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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01)]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책을 읽읍시다 (701)]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한은형 저 | 문학동네 | 240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독특한 문체로 일상 속에 숨은 낯설고 매혹적인 삶의 이면을 이야기하는 소설가 한은형의 첫번째 소설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작가는 무미건조하고 권태로울 뿐인 정체된 세계의 문법을 거부하고 불가해한 우연의 순간과 ‘미친’ 생각들이 생생히 살아 숨쉬는 진정성의 세계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삶의 비의가 곳곳에 숨겨진 미지의 숲 속에서 어두운 발밑을 더듬으며 조심스레 걷다보면 조용히 마음속 깊은 자리를 건드리는 존재론적 질문들을 만나게 된다. 독자를 어느 사이 잘 설계된, ‘움직이는 축제’의 장으로 데리고 가는 여덟 편의 빼어난 소설을 담았다.


한은형의 인물들은 대개 고독과 권태에 싸여 있다. 그들은 지극히 속물적인 상류층이기도 하고, 부유하든 그렇지 않든 근근이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생활인이기도 하며 유명배우이거나 기자이기도 하다. 각자 다른 일을 하며 다른 생각을 하는 듯 보이지만, 모두들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어한다. 마치 우리가 그러하듯.


그들은 늘 무언가에 취해 있으려 한다. 아니 어쩌면 취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괜찮아 괜찮아 안 취했어”라거나 “걱정 마 걱정 마 나 멀쩡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다. 그들 앞에 놓인 일상은 불안정하기 일쑤고 내일은 끔찍한 모습으로 펼쳐져 있다. 삶에는 왜 대단한 무엇이 없는가? 그들은 어떤 ‘일탈’을 꿈꾼다.


시간은 분절할 수 없이 연속적이지만 우리는 늘 순간 속에서만 살아나간다. 한 시간 두 시간, 오늘 그리고 내일, 삶은 순간순간이 짜깁기된 퀼트에 가깝다는 점에서 시적이다. 그의 문장도 어느 부분은 구멍이 나기도 하고, 종종 오염되어 있기도 하며 어떤 얼룩들은 지워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예술이 예술로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오리지널리티가 아니던가. 이 소설가의 독창성은 근래 보기 드문 것임에 틀림없다.



작가 한은형 소개


1979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12년 제19회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꼽추 미카엘의 일광욕』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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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