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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789)] HUG 허그

 
 
 
[책을 읽읍시다 (789)] HUG 허그

지미 리아오 저 | 김진아 역 | 리틀빅 | 128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Hug(허그)』는 세계적인 삽화가 지미 리아오의 작품으로 자자신만 알며 홀로 지내던 빨간 사자가 포옹의 의미와 그 기적 같은 힘을 알아 가는 과정을, 동물들과 어린 아이들이 나누는 따뜻한 포옹을 주제로 한 그림 에세이들을 통해 포옹이 가지는 아름다운 가치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풀어 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빨간 사자가 초원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때 하늘에서 상자 하나가 사자 머리 위로 떨어졌다. 빨간 사자는 화가 나서 상자를 물어 뜯었다. 그러자 상자에서 책 한 권이 떨어졌다. 『HUG허그』라는 그림책이었다.


빨간 사자는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속에는 수 많은 동물들이 어린 아이와 따뜻한 포옹을 나누고 있었다. 처음에 빨간 사자는 무척이나 거부감이 들었다. 역겹다는 생각이 들어 토할 뻔하기까지 했다. 결국 빨간 사자는 참지 못하고 책을 던져버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몰래 책을 가져왔다.

빨간 사자는 점차 책 속의 동물들과 어린 아이의 친밀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빨간 사자는 책 속의 행복한 장면들을 보며 점점 괴로웠다. 빨간 사자는 이 세상 어느 곳에선가 그 소년도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드는 따뜻한 포옹을 위해 떠나기로 결심한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들은 어린 아이들과 포옹을 하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 포옹을 하는 몸짓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이 안에 담겨있는 메시지는 같다.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한다’는 메시지이다. 이는 사자와 그 밖의 동물들 간 대비로 드러난다. 사자는 아이들과 포옹을 나누는 다른 동물들을 보면서 동물의 왕인 자신에게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하며 자존심을 내세운다.


반면 어린 아이와 포옹을 하는 동물들은 자존심을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모자란 점을 인정하고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물개는 자신이 쓸모 없는 존재이며 게으른 실패자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물개의 말 속에서는 열등감이나 분노 가 섞여있지 않다. 물개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담담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물개의 이야기를 듣는 아이도 물개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안아준다. 부족한 서로를 보듬어주는 것, 포옹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다.


사자가 다른 동물들과 포옹을 하려 해도 그럴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자는 우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이 따뜻함을 갈구하는 존재임을 애써 숨기려 했던 것이다. 포옹이 주는 행복을 느끼고 싶어 동물들에게 한 없이 부드럽게 다가갔지만 동물들이 자신을 거부하자 그 후에는 반대로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러한 사자의 행동에 진실된 그의 모습은 없었다. 마치 동물의 왕인 사자가 따뜻한 포옹을 갈구한다는 것이 스스로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만 같았는지도 모른다. 절망한 사자를 향해 작가는 이렇게 서술했다. ‘이토록 귀엽고 착하고 겸손하며 줏대 있고 용감한 사자. 게다가 책도 읽을 줄 알고 생각마저 할 수 있는데, 왜 세상은 사자를 알아주지 않는가?’ 이는 사자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서술이다. 사자 스스로는 완벽한 자신을 알아주지 않고 거부하기만 하는 동물들과 세상이 원망스러웠던 것이다.


그런데 답은 사자의 내면에 있었다. 사자는 다른 이들처럼 따뜻한 포옹을 하며 위로 받고 싶었다. 이러한 마음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한 후에야 사자는 『HUG』 책의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잊혀지는 포옹은 없다.’ 그리고 그제서야 사자 자신도 한 소년과 포옹을 나누며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렸고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한 남자와 만날 수 있었다.


사자가 서로를 보듬어주었던 한 소년을 만나는 장면은 사자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희망을 준다. 세상에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희망,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어쩌면 이미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안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희망이다. 바쁜 일상과 처리해야 할 많은 일들의 우선순위에 밀려 따뜻한 포옹의 추억이 마음 한 구석에 고이 접혀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면 좋겠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이를 위해서는 빨간 사자가 그러했듯, 스스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자연스러운 나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때 비로소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람들과 따뜻한 포옹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진정한 소통을 가로막는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작가 지미 리아오 소개


1998년 작품 활동을 시작, 대만에서 어른을 위한 그림책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2009년 발표된 『별이 빛나는 밤』이 2011년 린슈우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으며,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된 『미소 짓는 물고기』가 2006년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이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2007년에는 디스커버리 채널의 『대만 인물지』에 6인의 뛰어난 인물 중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의 작품들은 미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한국, 태국, 일본 등에서 번역 출간되었으며 대만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수많은 고정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2003년 ‘아시아에서 가장 창의적인 인물 55인’(스튜디오 보이스 지)에 선정되었다.


대표작으로 『숲속의 비밀』 『미소 짓는 물고기』 『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어떤 노래』 『달과 소년』 『지하철』 『파란 돌』 『털복숭이 토끼야 고마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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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