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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95)] 개인주의 가족

[책을 읽읍시다 (895)] 개인주의 가족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저 | 이선민 역 | 문학테라피 | 212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소설 『개인주의 가족』. 이 소설은 ‘가족’과 ‘글쓰기’라는 두 테마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우리 삶을 거울처럼 비추어 낸다. 작가는 가장 자기 가까이에 있는 ‘관계’로부터 우리가 찾고자 하는 삶의 의미와 본질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우리는 기이한 세대의 아들딸들로 태어났다. 거친 가난과 현대사의 풍랑을 헤치고 살아남은 부모 세대, 가족과 욕망이 모든 것이던 세대의 아들딸들로 태어났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짊어진 비겁함과 상처, 자기혐오를 지켜봐야 했다. 또 그들이 잃어버린 자신을 우리는 잃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한 번도 본적도 배운 적도 없는 행복, 생의 의미, 나 자신이라는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가야했다.

 

정작 부모를 통해 보고 배워야 할, 삶을 이루는 소중한 본질을 물려받지 못한 채 부모세대의 불행한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때로는 저항하며, 때로는 도망치며, 때로는 깊게 상처 입으며 몸부림쳤다. 하지만 우리가 세대의 주인이 되었을 때 우리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여전히 우리 삶을 끌고 갈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고 그것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 속에서 가족은 짐이 되었고 병이 되었다. 그 지긋지긋한 가족을 버리고 싶었지만 우리는 차마 버리지 못했다. 그저 우리는 가족의 행복보다 나 자신을 더 꿈꿨다.

일곱 살에 첫 시를 써 낸 주인공 에두아르는 가족의 기대를 안고 작가의 꿈을 꾼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집을 떠난 아버지를 단 한 줄의 편지로 돌아오게 하지만 에두아르의 가족은 다시 봉합되지 못한다. 글을 쓰면 아문다는 아버지, 네 글이 우리의 상처를 구원해줄 거라는 어머니, 남편의 글이 자신의 욕망을 채워주길 바라는 아내….

 

그러나 에두아르는 만족할 만한 글을 쓰지 못한다. 그는 그가 가진 유일한 재능을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쏟아 부으며 승승장구하지만 삶의 허기를 채우지는 못한다. 그럴싸한 소설을 써보기도 하지만 에두아르는 곧 깨닫는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글을 위한 글이 아니라 자신을 구원할 글이라는 것을. 자신의 글이 비겁한 자신의 구원자이자 가족의 오래된 상처를 끊어내기 위한 삶의 반전이기를 원한다는 것을. 그에게 글은 곧 삶이며 자기 자신이었다. 그 글을 완성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완성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는 자신을 구원할 단 하나의 소설, 그것을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글이 삶이 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가족의 상처가 어디서 시작되고 그 아픔들이 어떻게 자식들에게 물려지는지 깊이 있게 보여준다. 시대가 안겨준 개인의 상처와 스스로 선택한 욕망의 파편들이 가족으로 내려와 어떻게 우리를 일그러뜨리는지 아프게 그려 낸다. 그리고 그 불행의 반복을 끊어내기 위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과 질문을 고스란히 녹여 냈다.

 

도망치고, 환상을 품고, 내면으로 숨어들고, 타협하고, 세상에 나를 던져보기도 하지만 작가는 결국 가족이라는 세상, 가족이라는 자기 거울을 정면으로 대면해 낸다.

그리고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주인공이 자신의 글만큼은 비겁해지지 않기를 바랐듯 소중한 것을 잃은 뒤 그들이 쫓던 허상들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 명료하게 보이는 삶의 본질처럼, 이 소설은 우리에게 삶을, 나를, 가족을 진심으로 다시 대하게 한다. 그곳에 가족도 행복도, 삶의 의미도, 무엇보다 나 자신도 존재한다고 작가는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말한다.



 

작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소개

 

『행복만을 보았다』로 진정한 감동의 힘을 보여 준 프랑스 천재 작가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프랑스의 유명한 카피라이터 출신 작가인 그는 2011년 1월 『그 가문의 소설가』로 프랑스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마르셀 파뇰 문학상, 카르푸르 데뷔 소설상, 파리 리브고슈 문학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 다섯 개를 휩쓸었다.

 

그 후 『내 욕망의 리스트』와 『시선이 제일 먼저 가는 곳』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두 작품 모두 출간 전부터 13개국에 수출됐고 출간 후에는 프랑스에서만 100만 부가 팔려나가며 곧장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해 영화화까지 확정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그의 작품 중 가장 개인적이고 가장 강력한 작품으로 꼽힌 소설 『행복만을 보았다』는 ‘르파리지엥’에서 ‘2014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으며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공쿠르상 최종 후보작으로 오른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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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