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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거대 여당에게 사법적폐 척결을 기대하지 마시라!

[칼럼] 거대 여당에게 사법적폐 척결을 기대하지 마시라!

 

▲최자영 교수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야당이 여당과 협상을 한단다. 야당은 21대 국회 임기 4년을 반으로 잘라서 전반기는 여당이, 후반기는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안을 제안하면서 더는 물러서지 않겠단다. 이렇듯 으름장 놓는 것을 보면, 또 언론이 은근슬쩍 흘리는 밑밥 같은 것을 보면, 야당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서 여당(전체가 아니라면 적어도 그 일부)으로부터 은밀하게 모종의 ‘공감’을 얻어낸 것 같다는 의심까지 일게 한다.

 

그래서 민초들은 용이 쓰인다. 거대 여당이 민초들이 부여한 세를 몰아서 사법적폐를 얼른 해소했으면 싶지만, 그것은 민초들의 조바심일 뿐, 권력을 손아귀에 넣은 여당의 관심은 사법적폐의 척결이 결코 아닌 듯하다. 그런 점에서 여당과 야당이 다르지 않은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지금 여당에 속했다고 해서 과거에 티 없이 맑게 살았다거나 무엇이든 개혁에 적극적인 사람들인 것이 결코 아니다. 한국의 부패는 여야를 불문하고 총체적이기 때문이다. 사법적폐를 척결하자고 칼을 드는 순간, 여야가 다 물리게 되어있다. 그래서 아무리 의원 수가 많아 거대해져도 여당의 국회의원들은 사법적폐를 척결하는 데 결코 적극적으로 나서려하지 않을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다만, 민초들의 눈이 있으니 최소한 사법적폐를 척결하려고 애쓰는 시늉을 보일 뿐이다.

 

거대 여당이 법관 탄핵도, 사법적폐도 해결하고 싶지 않은 것은 이번 법사위 구성을 보면 안다. 법관탄핵을 외쳤던 이탄희 의원은 물론, 사법적폐를 기치로 걸었던 이강욱, 이수진은 죄다 법사위 아닌 곳으로 흩어져버렸다. 여당이 사법개혁을 하기 싫어한다는 분명한 증거가 이것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급기야 여야가 법사위원장의 임기를 절반씩 나누어 갖기로 하는 안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단다. 이런 안은 사법적폐를 기피하는 여당으로서는 꽃놀이패이다. 누가 봐도 2년도 안 되는 전반기에 사법적폐를 다 척결할 수는 없는 것이고, 어영부영 하다가 후반기에 야당에게 법사위원장을 넘겨주게 되고, 그때부터 하기 싫은 사법적페 척결은 ‘다행히’ 물건너가고, 동시에 그 지지부진한 책임을 야당에게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적폐 척결에 소극적인 점에서 야당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다수 여당 의원들은 일거양득의 이익을 얻을 수가 있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 여당은 반사이익을 크게 보았다. 여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미통 야당이 민초들에게는 더 싫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놀랍게도 거대 여당이 탄생했다. 여당도 놀랐고 민초들도 놀랐다. 놀란 김에 익히 겪어 알고 있는 여당의 미적거림을 망각을 하고는, 이제 거대 여당이 되었으니 뭔가 해 줄 것 같은 기대를 민초들이 잠시나마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도 잠깐, 아무리 의원 수가 많아도 여당은 무언가를 하지 못하고, 아니 하지 않으려 하고, 그럼에도 야당을 끌어들여 마치 야당 때문에 발목이 잡혀 못하는 것처럼 겉치레를 하려 한다. 여당의 소극성은 사법개혁에 앞장 서려는 의원들을 법사위로 아닌 다른 곳으로 내친 것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사실 개혁의 기치를 내걸었던 의원들 자신도 다른 부서로 배정받은 것에 안도의 숨을 쉬는지도 모른다. 법관탄핵을 기치로 내걸었던 이탄희 의원은 의원으로 당선되자말자 공황장애로 몸이 안 좋아서 회복될 때까지 의정활동을 접겠다는 의견을 표한 적이 있다. 이제 부담스런 법사위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배정 받았으니, 부담이 줄어서 공황장애가 저절로 개선되고 의정활동을 계속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민초들은 꿈을 깨시라! 여야가 한 통속으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 국회의원들을 믿고 있다가는 천 년을 가도 적폐는 척결되지 않을 것이다. 여당도 지금까지 적폐에 기여한 기득권자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라. 또 그 밖의 소수는 대세에 밀려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묻히고 타협하게 될 것이다.

 

여당 원내대표 김태년이 강원도 고성 화암사까지 찾아가서 야당 원내대표 주호영을 만난 다음 주호영이 국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무슨 억하심정으로 16개 상임위를 여당이 다 가져가라고 ‘사보타쥬(훼방)’를 행하더니, 마침내 여당이 양보하는 모양새로 법사위원장 반 토막씩 나눠서 교대로 하는 방안을 고려한단다. 이런 꼼수는 민심을 철저하게 짓밟는 것이고, 여야가 합작하여 벌이는 대국민 사기극이 될 것이다.

 

적폐청산 작업은 험하기만 할 뿐, 단물이 나오지 않는다. 개고생해서 적폐청산 하면 반발이 심하고 욕을 많이 얻어먹게 되어 오히려 표를 갉아먹게 되는 위험이 따를 뿐이다. 또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 다수도 스스로 적폐에서 자유롭지 못하여 청산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적폐청산이 제 발등 찧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적폐는 총체적이므로, 여야 의원들이 다 얽혀있어서, 야당 의원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서로 같이 죽자고 덤벼들게 될 테니, 거대 여당은 그런 상황이 벌어지도록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또 만의 하나 적폐를 다 척결해버리는 상황이 생긴다고 가정한다면, 개혁의 기치를 내건 자신들의 존재 이유가 더 이상 사라지게 될 위험도 있다. 그러니 수지맞는 장사는 적폐 청산을 하지 않고, 그냥 하는 시늉만 내면서 다음 선거할 때까지 버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니 민초들이여, 여당이 거대 의석을 가지고도 왜 야당에 끌려 다니는지 궁금해하거나 노심초사하지 마시라! 거대 여당의 다수는 적폐척결이 아니라 표 얻는 데만 온 신경이 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여당에게 적폐 척결 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걸지 마시라!

 

촛불혁명을 일구어낸 민초는 천천히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거대 여당은 180석, 2/3 의석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못 한다는 사실을. 미적거리는 국회를 대신하여 민초가 스스로 입법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독재자 박정희가 빼앗아간 국민입법권, 그 입법권을 여전히 민초들에게 돌려주지 않는 국회는 여전히 독재의 잔재라는 사실을. 여당은 야당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자발적으로 끌려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글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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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