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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51)] 초판본 동백꽃

[책을 읽읍시다 (951)] 초판본 동백꽃
 

김유정 저 | 42미디어컨텐츠 | 460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김유정(玄鎭健)은 1937년 폐결핵 등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2년 남짓한 짧은 작품 활동 기간 동안 30편의 단편과 1편의 미완성 장편, 1편의 번역소설을 남길 정도로 문학에 대한 열정이 높았다. 그의 작품에는 일제강점기의 혹독한 현실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동백꽃』 『봄·봄』을 비롯한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순박하지만 가난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어떤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를 표현하는 작가의 시선은 비판적이라기보다 해학과 풍자적인 면이 돋보인다.


소설 『동백꽃』에서 나오는 ‘동백꽃’은 정확하게는 생강나무의 꽃으로 김유정의 고향인 강원도 지역에서는 생강나무를 ‘산동백나무’로 불렸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동백꽃은 빨간색이지만, 생각나무의 꽃은 노란색으로 소설에서도 ‘노란 동백꽃’이라고 되어 있다. 또한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라는 표현에서도 생강의 독특한 냄새를 떠올릴 수 있다.


김유정은 짧은 기간 많은 작품을 쓴 것만큼이나 그만의 작품세계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받는다. 개성이 뚜렷한 주인공과 예상외의 전개, 토속적인 대화체 등을 통해 그만의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또한 가난하고 힘없는 농민과 하층민의 삶을 사실적이면서도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풀어내어 웃으면서 읽다가도 고된 현실에 씁쓸한 뒷맛이 느껴지는 소설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그가 이처럼 농민이나 하층민의 생활에 밀접한 소설을 지을 수 있었던 것은 고향에서의 생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그의 소설은 대체로 그의 삶을 투영한 것이 많다. 김유정이 혈서를 쓸 만큼 열렬히 구애했던 명창 박녹주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 『두꺼비』에 묘사되어 있고 『따라지』에 나오는 일하는 누나 밑에서 하는 일 없이 집에 누워만 있는 남동생의 모습은 김유정이 서울로 다시 상경한 후 큰 누나의 집에서 얹혀살았을 적에 겪었던 일과 겹쳐 있다.


김유정이 쓴 농촌 소설이 현실에 밀접한 이유도 이와 같다. 연희전문학교를 중퇴하고 귀향을 한 김유정은 형에게 재산 분할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가난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때 만난 사람들이 바로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는 특히나 첫사랑의 실연의 아픔을 술을 파는 여자 들병이를 찾아다니며 풀고는 했는데 그의 작품 중 들병이가 등장하는 『솥』 『산골 나그네』 『총각과 맹꽁이』는 실화에 가깝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한 그 외에도 『봄·봄』 역시 실존 인물이 있는 소설이며 『동백꽃』 『만무방』 등의 소설도 그의 고향인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향에서 머물던 중에 광업소에서 일을 하기도 했는데 이때의 경험을 소재로 한 소설이 『금』이라고 한다.


이처럼 김유정은 그의 경험과 내면의 자아를 근간으로 하여 소설을 썼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렇기에 그의 소설에는 현실적이면서도 고된 생활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가 소설 속의 인물들에 대한 인간적인 따뜻함을 잊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소설이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가 김유정 소개


데뷔작인 『소낙비』를 비롯하여 대부분 농촌을 무대로 한 작품을 많이 남긴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가이다. 노다지를 찾으려고 콩밭을 파헤치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그린『금 따는 콩밭』, 머슴인 데릴사위와 장인 사이의 희극적인 갈등을 소박하면서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봄봄』등 한국의 옛 농촌 정서를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풀어내 그만의 문학세계를 그려나갔다. 그 밖에 『동백꽃』, 『따라지』 등 다수의 단편이 있다.


김유정은 1908년 1월 11일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에서 태어났다. 팔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으나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고 자주 횟배를 앓았다. 또한 말더듬이어서 휘문고보 2학년 때 눌언교정소에서 고치긴 했으나 늘 그 일로 과묵했다. 휘문고보를 거쳐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결석 때문에 제적처분을 받았으며 귀향하여 야학운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1935년「소낙비」가 ‘조선일보’신춘문예 현상모집에 당선되고, 「노다지」가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 현상모집에 가작 입선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35년에는 ‘구인회’의 일원으로 참가하였다. 대표작으로는『금따는 콩밭』,『봄봄』,『따라지』,『두꺼비』,『동백꽃』,『땡볕』등이 있다. 일제 강점의 혹독한 현실 가운데에서 주로 회화적인 해학의 오목거울을 통해 어둡고 삭막한 농촌 현실과 그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곤궁한 삶을 제시하였다.


김유정의 소설은 인간에 대한 훈훈한 사랑을 예술적으로 재미있게 다루고 있는데 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을 한 끈에 꿸 수 있는 사랑, 그들의 마음과 마음을 서로 따뜻하게 이어주는 사랑을 우리의 전통적인 민중예술의 솜씨로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작가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어리석고 무지한 인물들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주인공의 가난하고 비참한 실제 삶과 이어져 진한 슬픔을 배어나게 하는 등, 해학과 비애를 동반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또한 사건의 의외적인 전개와 엉뚱한 반전, 매우 육담적(肉談的)인 속어, 비어의 구사 등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1930년대 한국소설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하였으며 약 2년 동안 30여 편에 가까운 작품을 남길 정도로 작품활동을 활발히 하여 한국문학의 대표 작가가 되었다. 그 후 폐결핵에 시달리다가 1937년 29세의 나이로 요절하였으며 그의 이름을 따 경춘선 철도에는 김유정 역이 있기도 하다. 그의 사후 1938년 처음으로 삼문사에서 김유정의 단편집『동백꽃』이 출간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여전히 우리 가슴 속에 깊은 감동적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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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