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저 | 이규원 역 | 북스피어 | 680쪽 | 15,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괴수전』. 때는 에도시대, 마을 하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괴멸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집들은 남김없이 파손되었고 사람들은 전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이를 기이하게 여기고 조사하러 간 무사들까지 연락이 두절된 가운데, 뜨거운 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화상을 입은 채로 겨우 목숨을 건진 이 마을 소년에 의해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다.
마을 사람들을 몰살한 존재는 식인 괴수. 서로 증오하는 두 마을이 안고 있는 문제와 그 문제로 인해 갈등하는 인간의 악한 의도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 백일하에 모습을 드러낸 괴수는 거대하고 민첩한 데다 영리하기까지 하다. 괴수와 인간의 사투는 치열하고 그 속에서 괴수를 이용하려는 자와 이를 막으려는 자들의 싸움도 점점 잔인해진다.
작가 미야베 미유키는 2014년에 이 작품을 발표하며 “저는 괴수물을 무척 좋아하고 ‘울트라 시리즈’도 전부 보고 자란 세대여서 언젠가 괴수물을 쓰자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쓰면 좋을지 몰랐어요.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60년대 영화 ‘대마신’에서 힌트를 얻어 ‘괴물이 날뛰는 이야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괴수가 날뛰는 무대가 현재의 후쿠시마 현이 속한 동북지방이라는 것은 이 소설이 ‘3·11 후쿠시마 대재앙’의 우화임을 암시한다. ‘인간의 어리석음이 빚어낸 돌연변이 괴수가 인간을 습격하고 세상을 멸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는 설정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의도를 알게 되면 박진감 넘치는 미스터리 괴수 활극 이상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작가 미야베 미유키 소개
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 중 한 명. '미미여사' 라는 닉네임이 있다. 1960년 도쿄의 서민가 고토 구에서 태어나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속기 전문학교와 법률 사무소에서 일했으며, 2년 동안 고단샤 페이머스 스쿨 엔터테인먼트 소설 교실에서 공부했다. 27살이 되던 1987년, 3번의 투고 끝에 『우리들 이웃의 범죄』로 올요미모노추리소설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그 후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비롯하여 사회비판 소설, 시대소설, 청소년소설, SF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녀의 작품들은 출간되는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녀는 일본 최고의 인기 작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독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일본 월간지 「다빈치」가 매년 조사하는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순위에서 에쿠니 가오리와 요시모토 바나나 등을 물리치고 7년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미야베 미유키는 현대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여성 작가이다. 그녀의 글은 대중적이면서도 작품성을 겸비하고 있고,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날카롭게 파헤치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상처 받는 인간의 모습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그녀의 작품들은 많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89년에 『마술은 속삭인다』로 일본추리서스펜스 대상을 받았고, 1992년에는 『용은 잠들다』로 제45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 상을, 같은 해에 『후카가와 본가의 이상한 책자』로 제13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신인상을, 1993년에는 『화차』로 제6회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했다. 이어서 1997년에는 『카모 저택 살인사건』으로 제18회 일본SF대상을 수상했으며, 1999년에는 『이유』로 제120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또한 『모방범』으로 2001년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대상 특별상과 2002년 제6회 시바료타로상, 제52회 예술선장 문부과학대신상 등을 수상했으며, 2007년에는 『이름없는 독』으로 요시가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직원들에게 온라인 게임 금지령을 받을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 폐인'이기도 한 그녀는, 게임을 바탕으로 한 소설 『ICO』와 게임의 영향을 받은 SF판타지 소설 『드림버스터』를 쓰기도 했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2006년 <대항해시대> 공식 이벤트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하였는데, 이 게임 안에는 『드림버스터』의 주인공들이 실명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레벨 7』, 『R. P. G.』, 『브레이브 스토리』, 『누군가』 『이코―안개의 성』, 『인질 캐논』 등의 저서가 있으며, 『대답은 필요 없어』와 『스나크 사냥』,『크로스파이어』,『나는 지갑이다』,『모방범』,『이유』 등 그녀의 많은 작품들이 TV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었다.
현재는 하드보일드 소설가 오사와 아리마사(大澤在昌), 추리 소설가 교고쿠 나츠히코(京極夏彦),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세 사람이 모여 각자의 성을 딴 사무실 '다이쿄쿠구(大極宮)'를 내고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의 책임 편집을 맡았고, 『메롱』과 『구적초』,『그림자밟기』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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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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