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읍시다 (988)] 카티야의 여름
트리베니언 저 | 최필원 역 | 펄스 | 298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5개월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차트를 석권한 현대 문학의 거장 트리베니언의 마지막 밀리언셀러 『카티야의 여름』. 책은 1차 세계 대전 발발 직전의 여름, 프랑스 바스크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 바스크 출신의 장 마르크 몽장은 인턴 생활을 마치고 그로 박사 밑에서 의사로서의 생애를 시작한다.
어느 날, 외진을 나가게 된 몽장은 카티야 트레빌이라는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해부학과 프로이트를 공부한 적이 있는 여자이며, 몽장은 이런 독특한 면과 그녀가 풍기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끌려 카티야에게 흠뻑 빠져버리고 만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되고 몽장은 오래 가지 않아 카티야의 집에 자주 드나들게 된다. 하지만 카티야의 쌍둥이 동생인 폴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두 사람의 만남을 반대하고, 급기야는 몽장에게 경고와 협박을 일삼게 된다. 카티야에 대한 폴의 집착, 그리고 몽장을 대하는 그의 비정상적인 태도에도 비련의 커플은 아슬아슬한 사랑을 이어가고, 그러는 와중에 몽장은 카티야와 트레빌 가의 비밀을 서서히 알아가게 된다.
『카티야의 여름』은 1920년대 프랑스 바스크 지방을 배경으로 한다. 이국적인 배경을 소재로 해 독특한 흥취를 느끼게 해주고,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바스크 지방에 대한 묘사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큰 몫을 한다.
『카티야의 여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모티브는 ‘정신 분석’이다. 프로이트 심리학이 주류 정신분석학이 된 1920년대 프랑스, 주인공은 정신병원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의사이고, 카티야는 그 당시 흔치 않게 프로이트를 읽어본 여성이다. 이렇듯 지속적으로 깔리는 정신 분석의 그림자는 카티야라는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에 깊이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주인공인 카티야는 무척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다. 범죄 소설들에서 여성이 다소 주변적으로, 그리고 평면적으로 묘사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이 작품의 주인공 카티야는 무척이나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소설에서 카티야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인 것은 “흔치 않게”라는 표현이다. 가부장적인 20세기 초의 프랑스에서 그녀는 굉장히 예외적인 인물로 규정되고 있는 것이다.
트리베니언은 다소 독특한 이력의 작가이다. 그의 소설들은 대부분 밀리언셀러였지만 그는 한 장르에만 천착하는 작가는 아니었다. 처음 세 작품이 적절한 과장과 패러디가 섞인 스파이 소설이었다면, 국내 독자들에게 특히 사랑을 받은 『메인』은 무척이나 진지한 경찰 하드보일드 소설이었다. 이토록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그의 작품 세계에서 가장 이색적인 작품이 바로 『카티야의 여름』이다.
『카티야의 여름』의 장르를 한 마디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심리학적 로맨스? 사이코 스릴러? 고딕 로맨스? 한 마디로 쉽게 구분 지을 수 있는 단순한 소설이 절대 아니다. 이 소설은 무척이나 로맨틱하며, 동시에 잔혹하다. 애틋한 로맨스 소설을 읽는 듯한 도입부에서 갑작스럽게 심리 스릴러로 장르를 이양하는 중후반부의 전개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이처럼 복합적인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트리베니언의 솜씨에 독자들은 경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작가 트리베니언 소개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의 어린 시절은 온통 빈곤과의 싸움으로 얼룩져 있는데, 이러한 체험이 말년의 작품에 그대로 담겨 있다. 워싱턴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후에는 연극 극본을 써서 직접 연출하기도 했으며,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영화를 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바쁜 이십대를 보냈다. 이후, 네브라스카 주의 다나 컬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미 해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하기도 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전후에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학업으로 되돌아갔고, 텍사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데뷔작 『아이거 빙벽』과 『The Loo Sanction』을 연달아 발표했다. 『아이거 빙벽』은 197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감독으로 영화화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그의 세 번째 소설인 『메인, 꿈이 끝나는 거리』는 미국과 일본의 올 타임 베스트셀러로서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경과 세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에게는 트리베니언 말고도 몇 개의 필명이 있었다. ‘니콜라스 시아레’라는 이름으로도 몇 권의 소설을 발표했고, 베냐 르 카고, 에도아드 모란이...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다. 『영화의 언어를 읽다The Language of Film』 등 영화이론에 관해 쓴 다수의 논픽션은 실명으로 발표했다. 트리베니언은 그의 부인이 지어준 이름으로, 영국의 철학자 트리벨리언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역시 트리베니언이라는 필명을 가장 좋아해 그 필명으로 가장 많은 소설을 냈고, 모두 1백만 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 밖의 소설로 『Shibumi』, 『The Summer of Katya』, 『Hot Night in the City』 등이 있다. 2005년, 유작이 된 『The Crazyladies of Pearl Street』를 발표한 후 아내와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타계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읽읍시다 (990)] 피렌체를 맛보다 (0) | 2016.08.22 |
---|---|
[책을 읽읍시다 (989)]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0) | 2016.08.19 |
[책을 읽읍시다 (987)]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 (0) | 2016.08.17 |
[책을 읽읍시다 (982)] 악당 (0) | 2016.08.09 |
[책을 읽읍시다 (981)] 한잔의 칼럼 (0) | 2016.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