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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73)] 친밀한 범죄자

[책을 읽읍시다 (873)] 친밀한 범죄자

웬디 L. 패트릭 저 | 김경영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320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늦은 밤 혼자 어두운 골목길을 걷고 있다. 검은 옷을 입고 모자를 눌러쓴 낯선 이가 나의 뒤를 천천히 따라온다.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어 걸음을 재촉하는데 골목길 끝에서 직장 동료가 나와 나를 부른다. 여기서 내가 경계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처음 본 사람? 아니면 귀갓길 집 앞에서 만난 동료?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은 낯선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바로 우리가 진짜 경계해야 하는 사람이 내가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내 주변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대검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 범죄의 가해자 중 73%가 피해자의 지인 즉 이웃, 애인, 친척 등이었으며 2010년부터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애인 관계에서 폭행, 강간과 같은 5대 범죄의 피해자 수는 한 해 평균 약 7,300건에 달한다. 게다가 살인과 살인 미수의 경우 그 피해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즉 골목길에서 만난 수상한 사람보다 귀갓길 집 앞에서 만난 동료가 사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동료는 어떻게 나의 귀가 시간을 알고 왜 나의 집 앞을 서성였을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통계 자료를 알고 있더라도 그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망각한다는 점이다. 『친밀한 범죄자』는 이처럼 최근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스토킹, 데이트 폭력, 이별살인, 친족 범죄 등 우리가 믿었던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의 메커니즘을 파헤치고 이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는 범죄 심리학서다.


위험한 사람을 쉽게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친밀한 범죄자』의 저자이자 미국 샌디에이고 카운티 검찰청의 현직 검사인 웬디 L. 패트릭은 위험한 사람들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피해자를 범죄의 희생양이 되도록 조종한다. 우리는 범죄를 보며 가해자들이 칼을 들이밀거나 폭력을 행사해 피해자를 조종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가해자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때는 이미 피해자가 스스로 가해자의 속임수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굴레에 빠져들고 난 뒤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위험한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내가 상대의 어떤 매력에 끌리고 그 사람이 가진 매력의 가면 아래에 어떤 본모습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UCLA에서 심리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샌디에이고 탑 텐 검사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이 책의 저자는 수많은 인신매매, 증오 범죄에서 1급 살인까지 160건의 범죄를 해결한 경험을 통해 피해자를 스스로 범죄의 늪으로 유인하는 위험한 인물들이 크게 세 유형, 즉 자기도취증,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시라는 세 인격 유형으로 분류한다. 또한 이 인격을 가진 사람은 카리스마, 리더십, 신뢰성, 다정함, 칭찬, 유사성, 익숙함, 스릴, 금기, 위험함이라는 타인을 끌어당기는 열 가지의 매력 중 하나 이상을 가지고 있으며 이 매력을 이용해서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피해자의 생활에 교묘하게 스며든다.


물론 이러한 매력의 요소를 가진 사람이 모두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니다. 좋은 사람도 위험한 사람이 가진 매력 요소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사람을 끌어당기는 요소가 있다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세 인격 유형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이 매력 요소를 사용하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책은 우리가 위험한 사람을 믿는 이유와 더불어 왜 그들에게서 헤어 나올 수 없는지, 심지어 위험한 관계임을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지에 대해 심리학적인 근거와 다년간의 검사, 변호사 경험에서 나온 저자의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나쁜 남자를 사귀고 있으면서도 그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는 여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애인이 상대를 속이고 폭언을 행사하며 간접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넘어서 직접적으로 신체적, 성적 폭력을 가한다고 고민을 상담하는 친구를 보며 ‘그냥 헤어지면 되지’라고 속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그 관계를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아니, 위험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한참 늦은 때다.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어떠한 경우가 되었든 위험한 관계에 일단 발을 담그면 자의든 타의든 가해자에게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기소한 수많은 사건들은 이미 가해자가 무고한 피해자를 희생시킨 뒤에야 알려지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 중 일부는 법정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이용하여 배심원을 현혹시켜 감형을 받거나 심지어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 사람이 어필하는 매력의 요소에 깔린 의도, 즉 그 사람의 ‘본모습’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바로 이 책이 제시하는 네 가지 요소, ‘플래그(FLAG)’를 통해서다.



작가 웬디 L. 패트릭 소개


현직 샌디에이고 카운티 검찰청 지방 검사이자 성범죄?스토킹 부서 팀장이다. UCLA에서 심리학 학사 과정을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인신매매, 증오 범죄에서 1급 살인까지 160건 이상의 범죄를 해결하여 샌디에이고의 탑 텐 검사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2014년에는 캘리포니아 주립 변호사 협회에 의해 ‘올해의 국선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주 지방검사협회 성폭력 범죄자 위원회와 인신매매 위원회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CNN, Fox, HLN 등에 300회 이상 출연했고 USA 투데이, 워싱턴 포스트, 블룸버그 등 다양한 언론에서 범죄 관련 자문을 맡았다. 현재 샌디에이고 주립 대학에서 경영 윤리를 교육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람 속마음 읽기 : 언제 어디서나 사람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방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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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