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이 루카 저 | 김은모 역 | 문학동네 | 304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는 발군의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여온 작가 이누이 루카의 네번째 소설집이다. 인생의 화양연화, 혹은 쓰라린 상흔의 기억을 간직한 이들이 ‘그날’로 돌아가는 신비로운 시간여행을 담아낸 여섯 편의 단편을 묶었다.
인생의 분기점으로 돌아간 이들의 시공을 초월한 재회가 담긴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는 시간의 잔혹함과 덧없음을 그린 수작으로 부조리한 운명에 조금이나마 저항하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태어나 지금껏 고장을 지켜온 이력을 반영하듯 이누이 루카는 소설 곳곳에서 설국을 연상시키는 한겨울의 매혹적인 풍광, 한여름의 바다와 들판 등 홋카이도의 이색적인 경치를 그려 보인다. 또한 홋카이도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과 사고를 숨은 모티프로 활용해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소설에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침체된 분위기의 타개책으로 동물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행동전시’를 도입해 관광명소가 된 아사히카와 동물원의 사연의「한밤의 동물원」,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 피해로 1993년 7월 2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오쿠시리 섬의 재난의「시간을 달리는 소년」 등은 홋카이도에 각별한 애정을 품은 작가만이 구상해낼 수 있는 이야기다.
아스라한 빛을 따라 찾아든 한밤의 동물원, 파도가 모든 것을 삼켜버린 바닷가 마을,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뒤 신비한 꽃이 핀 호숫가, 십오 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아간 학교 운동장, 경기중 사고로 고독하게 죽어가야 했던 설원, 눈 오는 밤 두 사람을 이어준 나무가 있는 교정. 여섯 편의 이야기에서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가슴속 깊이 품고 살아온 ‘그날’은 대체로 시련과 상실이 수반되는 고통의 날이다.
‘구원받지 못할 미래임을 알고도 살아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아닐까?’ 수없이 반문하며 ‘그날’ 이후를 살던 그들은 우연히 신비로운 체험을 통해 인생의 분기점으로 돌아가 자신의 과거 혹은 미래와 대면한다. 그리고 충분히 기뻐하고 슬퍼하는 가운데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이 걸어온 길을 긍정한다.
누구나 돌아가고 싶은, 혹은 다시는 돌이키기 싫은 ‘그날’이 있을 터. 이누이 루카는 이 모든 순간을 아우르며 우리에게 잊어서는 안 될 순간이 있음을 환기한다. “이 세상이 생각처럼 나쁘지는 않다는 구원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집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는 비일상을 통해 일상을 긍정하며 읽는 이의 마음에 따듯하고도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작가 이누이 루카 소개
1970년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태어났다. 후지 여자 단기대학에서 일본문학을 공부하고 은행과 관청에서 일하다 시험 삼아 쓴 소설 「밤 산책」이 슈에이샤에서 주최하는 노벨 대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뒤 2006년 단편 「여름 빛」으로 제86회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며 정식 데뷔했고, 이듬해 소설집 『여름 빛』을 발표했다. 2011년 연작소설집 『메구루』로 제13회 오야부 하루히코 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후 발군의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가슴 따뜻한 드라마부터 그로테스크한 호러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고 있다.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작중인물이 저마다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구원하는 시간여행을 그린 소설집 『그날로 돌아가고 싶어』로 2010년 제143회 나오키 상 후보에 올랐다.
그 밖의 작품으로 『바쿠리야』 『프로메테우스의 눈물』 『6월의 빛』 『홀로』 『맞바람으로 날자!』 『바라며 기도하며』 『모노크롬』 『숲에 소원을 빌어요』 등이 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읽읍시다 (830)] 도불의 연회 - 연회의 준비(전2권) (0) | 2015.12.04 |
---|---|
[책을 읽읍시다 (829)] 어리석은 철학자 (0) | 2015.12.03 |
[책을 읽읍시다 (827)] 괴수전 (0) | 2015.12.01 |
[책을 읽읍시다 (826)] 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 (0) | 2015.11.30 |
[책을 읽읍시다 (825)] 그림자 노동 (0) | 2015.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