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94)] 개와 영혼이 뒤바뀐 여자
엘사 왓슨 저 | 황금진 역 | 레드박스 | 448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매사에 자신이 없고, 주눅 들어 있는 스물여덟 살의 ‘소심’한 여자, 제시카가 있다. 그녀는 개에 대한 공포심이 심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티 내지 못하고 속으로 전전긍긍한다. 그런 한편,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모든 것을 자기에게 유리하게만 해석하는 두 살짜리(인간의 나이로 환산하면 대략 스물네 살) ‘자뻑’ 개, 조에가 있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성격의 조에는 주인에게 버림받고 길거리에 버려진 신세지만, 자기가 버려졌다는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다들 나만 쳐다보잖아! 나처럼 완벽한 개가 어디 있어!”를 입에 달고 다닌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괴상한 날. 개를 끔찍이도 무서워하는 제시카는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견, 조에를 ‘우연히’ 위기에서 구한다. 공교롭게도 평소 짝사랑하던 훈남 수의사 맥스가 주인을 찾을 때까지 조에를 맡아달라고 하자 그녀는 그만 울며 겨자 먹기로 개를 데리고 동물 병원 문을 나선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둘은 천둥 번개에 감전돼 기절하고, 깨어난 이후 몸이 뒤바뀌었다는 현실에 기막힌다.
개 공포증을 안고 사는 소심한 인간 여자, 제시카와 모든 걸 제멋대로 해석하는 자뻑 유기견, 조에. 점점 꼬여만 가는 그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소설 『개와 영혼이 뒤바뀐 여자』는 이렇게 개와 인간의 영혼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처럼 ‘영혼 체인지’를 소재로 삼고 있는 이 소설은 자칫 잘못하면 유치해질 수 있는 설정을 강렬한 캐릭터와 웃음이 튀어나오는 대사, 매끄러운 구성과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캐럭터인 ‘자뻑’ 개, 조에가 인간 세상을 향해 날리는 대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키득키득 웃음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개가 되어버린 제시카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읊조리는 대사들을 보면 입가에 머물던 미소가 가실 틈이 없다. 이처럼 작품을 보는 내내 웃음이 튀어나오게 만드는 ‘위트 코드’는 이 작품을 강렬한 유머소설로 포지셔닝한다.
또 한 가지 이 작품의 특성을 꼽자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성인의 성장소설이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소심해서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던 인간 제시카가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밝은 성격의 ‘자뻑’ 개 조에와 닮아가는 과정은 문학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선물인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작가 엘사 왓슨 소개
‘개를 쓰다듬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날이든 좋은 날이다’는 좌우명을 갖고 사는 엘사 왓슨은 어린 시절부터 개들의 삶에 호기심이 많았고 독서광이었다. 대학 졸업 이후 2년 동안 남편과 함께 서아프리카 기니비사우 공화국의 농장에서 닭, 양, 염소 등의 여러 동물들을 돌보며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틈틈이 단편소설을 쓰던 그녀는 2005년에 장편소설 『5월의 여왕』(원제: Maid Marian)을 발표하는데, 바로 이 작품이 게이트웨이 리더스 어워드(Gateway Readers Award)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소설가로서 인정받게 된다.
동물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작가는 두 반려견, 코타와 러키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하고 궁리하다가 『개와 영혼이 뒤바뀐 여자』(원제: Dog Days)를 쓰게 되었다. 특히 그 누구의 농담에도 잘 웃어주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반려견, 코타에게 영감받아 소설 속 천방지축 ‘자뻑’ 유기견, 조에를 탄생시켰다. 버림받은 개와 인간의 연대를 통해 눈물 나는 감동을 그려낸 이 작품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선사할 것이다.
그녀는 현재 야생동물 병원 및 교육 센터인 ‘웨스트 사운드 야생동물 쉼터’에서 일하고 있으며, 워싱턴 주에서 남편 그리고 개, 고양이, 닭들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작가 홈페이지 : http://www.elsawatson.net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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