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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00)] 19세기, 인민의 탄생

 
 
[책을 읽읍시다 (800)] 19세기, 인민의 탄생

김정인·노관범·노대환·오상학·이욱 저 | 강응천 편 | 민음사 | 288쪽 | 2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민음 한국사」제5권 『19세기, 인민의 탄생』은 열강의 각축장이 된 한반도에서 조선이라는 나라를 지키고 인간 해방의 거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인류가 근대를 새롭게 사유하기 시작한 지금, 전근대의 마지막 시대이자 쓰라린 패배의 역사로 기억되는 조선 500년에 주목한 것은 근대를 향해 질주하면서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근대를 우회하거나 추월할 ‘가지 않은 길’이 그 어디엔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다시 살펴본다.


근대를 밀어붙인 힘은 산업혁명으로부터 나왔다. 1807년 미국의 기술자 로버트 풀턴이 세계 최초의 실용적 증기선인 클러먼트 호를 띄웠다. 또 1825년에는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철도가 건설되며 ‘교통 혁명’에 시동을 걸었다. 새롭게 개발된 엔진은 시민혁명에도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프랑스혁명군의 사령관이던 나폴레옹이 황제로 즉위함으로써 혁명 정신을 파괴했으나 유럽 각지에서는 봉건적 잔재를 없애고 근대적 국민국가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졌다.


19세기 조선 역시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18세기 이래 지속된 상업의 발달로 거대한 상업 자본이 축적됐고 상인들은 수공업자들을 고용해 질 좋은 상품의 생산을 독려하는 한편 체계적인 조직망을 기반으로 활발한 상업 활동을 전개했다. 또 전국 각지에 장시가 발달하면서 농민들의 생산 욕구도 한층 높아져 다양한 상품작물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농업 생산력의 증가와 상업의 발달은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근대화의 주역이 될 중간 계층의 성장을 촉진했다.


19세기 조선의 통치자들 앞에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었다. 대내적으로 중세적 왕권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 체제를 구축해야 했고 대외적으로는 접근해 오는 서양 세력에 대응해야 했다. 그러나 세도 정국이 형성되면서 이러한 과제의 해결은 더욱 어려워졌다.


철종이 죽고 고종이 즉위함으로써 조선은 역사의 전기를 맞았다. 왕의 아버지로서 정권을 잡은 흥선대원군이 다양한 개혁을 단행하며 세도정치의 폐단을 수습했다. 하지만 개혁 과정에서 세도가들과 타협하고 장성한 고종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대신 국왕의 경쟁자로서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점에서 흥선대원군은 또 한 명의 세도가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고종은 여러모로 아버지 흥선대원군과는 달랐다. 대외 정책에 대한 입장이 특히 대조적이었는데 줄곧 쇄국을 유지하던 조선은 고종의 친정과 더불어 개방으로 대외 노선을 급선회했다.


조선의 가장 오랜 통치 조직으로서 공론을 대변했던 유림은 전통적 화이(華夷) 질서의 재건을 통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조선에서는 이미 화이 의식이 상당히 약해져 있었고 유교 자체의 영향력도 꽤 위축된 상태였다. 오랜 붕당정치의 폐해로 자신들의 권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유림은 힘을 합치지 못했다.


심성 수양보다는 민생 안정이나 국가정책 같은 경세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일부 유림의 제자들이 19세기 후반 개화 세력을 형성했다. 그들은 하루빨리 문호를 개방하고 서양의 발달된 기술과 문물을 받아들여야만 조선을 지킬 수 있으리라 믿었다. 개화 세력은 강화도조약 이후 고종의 개화 정책을 보조하며 대내외적인 개혁을 활발히 전개해 나갔다.


19세기의 벽두인 1801년(신유년), 역사의 흐름을 바꿀 거대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다. 공노비 해방과 대규모의 천주교 박해가 바로 그것이었다. 전 세계가 자유, 평등, 박애의 가치를 추구해 나가던 시기, 조선의 권력은 공노비를 해방함으로써 그 흐름에 발맞추는 듯했으나 그뿐이었다. 오히려 평등사상을 내세운 천주교 신자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함으로써 인간 해방을 향한 인민의 열망만 키웠을 뿐이다.


자유롭고 평등한 정의 사회 구현을 향한 민의 요구는 독립협회라는 자발적 결사체와 만민공동회를 통함 참정권 요구 운동을 탄생시켰다. 권력에 맞서 시대 변화를 이끈 인민의 탄생은 19세기 조선이 거둔 가장 큰 역사적 성취였다.



작가 소개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및 동 대학원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저서에 『천도교 근대 민족운동 연구』,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 『개벽에 비친 식민지 조선의 얼굴』(공저), 『지식의 현장, 담론의 풍경』(공저), 『미래를 여는 역사』(공저),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공저) 등이 있다.


노관범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에 『고전통변』, 『두 시점의 개념사』(공저), 『500년 공동체를 움직인 유교의 힘』(공저) 등이 있다.


노대환

동국대학교 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에 『동도서기론 형성과정 연구』, 『문명』, 『조선의 아웃사이더』, 『고전소설 속 역사여행』(공저) 등이 있다.


오상학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에 『고지도, 옛 삶터의 모습』, 『조선시대 세계 지도와 세계 인식』, 『한라산의 인문지리』(공저), 『천하도, 조선의 코스모그라피』 등이 있다.


이욱

순천대학교 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사학과 및 동 대학원 을 졸업했다. 저서에 『조선후기 어염정책 연구』, 『조선의 테크노크라트 이천』, 『거상, 전국 상권을 장악하다』(공저), 『서울 人口史』, 『마주보는 한국사 교실 6』 등이 있다.


강응천 편저

출판기획 문사철 대표.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했다. 저서에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공저), 『문명 속으로 뛰어든 그리스 신들』, 『세계사 신문』(공저), 『세계사 일주』, 『세계사와 함께 보는 타임라인 한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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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