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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79)]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책을 읽읍시다 (879)]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저 | 김지현 역 | 레드스톤 | 404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은 나와 다르지 않은 ‘어른’들이 등장한다. 온갖 공포증에 사로잡혀 자신을 집에 가둔 빌리, 어린 시절의 힘든 기억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버린 레일린, 괴팍한 성정으로 자식들마저 등돌린 래퍼티,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온 펠리페……. 아이의 눈과 귀를 통해 보는 ‘어른’들의 모습은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정말 공감이 가는 이야기이다.


그레이스는 오늘 학교에 가지 못했다. 학교에 데려다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는 너무 자주 약을 먹고 너무 오랫동안 잠을 잤다. 사회복지사들은 호시탐탐 그레이스와 엄마를 떼어놓으려고 하고 누구 하나 진짜 관심을 주진 않는다. 그래서 소녀는 오늘도 이곳에 나와 있다. 보호자 없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 아파트 현관 계단에 앉아 도움을 기다린다. 그리고 지금 얼굴 한 번 본 적 없던 이웃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전직 브로드웨이 댄서였던 빌리. 그는 10년 넘게 광장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오직 유리창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알고, 커튼 뒤에 숨어 이웃들을 훔쳐본다. 그런데 어느 날, 문제가 생겼다. 10살도 안 되어 보이는 소녀가 매일매일 몇 시간씩 아파트 계단에 나와 혼자 앉아 있는 것이다. 이 문제적 상황에 빌리는 창문턱을 넘어 발코니로 나가는 모험을 감행한다. 부들부들 떨며 겨우겨우 기어나간 빌리는 소녀에게 물었다. 넌 왜 이 위험한 곳에 혼자 나와 있니?


LA의 어느 변두리 뒷골목, 도움이 필요한 소녀 그레이스와 자신도 책임질 수 없는 빌리. 그리고 각자의 소중한 무언가를 잃고 살아온 다섯 명의 외로운 이웃들이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레이스는 간절히 도움이 필요했다. 엄마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도와줘야만 했다. 소녀는 자신이 먼저 손 내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 정도로 똑똑했고, 사람들이 다가오길 기다려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 아파트에 사는 이들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너나없이 혼자인 아웃사이더, 사회 부적응자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게 버거운, 도움을 청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는 그런 사람들.


한국에도 사라진 아이들이 있다. 끔찍한 뉴스가 전파를 타기 전까진 한 톨의 관심도 받지 못한 아이들. 그런 일이 그렇게나 자주 일어났다는 것에 어안이 벙벙했고, 몰랐다는 것에 죄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서로에 대한 방관, 관심 없음이 만들어낸 끔찍하고 안타까운 사건 사고들이.


우리집 앞에 아홉살 꼬맹이가 매일 나와 앉아 있는다면, 나는 어떤 행동을 했을까. 말을 걸었을까? 적극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섰을까? 스치듯 인사를 건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대로 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을 것이다.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에는 나와 다르지 않은 ‘어른’들이 등장한다. 온갖 공포증에 사로잡혀 자신을 집에 가둔 빌리, 어린 시절의 힘든 기억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버린 레일린, 괴팍한 성정으로 자식들마저 등돌린 래퍼티,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온 펠리페……. 아이의 눈과 귀를 통해 보는 ‘어른’들의 모습은 창피하고 부끄럽지만 정말 공감이 간다. 경험적으로 알게 된 두려움들 때문에 다시 시작하지 못하고, 자신을 가두고, 의연한 척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그저 살아가며 상처받기 전에 사람을 차단해버리는. 그레이스의 눈에 비친 낯설지만 친숙한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작가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소개


비평가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 미국의 소설가. 샌터 바바라 작가 협회 사무국에서 「샌터 바바라 리뷰」의 편집자로 일하며 매해 가을 쿠에스타 대학 작가 협회의 워크샵에서 소설 강의를 한다. 『트레버』, 『말들의 장례식』, 『대이변의 기후』, 『풍차를 쫓아서』, 『내가 너를 찾았을 때』등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의 소설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세상을 더 따뜻한 곳으로 바꾸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2000년에 발표한 소설 『트레버』는 평단의 호평을 받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았다. 이후 그녀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실천하라’는 소설의 명제를 토대로 PIFF(Pay it Forword Foundation)를 창설하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두 번째 심장』은 심장이식 대기 환자 1번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던 열아홉 살 소녀 비다가 심장을 이식 받은 뒤, 기증자와 기억을 교감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세상살이를 겪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소녀가 세상을 알아가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시작하는 성장담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진 한 남자가 새로운 삶을 향한 여정이다. ‘기적 같은 소설, 놀라운 소설’이라는 독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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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