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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50)] 시간조정연구소

[책을 읽읍시다 (950)] 시간조정연구소


아흐멧 함디 탄피나르 저 | 박현용 역 | 아모르문디 | 454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시간조정연구소』는 터키 근대문학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터키 근대문학은 그 출발부터 서구의 모범에 의지하고 있지만 『시간조정연구소』는 서구 소설의 모델을 따르는 동시에 터키 문학 고유의 형식과 내용을 간직하고 있다.


쇠락해가는 오스만 제국 말기에 태어난 주인공 하이리 이르달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면서 보물 추적꾼, 연금술사, 정신분석학자, 게으름뱅이, 심령술사 등등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생생한 모습은 터키의 전통 그림자극인 카라괴츠를 연상시키며, 작가의 탁월한 심리묘사 솜씨는 이탈리아의 소설가 이탈로 스베보에 비견되기도 한다.


‘시간조정연구소’ 부소장 하이리 이르달의 회고록 형식으로 쓰인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부분은 오스만 제국이 몰락하기 직전 몇 년 간의 터키 사회를 반영한다. 두 번째 부분은 일차대전이 끝난 뒤 공화국 수립 이후 시간조정연구소의 설립과 해체 과정을 그린다. 현란한 말솜씨로 무슨 일이든 추진력 있게 밀고나가는 근대주의자 할리트 아야르시는 시계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하이리 이르달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간조정연구소를 설립한다.


할리트 아야르시는 국가 발전과 근대적 규율이라는 명분으로 고위 공직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마침내 정부의 재정적인 후원을 얻는 데 성공한다. 그가 내세운 시간조정연구소의 목적은 터키 전역에 있는 시계, 즉 공공 시설물의 시계와 개인 시계의 시간을 1초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었다. 그는 이를 위해 다소 엉뚱한 벌금제도를 마련하여 국민들을 계도하기에 이르고, 이후 연구소의 운명은 파란만장하게 흘러가는데….


탄피나르는 오스만 제국에서 터키 공화국으로 넘어가는 격동기를 살았던 하이리 이르달의 인생과 시간조정연구소라는 기발한 기관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좁게는 터키 사회의 서구화 과정을, 넓게는 근대성의 문제 전반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작가 아흐멧 함디 탄피나르 소개


터키 근대문학의 거장으로 ‘터키 문학의 대부’라 불리는 중요한 작가이다. 1901년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1962년 세상을 떠난 탄피나르는 터키 역사의 격변기를 살았던 인물로, 문학을 통해 우의적으로 현실을 비판한 풍자적인 작품세계를 구현했다. 그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터키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묵을 통해서였는데 파묵은 이스탄불과 추억에 대해 쓴 에세이 『이스탄불』에서 ‘네 명의 외롭고 슬픈 작가’ 중 하나로 그를 언급하였다.


탄피나르는 외로운 생활을 하면서 소설과 시를 비롯하여 19세기 터키 문학사에 대한 중요한 글들을 썼고, 고대 그리스 비극을 터키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는 총 다섯 편의 소설을 썼는데 그중 생전에 출간된 것은 『마음의 평화』라는 한 편뿐이었다. 『시간조정연구소』는 탄피나르가 사망하고 몇 달 뒤에 세상에 나왔으며, 그의 가장 대표적이고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터키인들은 매년 ‘이스탄불 탄피나르 문학페스티벌’이라는 문학축제를 열어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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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