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24)] 럭키 짐


럭키 짐

저자
킹슬리 에이미스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15-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킹슬리 에이미스는 풍자의 천재다. - 「텔레그래프」 『럭키 짐』...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624)] 럭키 짐

킹슬리 에이미스 저 | 김선형 역 | 열린책들 | 384쪽 |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블랙 유머의 정수라 일컬어지며 1954년 출간 후 현재까지도 ‘가장 웃긴 영미 문학’으로 끊임없이 회자되는 킹슬리 에이미스의 대표작 『럭키 짐』.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인 킹슬리 에이미스는 『런던 필즈』 『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등으로 이미 국내에 소개된 영국 작가 마틴 에이미스의 부친이다.


킹슬리 에이미스는 제2차 세계 대전 후 기성세대의 권위에 도전했던 1950년대의 젊은 작가군인 ‘앵그리 영 맨(Angry young man)’의 일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킹슬리 에이미스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럭키 짐』은 전후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는 당대의 젊은이들에게 많은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 냈다. 기존의 기성세대들의 해묵은 논리는 킹슬리 에이미스의 〈해학〉과 〈풍자〉라는 날카로운 연장으로 갈기갈기 찢기고 속속들이 파헤쳐져 『럭키 짐』 안에서 말간 속살을 드러낸다.

 

기성세대와 맞서는 짐 딕슨이라는 별 볼일 없는 인물을 통해 독자들은 깊이 공감하며 시원한 웃음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다.


『럭키 짐』의 주인공 짐 딕슨은 역사학과 계약직 강사로, 계약 기간 연장을 위해 교수에게 잘 보이려 억지웃음 짓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표상이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억세게 운 좋은 한 남자의 하루하루는 도전과 실패의 연속으로 점철되어 있다. 성공을 예감하며 뱉은 호언장담은 삼 일도 안 가 실패로 끝나고 무난하게 넘어가겠지 하면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목을 잡는다. 술과 담배와 여자에 의지해 쉬고 싶지만, 술 담배로 채우기엔 쥐꼬리만 한 월급이 문제고 여자 품에 기대기엔 그럴 만한 여자가 곁에 없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영국의 작가 킹슬리 에이미스가 그려 낸 짐 딕슨의 초상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춘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불안정한 일자리와 취업난 때문에 텅 빈 주머니를 탈탈 털어 보이며 자조의 웃음을 짓고 ‘어째서 나에게는 아들에게 런던에 자리를 잡도록 해줄 만큼 생각은 짧고 돈은 많은 부모가 없는 것일까?’ 한탄한다. 이런 세상에서 짐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싸구려 술집에 들러 상사 욕이나 실컷 하고 다음 날 숙취에 시달리며 기신기신 일어나 또다시 상사와 동료와 학생이 실컷 괴롭힐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직장에 내모는 일뿐이다.


자조와 한탄으로 얼룩진 청춘의 내면은 자기도 모르게 찾아온 ‘행운’과 맞닥뜨리게 된다. 행운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오기 마련이고, 그 어떤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그 싹을 움틔운다. 그러나 ‘행운’은 눈치챌 수 없을 만큼 조용히 찾아오기 때문에 우리 주변을 맴도는 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정녕 일생일대의 행운임을 알아차리는 이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행운으로부터 우리의 눈과 귀를 막는 탐욕스러운 주변 인물들에게 킹슬리 에이미스는 『럭키 짐』이라는 작품을 통해 시대를 뛰어넘은 통렬한 풍자를 날린다. 절망과 실패가 습관이 되어 버린 지금 이 시대에 『럭키 짐』은 청춘의 꽉 막힌 속을 뻥 뚫어 줄 외침이 되기에 충분하다.


킹슬리 에이미스를 소개하는 글에서 ‘위트wi’와 ‘블랙 유머’는 빠지지 않고 항상 따라붙는 단어다. 비슷비슷한 말 같아서 위트와 유머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머가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을 뜻한다면, 위트는 ‘말이나 글을 즐겁고 재치 있고 능란하게 구사하는 능력’을 말한다. 유머 중에서도 블랙 유머는 ‘불길하고 우울한 유머’ 즉 ‘풍자(諷刺)’와 비슷한 말이다.


킹슬리 에이미스의 해학과 풍자는 휘발성의 폭소보다는 씁쓸한 뒷맛을 길게 남기는 자조와 실소와 조소에 해당한다. 그가 『럭키 짐』에 그려 낸 세계는 고리타분한 기성세대에 지배된 현실 세계의 모순을 속 시원하게 들추어낸다.


웰치 교수의 아들인 버트런드는 런던에서 화가로 활동하며 문화계 인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인까지 이용하는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뼛속까지 속물이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전형적인 ‘엄친아’로 자란 그는 가난한 데다 외롭기까지 한 짐과 대조되어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두 인물의 갈등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어 내며 독자들에게 흥미진진한 결말을 기대하게 만든다.


항상 짐의 곁에 있으며 남들이 보기엔 짐과 ‘사귀는 사이’가 되어 버린, 같은 학교 여강사 마거릿 필은 시종일관 짐의 감정을 조종하려 든다. 그녀는 짐과 밀고 당기는 놀음을 벌이면서 그를 지치게 만들며 꼭두각시처럼 자기 손바닥 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가둬 놓고 쥐락펴락하고 싶어 한다.


짐과 갈등을 빚는 대표적인 세 인물을 통해 선보이는 킹슬리 에이미스 표 해학과 풍자는 우리 주변의 보편적인 인간 군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은 채로 꼬집고 비틀어 쥐어짠다. 권위적이고 위선적이며 이기적인 사람들과 마주한 짐은 안쓰러울 정도로 그들에게 휘둘리지만 언제나 위트를 잃지 않는다. “예, 예” 영혼 없는 대답 이면에서는 그들의 입속에 휴지를 쑤셔 넣고 발목을 잡아 변기통에 처박은 다음 물을 거듭 내리는 상상만 할 뿐이다. 겉으로는 순종적으로 보여도 톡 하고 건드리면 팍 하고 터질 것 같은 짐의 일상에 관심도 없고 관련 지식 따윈 더더욱 없는 ‘메리 잉글랜드’라는 주제로 공개 강연을 해야만 하는 엄청난 과제가 들이닥친다. 슬슬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는 이 시점에 닥쳐온 난관을 헤쳐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킹슬리 에이미스는 참을 수 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과 가슴 따뜻해지는 위안으로 풀어 나간다.



작가 킹슬리 에이미스 소개


킹슬리 에이미스는 1922년 런던 남부에서 태어나서 시티 오브 런던 스쿨을 거쳐 옥스퍼드 대학 센존스 칼리지에서 수학했다. 한때는 대학 강사로 일하기도 했으며 과학 소설의 애독자이자 재즈 음악 마니아였다.


1954년 『럭키 짐』이 출간되어 현대의 고전 반열에 오른 후로 20편 이상의 소설을 썼는데, 그중에는 존 W. 캠벨 기념상 수상작인 『변화』, 부커상 수상작 『늙은 악마들』, 그리고 마지막 소설 『전기 작가의 콧수염』등이 있다. 킹슬리 에이미스는 그 밖에도 『지옥의 새 지도l』라는 과학 소설을 비롯해 『루디야드 키플링과 그의 세계』 『과학 소설의 황금기』 『시집』 『회상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리고 단발성으로 정치, 종교, 언어, 영화, 텔레비전, 레스토랑과 술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다수의 저서가 펭귄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1995년 에릭 제이콥스가 출간한 작가의 전기 『킹슬리 에이미스』는 에이미스 본인이 공동 저술로 참여했다.


킹슬리 에이미스는 1981년 대영 제국 훈장을 수여했으며 1990년 기사 작위를 서품했다. 1995년 10월 에이미스가 세상을 떠난 뒤 키이스 워터하우스는 그를 기려 “위대한 스토리텔러였지만, 스토리텔러 그 이상”이었다고 추모했으며 존 모티머는 “P.G. 우드하우스 이래로 가히 최고라 할 만한 진정한 코믹 작가”로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족적을 남긴 아주 훌륭한 작가”라고 평했다.


킹슬리 에이미스의 대표작이자 블랙 유머의 정수라 불리는 『럭키 짐』은 계약직 대학 강사 짐 딕슨이 역사과 교수인 웰치의 가족과 얽히면서 겪게 되는 파란만장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55년 킹슬리 에이미스에게 서머싯 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겨 줬으며, 오늘날까지도 ‘최고의 영미 소설’, ‘재미있는 영미 소설’의 대표작으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