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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969)] 10분의 기적

[책을 읽읍시다 (969)] 10분의 기적

키아라 감베랄레 저 | 김효정 역 | 문학테라피 | 264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소설가 키아라의 삶의 축은 한때 든든하고 분명했다. 따뜻하고 고즈넉한 고향집, 열여덟 살 때부터 사랑했던 남편, 열정을 담아 한 주 한 주 써내려갔던 칼럼. 그녀의 일상은 꼭 맞아들어 그녀를 그녀로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너무 간단히 그 일상은 바스러졌다. 공사 때문에 로마의 낯선 거리로 이사를 왔고, 적응하지 못해 남편과 곧잘 다투었다. 남편은 아일랜드로 출장을 갔고, 다른 여자를 만나서 돌아오지 않았다. 팔 년 간 써온 칼럼은 리얼리티쇼 우승자에게 빼앗겼다.

 

내 삶이 막다른 골목처럼 여겨질 때, 무기력하고 지루한 일상에 지칠 때, 혹은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떠났을 때나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고 몰두하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키아라는 T박사의 제안을 따라 10분 게임을 시작한다. 하루에 한 번, 10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일을 시도하는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해도 키아라의 10분 게임에 대단한 모험은 별로 없다. 그녀가 하지 않았을 뿐, 누구라도 할 수 있고 누군가는 늘 하고 있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녀의 도전들은 소소하고, 유치하고, 자주 성공하지도 못한다. 요리라곤 모르던 그녀가 최초로 만들어 본 팬케이크 중 몇몇은 절대 팬케이크 같지도 않았다. 아이처럼 거꾸로 길을 걸어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멈춰있던 그녀의 인생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지칠 때까지 어설픈 몸사위로 힙합 동영상을 따라해 보기도 하고, 처음으로 엄마의 일상은 어떤 것인지 물어보고, 풍등을 손수 날리며 홀연한 아름다움에 잠시 위로받는다. 십자수 놓기는 끔찍한 실패였지만 수예점 노파가 키아라의 돌아가신 할머니를 닮았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긋지긋해하고 원망하던 로마에 이웃이 생긴다. 난민 소년 아토의 미소에 잠시 아픔이 멎기도 한다.

 

10분 게임을 하며 키아라는 이제 아침에 일어나면 불행에 매달리는 대신 그날의 도전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지나간 시간 대신 내일을 고민한다. 게임은 한 달에서 일 년이 된다.

 

이 책의 진짜 즐거움은 끊임없이 나를 대입해보게 된다는 것이다. 키아라가 10분 게임을 시도할 때마다 나라면 이럴 때 어떤 도전을 했을까? 내가 안 해 보았던 일은 뭐지? 하며 내 일상을 되짚게 되고, 무의식적으로 목록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따라하고 싶어진다.

 

꼭 키아라 같이 절망하지 않아도, 살면서 종종 덫에 걸린 기분을 느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10분 게임은 궁금증을 자극한다. 나도 10분 게임을 통해 과연 주인공과 같은 변화를 맛보게 될까? 아니면 전혀 다른 결론을 만들어 내게 될까?

 

주인공 키아라에게 10분 게임은 갑작스런 구원이 아니다. 10분 게임이 다시 가족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다시 칼럼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건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붕괴된 것 같았던 그녀의 세계를 돌아보고, 다시 짓게 만들었다. 하루하루의 작은 새로움이 멈춘 그녀의 삶을 조금씩 움직이게 한다. 편안하지만 협소하던 그녀의 세상의 경계들이 무너지고, 켜켜이 쌓여나가는 새로운 경험 속에서 만신창이가 됐던 키아라의 자아는 비로소 단독성을 되찾는다. 인생은 특별한 반전도, 한 번의 찬란한 도박도 아님을 알아차린 사람들에게 10분 게임은 그래서 더 유혹적이다.

 

 

작가 키아라 감베랄레 소개

 

키아라 감베랄레는 불과 스물두 살에 쓴 첫 소설인 『섬세한 인생』(1999)이 「레푸블리카」지의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하는 등 데뷔와 동시에 각광을 받았다. 이 소설은 드라마화 되기도 했다. 또 2008년 『불감지대』로 이탈리아 주요 문학상인 캄피엘로 상을 수상했다. 다른 소설인 『사악한 열정』 또한 영화화 되었다.

 

그 외 『사랑 400그램만 준다면 고맙다고 말하리』(2013), 『너를 돌봐줄게』(2014)등 다수의 소설을 출간했고 그녀의 작품들은 16개국에 소개되었다. 현재는 이탈리아 유수의 매체들인 「라 스탐파」, 「일 리포르미스타」 및 「배니티 페어」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역시 유명 일간지인 코리에레 델라세라의 웹사이트에서 블로그를 운영한다.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그녀의 작품인 『10분의 기적』은 이탈리아에서 출간 즉시 30여만 부가 판매되었다. 또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10여 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으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 셀레지오네 반카렐라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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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