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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35)]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

[책을 읽읍시다 (935)]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

알렉상드르 페라가 저 | 이안 역 | 열림원 |320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부모나 자신의 노후를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때가 왔고, 1인 가구와 딩크족은 날로 늘어 간다. 수명은 늘었고, 노년기는 자꾸 늦춰지고 길어진다. 100세 전후의 삶을 어떻게 젊게 살 것인가.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는 그 고민의 답과 함께 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저자가 노인성 질환 환자를 위한 요양원에서 꾸준한 봉사활동을 하며 인터뷰의 결과로 완성시킨 첫 소설로, 저마다의 인생을 좀 아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파트 화재에서 극적으로 구출돼 요양원에 들어간 전직 강도, 사기꾼, 뱃사람이었던 ‘관습과 규칙의 파괴자’·‘무중력 방랑자’ 레옹. 그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여자와 매일 춤을 추는 현학적 독서가 잭, 한 손에는 복막 투석기를 다른 한 손에는 소시지와 치즈에 와인을 곁들이며 행복한 자살을 실천 중인 로제, 궁금한 적도 물어본 적도 없는 과거사를 늘어놓는 카뮈 부인, 예쁘고 솜씨 좋은 간호사 마릴린 등을 만난다. 소설은 레옹의 과거와 현재를 평행편집해 요양원 사람들뿐 아니라 레옹의 과거 속 인물들이 품고 있는 삶의 비밀까지 하나씩 밝혀 간다.


요양원에 들어간 첫날, 엉덩이가 예쁜 간호사 마릴린을 만난 레옹은 오랜만에 ‘혈기’를 느낀다. 또라이는 또라이로 현자는 현자로 늙는 법. 사람이 나이 먹는다고 크게 바뀌지 않는다. 젊어서 막되 먹게 살았던 레옹 파네크는 늙어서도 거침없는 노인이 되었다. 그리고 요양원에서 거죽만 늙었을 뿐, 젊어서와 다를 바 없는 이들을 만난다.


레옹은 어느 날 익명의 쪽지를 받는다. “당신이 불에 타 버리도록 내버려 뒀어야 해.” “당신을 정말로 원해.” 증오와 욕망의 발신인들 말고도 그는 궁금한 게 많다. 많아야 60대 초반밖에 안 된 ‘젊은’ 놈은 왜 한껏 멋을 부린 채 요양원에 들어앉아 있는 건지, 정신 나간 카뮈 부인은 대체 왜 자신을 붙잡지 못해 안달인 건지, 잭은 왜 허구한 날 춤을 춰 대며, 한번 가 본 적도 없는 이구아수폭포 사진을 붙여 둔 로제는 대관절 무슨 생각인 건지…….


나이를 먹어도 욕구는 변치 않는다. 인류의 오랜 꿈, 더 나은 삶과 내 맘에 쏙 드는 죽음은 노인들에겐 더욱 절실한 현실이다. 레옹은 젊은 날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런 나를 나 자신의 신으로 추대했으며, 내가 벌이는 하찮은 짓거리에 당위성을 부여”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도 이제 자력으로는 단 두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신세가 되었고, 삶은 끝장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소설은 젊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나이 든 삶의 격렬한 몸부림을 치밀하게 보여 준다.


소설 속 청춘과 노년의 대비는 ‘죽음을 기다린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만든다. 주변 사람들의 비밀을 알아내는 동안 마침내 그 자신의 가장 내밀한 속내마저 마주한 레옹은 “연극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삶은 끝나지 않았다. 늙음은 때로 젊음을 말하고, 죽음은 삶을 비추며, 인간은 마지막 순간까지 생의 본질을 파헤치는 법이다.


“노인들이 젊은이들을 파산시키기도 하고 먹여 살리기도” 하는 시대, “죽어야 하지만 죽을 수 없는 노인들과 살아야 하지만 살 수 없는 아이들이 공존하”는 시대다. 젊은이들은 ‘보고 배울 어른이 없다’고 탄식하고, 늙은이들은 “우리 자식들은 모두 다 어디로 간 걸까?”라고 묻는다.


자식 없이 떠돌아다닌 레옹이나 자식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카뮈 부인이나 요양원에 갇혀 있기는 한 가지다. 부모나 자신의 노후를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때가 왔고, 1인 가구와 딩크족은 날로 늘어 간다. 수명은 늘었고, 노년기는 자꾸 늦춰지고 길어진다. 100세 전후의 삶을 어떻게 젊게 살 것인가.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는 그 고민의 답과 함께 생의 본질을 탐구한다.



작가 알렉상드르 페라가 소개


1979년 프랑스 낭트에서 태어났다. 회계학을 공부했지만 숫자로는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 후 10년간 ‘신념과 현실을 잇고자’ 지적장애인을 위한 교육자로 일했다. 아마추어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록과 재즈 뮤지션으로도 활동한 그는 꾸준한 습작과 공모전을 통해 두 권의 시집과 한 권의 산문집을 냈다.


알렉상드르 페라가의 첫 소설 『내가 언제나 바보 늙은이였던 건 아니야』는 불멸하는 인간 존재의 이야기이다. 소설 속 인간의 삶은 늘 새롭고 리드미컬하면서도 날카로운 데다 잔혹할 정도로 괴이하다. 작가는 “이 책을 쓰느라 ‘정맥염’이라는 단어를 익혀야 했다. 게다가 쭈글쭈글한 피부 속으로 나를 밀어 넣은 끝에 비가 오리라는 걸 느낄 수 있게 됐다. 작가의, 그리고 언어의 세계에 들어선 대가였다.”라고 말한다. 노인성 질환 환자를 위한 요양원에서의 꾸준한 봉사활동과 인터뷰의 결과로 완성된 이 소설은 2011년 전자책으로 출간됐고, 2014년 5월 플라마리옹 출판사에서 종이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5년에 출간된 페라가의 후속작 『혜성의 여자』(가제)도 한국어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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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