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저자
박민규 지음
출판사
예담 | 2009-07-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세상 옆에 들러리 선 우리의 자화상! 스무 살, 특별한 그녀와의...
가격비교


[책을 읽읍시다 (9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저 | 예담 | 420쪽 |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계보를 잇는 특별한 감동. 못생긴 여자와 못생긴 여자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를 20대 성장소설의 형식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80년대 중반의 서울을 배경을 무대로 하고 있다.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거부받을 정도로 못생긴 아가씨와 잘생기고 번듯하지만 부모에게 버림받은 트라우마를 공유하고 있는 두 명의 청년은 백화점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이들의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에는 기존의 전복적 세계관이나 키치적 유머 대신에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 깊은 곳까지 함께 침잠해 들어간다. 부조리와 편견 가득한 사회의 장벽 앞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무참히 사회의 바깥으로 추방당한 첫사랑의 기억을 찾아서 박민규는 80년대의 변두리 골목으로 나선 것이다.

 

온 세상이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데뷔곡 「Baby One More Time」으로 가득하던 1999년의 겨울, 34세의 성공한 작가인 나는 언제나처럼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듣고 있다. 그리고 잊지 못할 단 한 명의 여인을 추억한다. 오래전, 우리는 눈 오는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고, 그녀는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선물했다. 우연찮게도 우리가 그날 함께했던 카페엔 벨라스케스의 그림 「라스메니나스」가 걸려 있었는데, 모리스 라벨은 그 그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 그림 속의 아주 못생긴 여인, 하지만 자꾸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여인은 그녀와 동일시되어, 늘 나의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나의 아버지는 뒤늦게 인기배우가 된 잘생긴 남자였고, 어머니는 그런 남자를 위해 헌신하는 못생긴 여자였다. 성공을 거머쥐자, 아버진 결국 우리 가족을 떠났고, 어머니는 슬픔과 절망 속에 삶을 이어갔다. 그때 1986년 내 나이 스무 살. 온 나라가 경제성장의 가속도를 타고 부를 향해 미친 듯이 노력하던 그 시절, 나는 자본주의의 최전선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내 인생의 중요한 두 사람을 만나게 된다. 민감했던 나의 청춘에 정신적 스승이 돼주던 요한이라는 인물과 그 누구도 쳐다보기 싫어하던 못생긴 그녀. 우리는 서로 사랑했고, 즐거웠으며 늘 함께이고 싶었지만, 결국 그녀는 외모로 인한 사회적 소수자의 상처를 입고 내 곁을 떠났다. 그리고 요한도 가족에 대한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머나 먼 요양소로 떠나버렸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죽은 ‘왕녀’ 곁에 선 ‘시녀’가 상징하는 것은 비단 주인공의 못생긴 연인만이 아니다. 그것은 80년대에 대한 추억 그 자체다. 그것은 록음악이기도 했고, 소설이기도 했으며, 늘 성공을 꿈꾸던 우리네 서민들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마돈나, 마이클 잭슨, 할리우드의 온갖 삼류영화들 틈바구니에서 문득 자신들의 비루한 삶에 눈물을 삼키곤 했던, 그래서 예뻐지고 싶고, 부유해지고 싶고, 세련되고 싶었던 지나간 우리의 모습들이다. 자본주의의 꽃인 부와 아름다움을 찬탄하며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그 ‘꽃의 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부를 거머쥔 극소수의 인간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에 군림해 왔듯이, 미모를 지닌 극소수의 인간들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를 사로잡아온 역사, 결국 극소수가 절대다수를 지배하는 시스템 오류에 대한 지적인 것이다.

 

 

작가 박민규 소개

 

1968년 울산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았으며 2005년 소설집 <카스테라>로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다. 2006년 소설 <핑퐁>을 출간했다. <근처>로 2009년 제9회 황순원 문학상, 단편 <아침의 문>으로 제34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