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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28)] 세 발 까마귀

 
[책을 읽읍시다 (728)] 세 발 까마귀
 
유익서 저 | 나무옆의자 | 288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현대사회 속에서 파멸되는 인간현실을 원초적 의식으로 파헤치면서 인간성의 회복을 추구해온 작가 유익서의 신장 장편 소설이다. 저자가 1980년대 김원우, 김상렬, 김채원, 서동훈, 손영목, 이문열, 이외수, 정종명 등과 함께 소설 동인 ‘작가’를 결성해 활동했다. 치열한 의식의 소설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다 한산도에 칩거한 이래 오랜 침묵 끝에 내놓은 작품이 『세 발 까마귀』다.


이 소설을 통해 저자는 예술가로서의 신념과 회의, 그리고 ‘세 발 까마귀’로 상징되는 궁극적 회복을 형상화 한다. 생소한 돛칠회와의 세계에 투신한 한 남자가 절망을 뜨거운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작품 내에서 보이는 옻칠 그림의 이미지만큼이나 호려하고 치열한 예술혼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터무니없는 모함을 당해 파렴치한으로 전락한 남자 강희. 그는 망연자실 세상에 대한 믿음을 깡그리 잃고 ‘자신을 버리기 위해’ 로프가 든 배낭을 달랑 등에 멘 채 집을 나선다. 휴대폰을 발로 으깨어 쓰레기통에 버리고 고속버스 터미널로 간 그는 무작정 남쪽의 작은 항구도시로 내려간다.


그러나 정작 죽음을 앞둔 강희는 망설이게 되고 그러던 중 한 카페에 들러 벽에 걸린 그림을 향해 험담을 퍼붓는다. 그가 선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화가 자신의 것은 어느 한구석도 찾아볼 수 없는 모방작에 불과하다고 참혹하게 폄훼하자, 공교롭게도 마침 옆에 있던 그림의 화가이자 미술관 학예사인 손수나는 분개해 속으로 복수를 굳게 다짐한다.


손수나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고 자살의 결행을 미루어오던 강희는 우연히 옻칠미술관에 전시돼 있는 옻칠회화를 보고는 큰 감명을 받는다. 평생 그림에 종사해온 그는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그림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심 충격에 사로잡힌다. 강희는 옻칠회화를 창안, 그것을 세상에 널리 퍼트리기 위해 헌신하고 있던 옻칠미술관 관장과 조우하게 되고 영혼을 휘어잡는 옻칠회화의 마력에 사로잡혀 로프를 손수나에게 맡기고 자살 결행을 유보한다.


강희는 옻칠회화라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옻칠회화만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구현해내기 위한 시행착오와 암중모색의 고통스러운 시간이 시작된다.


『세 발 까마귀』는 주인공 강희를 통해 아직은 생소한 옻칠회화의 눈이 멀 정도로 화려한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몇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옻칠공예에서 독립한 옻칠회화는 비록 세상에 나온 지 20여년밖에 되지 않은 분야지만, 용(用)과 미(美)를 갖춘 생활 공예품으로 쓰여온 이른바 나전칠기와는 다른 순수한 회화의 장르이다.


작가는 『세 발 까마귀』에서 옻칠회화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순수 예술을 상징하는 그것을 통하여 예술의 참의미를 물음으로서 오늘날 기괴한 기호로 전락한 미술, 더 나아가 현대예술에 대해 다시 인간의 아름다운 정서와 취향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원래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이는 예술가 자신의 자의적 해석과 난해함으로 스스로를 유폐하고 대중적 인기 영합으로 인한 우상화로 말미암은 표절시비 등 각종 우환에 시달리는 현재의 한국 문단을 향한, 노작가의 신랄하며 애정 어린 비판으로 읽히기도 한다.



작가 유익서 소개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부곡(部曲)」으로, 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우리들의 축제」로 문단에 나온 후, 고도의 상징과 알레고리로 시대 상황을 적실히 비춰낸 『비철 이야기』 『표류하는 소금』 『바위 물고기』 『한산수첩』 등의 소설집과 우리 전통음악의 우수성과 고유한 아름다움의 근본을 밝혀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새남소리』 『민꽃소리』 『소리꽃』 3부작을 비롯하여 『아벨의 시간』 『예성강』 등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은 바 있다. 한동안 동아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단국대학교 대학원과 동의대학교 등에서 소설을 강의했고,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이주홍문학상, PEN문학상, 성균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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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