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연예/북스

[책을 읽읍시다 (502)] 희망의 불꽃



희망의 불꽃

저자
조너선 코졸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4-06-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교육계의 지성 조너선 코졸 빈민가 아이들과 아픔을 함께한 25년...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502)] 희망의 불꽃

조너선 코졸 저 | 이순희 역 | 열린책들 | 392쪽 | 17,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교사로 산다는 것』,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 등의 저작을 발표하며 미국의 공교육 실패와 교육자의 자세를 논한 조너선 코졸은 미국 교육계의 양심을 대표하는 목소리 중 하나다.

 

그의 신작 『희망의 불꽃』은 주거 및 교육 환경에서 야만적인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는 브롱크스의 아이들과 맺어 온 인연 25년을 집약하고 있다. 이제 70세를 훌쩍 넘긴 코졸은 평생을 바쳐 미국 교육계에 만연한 사회, 지역, 계급에 따른 불평등에 맞서 싸워 왔다. 그런 그가 모든 불평등의 전시장인 뉴욕 브롱크스를 주요 활동 무대로 삼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브롱크스 특히 사우스브롱크스는 1970년대에 빈곤, 마약, 범죄로 악명 높았던 곳으로 방화와 폭동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이 극적으로 개선된 오늘날에도 이 지역은 ‘뉴욕 데일리 뉴스’에 따르면 38%의 빈곤률을 기록하고 있으며(2010), 51%의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2011). 빈곤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현대 사회가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교육이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하지만 교육 관련 통계를 본다면 전망은 더욱 어두워질 뿐이다. 이 지역의 많은 초등학교에서 뉴욕 시가 설정한 문자 해득 능력 최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학생 비율이 70%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영어수학 과목 합격점을 맞는 학생 비율이 10~20%대인 중학교들도 수두룩하다. 그만큼 이 지역의 기초 교육 환경은 열악하다.

 

하지만 코졸은 마약 거래와 총기 사용이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브롱크스의 거리에서 많은 아이들이 환경에 짓눌려 무너지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훌륭하게 성장하는 아이들도 있음을 지켜봤다. 코졸은 절망적인 환경을 이겨 낸 아이들의 눈부신 생명력을 예찬하는 동시에, 이런 예외적인 아이들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몇몇 유력가의 개인적인 자비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현대 미국의 빈민 지역 공교육 체제를 매섭게 비판하고 있다.

 

사우스브롱크스에 위치했던 마르티니크 호텔은 1980년대 이 지역의 현실을 가장 극적으로 재현하는 장소이면서 저자 조너선 코졸의 인생을 크게 바꾼 장소였다. 1985년 겨울에 이곳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코졸은 그때껏 본 적 없는 최악의 불결과 궁핍, 질병의 현장을 목격한다. 청결이나 난방 같은 기초적인 주거 환경부터 열악했음은 물론이고 층계참에 설치된 쓰레기장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일조차 큰 용기를 필요로 했다. 건물 안에서 그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에도 마약에 중독된 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강도나 강간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곳은 가난한 아이들의 영혼을 말살하는 뉴욕 시 도심의 죽음의 수용소였다.

 

이 안타까운 아이들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코졸은 분노한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는 누구의 책임인가. 코졸은 빈곤에 빠진 아이들에게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절제할 능력을 가지지 못했던 아이, 살아가며 반복적으로 판단 실수를 거듭한 아이, 문제 있는 가정에 얽매여 있으나 그들을 버릴 수 없던 아이, 이들 모두는 자신의 문제를 더욱 확대시켜 스스로를 더 깊은 수렁에 빠뜨렸다고 이야기한다.

 

이 절망적인 환경에서도 많은 아이들이 살아남았다. 아이들 중에서는 학업에 두각을 나타내서 대학에 진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아이도 있고 진로를 확실히 정한 후 구체적인 직업까지 그리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나 코졸은 이런 학업적인, 그리고 가시적인 성공만이 성공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코졸이 만난 아이들 중에는 약물에 빠져 스스로를 황폐화시키고 구치소와 소년원, 교도소를 수차례 드나들다가 간신히 마음을 다잡고 재기를 꾀하는 경우도 있다. 코졸은 이 모든 아이들이 승리자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성공이란 외면적인 성공과 동시에 인격과 성품 등 내면의 성장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 조너선 코졸 소개

 

미국의 차별적인 교육과 사회 불평등에 맞서 싸워온 교육자이자 작가. 노엄 촘스키, 하워드 진과 함께 미국의 3대 비판적 지식인 중 하나로 꼽힌다. 1936년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하버드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로즈 장학생으로 옥스퍼드에서 수학했다. 한때 작가가 되려고 파리에 가기도 했으나, 곧 미국으로 돌아와 공립학교 교사가 되었다.

 

1965년 보스턴의 흑인 거주 구역인 록스베리에서 처음으로 교직생활을 시작한 코졸은, 미국에서도 인종분리가 가장 심한 이 학교에서 기본 학습도구도 없이 방치된 학생들의 열악한 환경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수업시간에 인종차별에 저항한 흑인 시인 랭스턴 휴스의 시를 읽어줬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이후 그는 미국의 빈민 아이들과 함께하며 미국 교육의 인종차별과 빈곤 문제에 전념했으며, 사회정의 차원으로까지 관심을 확장하여 사회의 부조리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지난 45년간 노력해왔다. 그는 또 수많은 책을 쓴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글을 쓰는 목적은 방치되고 무시되는 미국 빈곤층의 어두운 현실을 공론의 장에 끌어옴으로써 대중의 각성과 함께 사회변혁에 필요한 운동을 촉진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현실에 밀착한 취재와 깊이 있는 분석으로 유명한 그의 책들은 여러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67년 첫 작품 『이른 나이의 죽음』은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미국과 유럽에서 2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노숙자 문제를 다룬 『레이철과 그녀의 아이들』은 로버트 F. 케네디 도서상과 미국 기자 및 저자 협회 양심적 미디어 상을 수상했다. 미국 공교육의 실패를 폭로한 『야만적 불평등』은 뉴잉글랜드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전미비평가협회상 후보에 올랐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또한 미국 빈민가의 실상을 통해 사회변혁을 촉구한 『놀라운 은총』은 랭스턴 휴스와 마틴 루터 킹이 수여한 아니스필드 울프 도서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나날이 심해지는 미국 공립학교의 차별과 가난한 유색인종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를 폭로한 『국가의 수치』, 교사의 열정과 교직의 아름다움에 관해 쓴 『젊은 교사에게 보내는 편지』 외 다수의 작품이 있다. 그는 두 차례의 구겐하임 펠로십, 역시 두 차례의 록펠러 재단 펠로십과 필드 앤 포드 재단 펠로십을 받았다.

 

최근 코졸은 미국의 학력 정책인 ‘아동 낙오 방지법NCLB’에 반대하고 공립학교에서 우수한 교사들이 빠져나가는 사태를 막기 위해 ‘공교육을 위한 캠브리지 연구소Cambridge Institute for Public Education’, ‘교육 행동Education Action!’ 등의 비영리 기관을 설립하여 활동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