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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70)] 브루클린

 

[책을 읽읍시다 (870)] 브루클린

콜럼 토빈 저 | 오숙은 역 | 열린책들 |376쪽 |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절제된 문체로 인물의 심리를 통찰력 있게 담아내는 아일랜드 작가 콜럼 토빈의 코스타상 최우수 소설상 수상작 『브루클린』. 영국과의 복잡한 긴장 관계로 인한 아픈 역사와 아메리칸드림을 좇아서 신대륙으로 떠났던 과거로 인해, 이향(離鄕)은 현대 아일랜드 작가들이 천착하는 테마 중 하나이다.


콜럼 토빈 역시 이향을 테마로 삼기는 했지만 거창한 역사적 사건을 다루기보다는 고향을 떠나 새로운 문화를 온몸으로 겪는 개인을 깊숙이 조명한다. 이 소설은 3인칭 시점을 사용하면서도, 수시로 아일리시의 관점으로 굴절시켜 주인공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유도한다. 아일리시가 경험하는 감정의 굴곡들, 그 감정을 파고드는 작가의 기민한 시선은 누구나 겪을 법한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 놓는다.


『브루클린』에 화려한 묘사나 창의적인 플롯은 전혀 없다. 그저 토빈이 직조한 이야기의 연대기적 시간 줄기를 따라가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 줄기를 따라 뻗는 무수한 에피소드들은 극적인 사건도, 애끓는 신파도, 낭만적인 로맨스도 아니다. 아일리시의 평범한 일상은 너무 사소해서 혹시 이 소설에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오히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과장된 구성과 특이한 인물들로 가득한 소설에 익숙해져 있었는가를 자문하게 한다. 장치나 기교를 걷어 낸 순수한 형식은 등장인물의 미묘한 심리 묘사와 생생한 상황 묘사에 힘을 실어 주고, 단순하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능수능란한 이야기 전개는 전통적이지만 소설 본연에 충실한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아일리시가 느끼는 감정의 내밀한 성장기를 훔쳐보는 것은 잊었던 청춘의 감정을 다시금 불러내는 일이다. 그녀의 처지와 별반 다를 것 없이 평범하고 모순적인 삶을 사는 우리에게, 씁쓸한 경험은 추억으로 치환할 줄 알고, 고통스러운 상황도 덤덤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아일리시의 의연함이 따스한 위로로 다가올 것이다.



작가 콜럼 토빈 소개


특유의 정제된 문체와 발군의 심리 묘사로 동시대 아일랜드인들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 내는 작가 콜럼 토빈. 힘을 뺀 듯 소박한 이야기 속에 가늠할 수 없는 무게를 싣는 토빈은 이 소설 속 배경이기도 한 아일랜드 웩스퍼드 주 에니스코시에서 1955년 태어났다.


열두 살 때부터 스무 살 때까지 날마다 글을 쓰며 작가적 역량을 닦은 그는 더블린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역사와 영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여행기, 논픽션, 비평, 희곡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던 토빈은 1990년 첫 소설 『남쪽』으로 데뷔작에만 수여되는 『아이리시 타임스』문학상을, 다음 소설인 『불타는 황야』로 두 번째 작품을 대상으로 주는 앙코르 상을 받으며 데뷔 초기부터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이후 에니스코시를 배경으로 쓴 소설 『블랙워터 등대선』, 헨리 제임스에 관한 소설 『거장』, 아들의 죽음을 겪은 마리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 『마리아서』로 세 차례나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토빈의 소설은 매번 더욱 원 숙해지고 깊어지는 문학적 기량을 보여 주며 2015년, 『노라 웹스터』로 호손든상을 수상했다. 단편집으로는 『어머니와 아들』과 『공허한 가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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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