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읍시다 (971)]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
조지 그로스미스 저 | 위돈 그로스미스 그림 | 이창호 역 | B612 | 248쪽 | 11,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그로스미스 형제가 1892년 발표한 일기 형식의 소설로 형 조지 그로스미스가 글을 쓰고 동생 위돈 그로스미스가 삽화를 그렸다. 이 소설은 런던 중심가에서 서기로 일하는 주인공 푸터와 그 주변 인물들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19세기 영국의 중하위 계층을 대변하는 주인공 푸터는 신분상승의 욕구가 강한 인물이다. 그는 끊임없이 상류층과 교류하기를 원하고 기회가 된다면 그들 모임에도 기꺼이 참가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실수를 거듭하며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그렇다고 하층민들의 존경을 받는 것도 아니어서 그들에게서 은근한 무시와 멸시를 받기가 일쑤다.
주인공 푸터는 회사 일이 끝나면 항상 집에 머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정원 가꾸기나 집안의 집기들을 손보며 저녁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 하지만 지루할 수도 있는 그의 일상에 친구 커밍스와 고잉이 찾아와서 그 시간을 함께 한다. 어리숙하고 소심한 바보 같은 주인공은 스스로 농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단언하면서도 끊임없이 친구들과 아내에게 소소한 농담을 던진다. 그의 농담은 가끔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모두의 폭소를 자아내는 경우가 많아 다행스러울 정도다.
작품에서 망나니 아들 루핀은 주인공과 뚜렷한 대립을 이루는 인물이다. 고리타분한 데다 타성에 젖은 아버지가 맘에 들지 않는 그는 늘 주인공과 반대 입장에 서며 그를 무시하기까지 한다. 소심한 우리의 주인공 푸터는 망나니 아들 루핀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과도 사소한 오해를 거듭하며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사건을 전혀 다른 각도로 해석해 버리는 재주를 가졌다.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표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그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사건의 대부분은 그의 소심한 성격이 만든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독자들은 그런 주인공의 터무니없는 생각들과 그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현실을 비교하며 소설의 재미를 느낄 것이다. 안쓰럽기까지 한 주인공의 이런 생각들과 현실과의 미묘한 거리감이 평론가들의 극찬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중하위 계층의 열망을 모태로 대중 희극 소설의 장르를 개척한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는 출간 초기 독자들과 평론가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1910년경 문학 평론가와 유명 정치인들의 찬사를 받으며 전환점을 맞는다. 이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작품은 개인의 일상과 심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품들을 속속 등장시키며 많은 일기 형식 소설의 전신이 된다.
작가 소개
조지 그로스미스 저
1877년경 지역 기관과 문학계에 희극 피아노 소극 연예인으로 입지를 굳힌다. 그 해 단막 희가극 [배심(陪審) 재판]을 공연하다가 아서 설리번과 W. S. 길버트의 눈에 띈다. 조지 그로스미스의 연기에 감명 받은 그들은 자신들의 전편 오페라 [주술사]에 조지를 희극 역으로 참여시킨다. 그때부터 1889년 [예멘 근위대]가 막을 내릴 때까지 조지 그로스미스는 길버트 설리번의 장수 희극 오페라에서 주연급 희극 배우 역을 맡는다.
오페라에 출연하는 동안에도 개인 파티와 마티네(주간 연극 공연)에서 피아노 연회 연주는 물론 자신의 작품과 곡을 꾸준히 써 나간다. 그는 당대 가장 성공한 희극배우가 되었고, 수많은 오페레타 (보통 희극적인 주제의 짧은 오페라), 100여 곡의 오페라 소곡 (피아노 소극), 약 600여 개의 노래 및 짧은 피아노곡을 작곡했으며 3권의 책을 집필한다. 1889년, 오페라 소곡 작업에 전념하기 위해 길버트 설리번과의 관계를 접지만 1908년까지 연기 생활을 이어가고, 1912년 생을 마감한다.
위돈 그로스미스 그림
화가로서 영국 왕립 미술원과 그로브나 미술관에 작품을 전시하고, 펀치 잡지와 저명한 아트저널에 삽화를 기고한다. 하지만 화가로서의 재정적인 삶에 만족하지 못한 위돈은 1885년경 배우로 직업을 전향한다. 1918년까지 연극배우로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며 연기생활을 계속하는데, 그가 묘사했듯이 그는 ‘겁쟁이, 비열한 인간, 속물’ 그리고 권력 아래 주눅이 든 소인으로 회자된다. 여러 편의 연극 대본을 썼는데 그 중에 [파티의 밤 (1901)]이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1894년부터 두 개의 웨스트 앤드 극장 경영에도 참여한다. 그는 1894년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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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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