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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637)] 이블 아이


이블 아이

저자
조이스 캐럴 오츠 지음
출판사
포레 | 2015-02-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오츠의 압도적인 고딕풍 서스펜스"공허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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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637)] 이블 아이

조이스 캐럴 오츠 저 | 공경희 역 | 포레 | 312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폭력적인 세상의 압력과 폐색을 공포라는 확성장치로 이야기하는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2013년 작품 이블 아이. ‘일그러진 사랑과 관계’를 주제로 써내려간 네 편의 중편이 실린 고딕풍 서스펜스 소설집이다. 1970년대 이후 매해 평균 두 편의 신작을 발표해온 미국의 거장 오츠는 이블 아이에서 한층 더 괴이한 스토리텔링으로 현대인이 가진 불치의 강박과 불안을 그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환상적으로 비현실적이면서도 무섭게 익숙하다. 각 편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이블 아이(악마의 눈)’ 같은 존재의 남자에게 위로를 찾고 영혼을 기댄다. 그러나 강한 남자들은 약한 여자들을 지배하고 위협하고, 이내 여자들은 겁먹고 무기력해진다. 그러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예속을 원한다. 그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일까, 아니면 악의 공범자일까.

 

「이블 아이」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텔리 남자의 네번째 아내가 된 이십대 마리아나의 불투명하고 절망적인 미래를 예고하는 수작이다. 마리아나는 캘리포니아의 버클리, 고지대에 자리한 쇼케이스처럼 근사한 집에 손님처럼 얹혀산다. 부모를 잃고 상심한 마리아나를 따뜻하게 위로해준 남자는 결혼 후 그녀를 자신의 소유물 혹은 하등한 존재처럼 대한다. 그러던 중 남자의 전부인이 방문하고 한쪽 눈이 없는 광적인 전부인에게 충격적인 과거의 사건에 대해들은 마리아나는 불온한 미래를 예감한다.

 

마리아나는 유능하고 부유한 남편이 자신을 거둬준 것을 고마워한다. 그녀는 단순한 소유물로 전락한 자신을 깨닫고 억압된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남편에게 붙어 있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더없는 혐오감을 드러내”며 “살기등등한” 눈빛을 빛내는 남편이 제공하는 안락에 발목이 잡힌 마리아나의 삶은 눈 하나를 잃은 그의 전부인처럼 이미 균형을 잃고 추락중이다.

 

「아주 가까이 아무때나 언제나」는 순진한 열여섯 살 소녀 리즈베스의 위험한 첫사랑을 그린다. 또래에 비해 앳되고 예쁘지도 않은 리즈베스는 잘생기고 훤칠하고 영리한 청년이 호감을 보이며 접근하자 아찔하고 우쭐한 행복에 젖는다. 그러나 그의 정체가 드러날수록 균형을 잃고 흔들린다. 이 사랑은 떨칠 수 없는 악령처럼 리즈베스의 무의식 깊숙이 자리잡는다.

 

리즈베스는 ‘아무때나’ 나타나 ‘아주 가까이에서 언제나’ 자신을 지켜보는 남자친구에 대해 그가 “강박적으로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나를 지켜보지 않을 때도 그렇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를 만나기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모든 위험이 사라진 후에도 리즈베스는 문득문득 그의 환영을 보고, 손을 들며 다가서려 한다.

 

「처단」은 정신적인 균형감이 없는 남자 대학생 바트 핸슨의 불안한 영혼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약에 취한 바트는 부모가 클럽 회비를 대주지 않고 자신의 행동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자 새로운 게임을 ‘클리어’하듯 말끔한 방법으로 그들을 처단하려고 계획을 세운다. 늦은 밤 부모의 침실에서 도끼를 휘둘렀던 바트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어머니의 진술로 인해 존속살해죄로 법정에 선다. 하지만 이후 어머니의 증언 번복으로 두 사람의 삶은 역겨운 오이디푸스콤플렉스를 기반으로 완전히 역전된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관계를 장악하는 남자(아들)의 입장에서 쓰였지만 이제 유일한 피붙이가 된 바트에게 재판이 불리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증언을 번복한 것에서 어머니가 어떤 위기를 감지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다른 작품들이 남자의 힘 혹은 자기도 모르게 관계에 예속되는 여자들을 그렸다면 「처단」의 어머니는 안전한 삶을 위해 스스로를 왜곡된 관계 속에 예속했다고 볼 수 있다. 1996년 작 『좀비』처럼 철저한 악인의 일기와도 같은 이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한 묘사와 초조한 리듬의 전개가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압도적이다.

 

「플랫베드」는 당당하고 아름다운 스물아홉 살의 세실리아가 가진 성적 트라우마와 폭력의 순환에 관한 이야기다. 과거 성추행의 기억 때문에 성 공포증을 갖게 된 세실리아는 남자친구 N의 끈질긴 추궁에 결국 비밀을 털어놓는다. N은 과거의 죄인을 찾아가 처참하게 응징하지만 젊고 강한 N의 폭력적 복수가 세실리아의 트라우마를 해결하는 정당한 방법이었을까 하는 비릿한 의문을 남긴다. 세실리아 역시 그녀의 수치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라고 몰아세우는 N을 보며 그의 공격적인 소유욕에 안절부절못하지만 그의 악마적인 힘에 기운을 낸다.

 

네 편의 소설에서 여자 주인공들은 강한 남자들의 지배를 받는다. 자기확신이 없고 부모의 죽음 때문에 감정적으로 휘청대는 마리아나는 지배적인 남편에 대해 무기력하다. 리즈베스는 어리기 때문에 당연히 경험도 확신도 없다. 바트의 어머니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정의보다 아들을 편들고, 세실리아의 삶은 또다른 지배자의 등장에 과거를 반복하게 될 위험에 처한다.

 

폭력적이고 수직적인 관계의 양상은 이제 너무도 확연하다. 그럼에도 그녀들은 관계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설득하고 속이면서까지 그 관계에 강박적으로 매달린다. 그녀들의 이러한 수동적인 면모는 폭력적인 그들의 행위에 힘과 당위를 실어주며 현재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한다. “어디서 살고, 누구와 있고, 버려지지 않고 외롭지 않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녀들은 고독한 세상에 혼자 남겨지느니 희생자라도 되는 쪽을 스스로 선택했다.

 

『좀비』부터 『악몽』까지 신랄하게 인간을 파헤치며 능숙한 솜씨로 인간의 어두운 심연과 악마성을 포착했던 오츠는 『이블 아이』에서 인간의 악마성과 나약함을 그렸다. 내게 의지하고 매달리는 사람에게 더 악랄하게 자신의 영향력을 시험하고 조롱하고 싶은 악마성. 누구라도 그냥 믿고 따르며 그대로 끌려가고 싶은 나약함. 인간에 내재하는 두 본성은 서로 오묘하게, 그리고 위험하게 작용하며 깊은 낭떠러지로 인간을 밀어댄다.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 소개

 

1938년 뉴욕 주 록포트에서 공구 제작자 아버지와 가정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조이스 캐럴 오츠는 여덟 살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처음 문학을 접하고 열네 살 때 할머니에게서 타자기를 선물받아 작가의 첫걸음을 시작한다. 가족 중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시러큐스 대학에 장학생으로 진학해 열아홉 살에 「구세계에서」로 대학 단편소설 공모에 당선됐다. 그리고 1964년 스물여섯 살 때 『아찔한 추락과 함께l』를 발표한 이후로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편이 넘는 단편을 비롯해 시, 산문, 비평, 희곡 등 거의 모든 문학 분야에서 쉼 없이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1967년 「얼음의 나라에서」, 1973년 「사자」로 단편소설만을 위한 최고의 문학상인 ‘오 헨리 문학상’을 두 차례 받았으며 1969년 『그들』로 미국 출판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내셔널 북 어워드’를, 1996년 『좀비』로 브램 스토커 상을, 2005년 『폭포』로 페미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그녀가 발표하는 작품들은 매번 퓰리처상, 브램 스토커상, 펜/포크너 문학상, 오 헨리 문학상, 미국비평가협회상의 후보작으로 거론되곤 하며, 2004년부터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위스콘신 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고 1962년부터 디트로이트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으며 현재 프린스턴 대학 인문학부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그녀는 현대 미국 문학을 이끄는 최고의 여성 작가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춰 평단과 독자 모두의 찬사를 받는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여자라는 종족』 외에 『사토장이의 딸』 『소녀 수집하는 노인』 『멀베이니 가족』 『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블론드』『블랙워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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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