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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30)] 인도 야상곡

[책을 읽읍시다 (730)] 인도 야상곡
 
안토니오 타부키 저 | 박상진 역 | 문학동네 | 136쪽 | 10,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인도 야상곡』은 이탈리아 현대문학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안토니오 타부키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준 대표작이자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첫번째 성공작이다. 1984년 발표된 『인도 야상곡』은 작가의 초기 소설로 1987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2년 후 알랭 코르노 감독이 이 작품을 영화화하여 더욱 유명해졌다.


이 소설은 일 년 전 인도에서 사라진 포르투갈 친구를 찾아 봄베이에서 마드라스를 거쳐 고아에 이르는 ‘나’의 여행기다. 이 여정에서 ‘나’는 숱한 주변인들을 만난다. 사라진 친구의 뒤를 캐나가는 이 추리극 서사구조는 이 책의 수수께끼 같은 묘미를 극대화한다. 타부키는 이 간결한 이야기 하나로 하나의 여행(탐색)길이 한 편의 글쓰기(구도)의 길임을 명징하게 보여줌으로써 단번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현대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은 책 속의 책이자, 책 바깥의 책이다. 이 책을 쓰는 작가의 결말과 이 소설 속에서 소설 쓰는 ‘나’의 결말이 겹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저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타부키의 분신들이자 페소아의 분신들이기도 하다. 일례로 수도원 도서관에 들어가기 전 만난 실성한 노인에 관한 묘사는 평생 페르난두 페소아를 연구한 타부키식 오마주로서 페소아의 또다른 이름인 ‘안토니우 모라’를 겨냥한 인물이다. 또한 소설 막바지에서 ‘나’라는 주체와 ‘실종된 친구’라는 탐색대상이, 작가와 ‘나’의 세계가 하나로 겹친다. 타부키가 ‘그림자’를 찾아나선 이 ‘야상곡’에 현실성을 부여해줄 수도 있다는 믿음에서 지형 일람표를 붙인 것도 이 소설의 열린 결말을 바랐던 것과 관련된다.


소설 마지막에서 ‘나’는 크리스틴이라는 여자로부터 “당신은 여기 왜 왔는가? 뭐 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크리스틴은 집요하게 이 소설의 마지막을 열어젖히는 질문의 산파다. 소설 같은 걸 쓰고 있다고 말하는 ‘나’는 그 소설의 마지막을 묻는 질문에 “나를 찾아다니는 어떤 사람이 있는데 나는 절대로 그 사람한테 발견되고 싶지 않아요”라고 답한다. 이 대답은 또하나의 기막힌 질문이 된다. 그렇다면 여태껏 숨바꼭질했던 대상은 누구이며 주체는 누구란 말인가. ‘나’의 자리가 곧 실종된 친구의 자리로 탈바꿈하게 되는 이 질문은 그간 여행하면서 주체와 탐색대상이 한몸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블랑쇼는 “문학이 하나의 질문이 되는 순간, 문학은 시작된다”라고 했다. 이 말의 문학적 현현이 바로 『인도 야상곡』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타부키는 “이 책은 논북이다. 결말을 회피하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향해 나아가가는 책이다”라고 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소설 안에서 동시에 소설을 쓰는 끊임없이 책 바깥으로 그 프레임을 확장시키고 있는 열린 픽션의 세계를 보여준다. 즉 대답하는 순간 다시 질문이 태어나는 이야기, 뫼비우스의 띠처럼 책의 시작과 끝, 책의 안팎이 서로 꼬리를 물고 있다. 밤은, 그리하여 질문하는 자의 밤은, 그 밤을 밝히는 하나의 야상곡이다. 책장을 빠져나와 독자의 머릿속에 울려퍼질, 타부키가 구현해낸 인도식 야상곡인 셈이다.



작가 안토니오 타부키 소개


안토니오 타부키는 1943년 9월24일 이탈리아 피사에서 태어났다.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번역자이자 명망 있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인도 야상곡』 『레퀴엠』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는 각각 알랭 코르노, 알랭 타네, 로베르토 파엔차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그의 작품들은 메디치 외국문학상, 장 모네 상, 아리스테이온 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이탈리아 광장』으로 문단에 데뷔해 『수평선 자락』 『사람들로 가득 찬 트렁크―페소아가 남긴 수고手稿』『꿈의 꿈』 『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 『몬테이루 다마세누의 잃어버린 머리』 『플라톤의 위염』(1998) 등 20여 작품들이 4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사랑받고 있다. 2012년 3월25일 예순여덟의 나이로 또다른 고향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암 투병중 눈을 감아, 고국 이탈리아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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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