 최상층 관리자는 ‘훌륭한 의사전달자, 뛰어난 전략적 사색가,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으로 보인다고 밝혀졌다. 동시에 이들은 소시오패스 특질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소시오패스는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다. 도덕적 판단보다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만 집중한다. 저자는 아이비리그 중 한 곳의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녀의 이력서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흠결이 없다. 그러나 올A를 받기 위해 수업을 골라 듣고 교수님에게 성적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학내 법률 리뷰에 양성평등 원칙을 들이대어 편집위원 자리를 얻어내고 그 경력을 이용해 로펌에 인턴으로 들어간다. 졸업 후에는 최고로 꼽히는 로펌에 취직하고, 이후 검사, 개업 변호사를 거쳐 매 학기마다 강의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는 법학 교수로 승승장구한다.
소시오패스들이 가진 또 다른 능력, ‘조종’을 통해 그녀는 법조인인 자신의 직업에서 뛰어난 능력을 드러낸다. 재판에서 그녀는 배심원을 선정할 때부터(미국에서는 재판에 참석하는 검사와 변호사가 인터뷰를 통해 배심원을 고른다) 그들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지는 척 기를 살려주면서 그들을 조종한다.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들을 사로잡는 것이다.
‘현실성’ 획득하기
소시오패스를 이해하는 키워드-적응
소시오패스에게는 확실한 자아감이라는 것이 없다. 자신을 스스로 인식하기보다 타인의 눈에 비친 모습의 자신을 바라보며 인식한다는 의미다. 소시오패스들은 어렸을 적부터 남다른 행동으로 주목을 받기 때문에(어른들의 눈에는 귀엽게 보일지라도) 또래 집단에서 종종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가진 것이 점점 많아지면서 한순간의 실수로 자신의 명성과 인간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소시오패스는 이러한 일들을 거치면서 경험치를 축적하며 ‘극단적 경험주의자’의 면모를 보인다. 선천적으로 공감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상황들을 접하고 나서야 사회에서 용인하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작가 M. E. 토머스 소개
변호사이자 매 학기마다 학생들의 강의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는 법학 교수다. 법률 저널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법학 관련 학술회의에도 꼬박꼬박 참석하는 학자다. 또한 교회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는 모르몬교도이자 양성애자이며 전 세계 백만 명 이상이 방문한 ‘소시오패스월드 닷컴http://www.sociopathworld.com/’ 블로그 운영자다. 변호사인 아버지와 피아노 교사였다가 배우로 데뷔한 어머니 밑에서 셋째 아이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자잘한 일탈로 점철된 일상을 보냈으나 책을 좋아하고 학교 성적이 좋았던 탓에 어른들의 눈에 문제아로 낙인찍히지는 않았다. 학창 시절 밴드부에서 활동했고, 대학에서는 충동적으로 타악기를 전공했다. 이후 음악 관련 일을 하다 아이비리그 중 한 곳의 로스쿨에 합격했고 수석으로 졸업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로펌에 들어갔으나 업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근무 태만으로 해고당했다.
2년 정도 실업 급여로 연명하며 충동에 사로잡혀 살아왔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름방학 로펌 인턴 시절에 한 동료에게서 ‘혹시 소시오패스가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은 것이 떠올라 관 련 서적들을 탐독하고 소시오패스라는 자가진단을 내렸다. ‘소시오패스월드 닷컴’이라는 블로그를 개설했고, 공식적인 진단을 받는 것이 블로그 독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 발로 의사를 찾아가 검사 및 진단을 받았다. 이후 검사로, 개업 변호사로 활동하다 법학 교수가 되었고 현재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M. E. 토머스는 웹상에서 쓰는 필명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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