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득권 폐쇄에 집착하는 진보세력
[시사타임즈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진보냐 보수냐 하는 이념의 문제는 한국사회가 너무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한 때 진보파가 극성을 이뤘던 유럽선진 국가들은 이제는 이념과 사상에 입각한 정치논쟁은 대부분 사라졌다.
진보세력이 보수정책을 앞장서 받아드리고 보수정당이 진보정당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이념논쟁은 없다. 모두 실용주의 노선으로 전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럼프가 난민유입을 막기 위해서 멕시코 국경지대에 수 천리에 달하는 신판 만리장성을 쌓겠다는 발상을 내놓자 민주당이 예산책정을 거부하여 커다란 파장이 일기도 했지만 난민문제에 대한 모든 국가의 입장은 대동소이하다. 유럽에서도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지만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진보적 정권으로 자임하는 문정부에서도 제주도에 몰려든 예멘난민 처리를 둘러싸고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실례다.
이념의 잣대로만 본다면 진보는 인권을 존중하고 민족주의보다는 세계주의적이어야 옳다. 그러나 자국의 이해와 상충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웅크리고 양보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활짝 열린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정치의 이념대결은 광복이전부터 독립운동 시절에 이미 싹터왔기에 뿌리가 깊다. 더구나 미소 양국의 국제정치의 대결마당에서 희생양이 되어버린 한국은 남북분단으로 인하여 극명한 이념사상대결이라는 태생적 채무를 안고 살아간다.
민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6.25전쟁은 모든 가치의 기준을 진보와 보수로 편 갈라왔으며 지금도 계속된다. 이른바 진영논리다. 여기에 끼지 않으면 무조건 배척이다. 이 양자구도는 지역주의와 상통하며 더욱 극성이다. 전라도는 진보 경상도는 보수 충청도는 중도라는 프레임이 붙여져 그렇지 않은 사람까지도 싸잡아 이념의 노리개가 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가장 손쉽게 대중을 요리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일반국민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이 진보에 속한다고 생각하면 논리를 따질 것 없이 진보에 표를 준다. 반면에 보수에 속하는 지역이라면 무조건 보수 쪽으로 돌아간다. 지역주의와 진영논리는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며 국민을 속이고, 국민의 이익을 특정 정치세력 사유화를 돕는다. 이것이 깨지지 않으면 한국정치의 발전은 없다고 아무리 나팔을 불어도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투표는 프레임의 노예가 된다.
촛불혁명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에도 2년이 넘는 동안 계속적으로 적폐청산만을 외장치며 ‘과거 지우기’에만 열중한다. 진보를 내세운 정권이라면 자질구레한 과거는 덮어버리고 새로운 정책을 과감하게 실천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조성하는 것이 첫째다. 소득주도성장이나 최저임금인상은 겉으로 볼 때에는 산뜻하지만 경제적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했다.
이를 고수하다보니 문정부의 첫 목표인 일자리 창출은 사라지고 청년층의 대량실업이라는 고난을 양산했다. 며칠 전 고용부의 발표를 봐도 60대 이상의 고용률은 35% 상승한 반면 가장 일을 많이 해야 할 3040세대는 25% 하락했다는 뚜렷한 지표가 제시되었다. 노인고용도 늘어나야 하지만 그것은 경제의 도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젊은 세대의 실업률이 대폭 늘어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다. 20대 젊은이들은 과거에 대부분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오히려 보수화되었다는 평이 다수다. 지난 4.3보권선거에서 이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당황한 청와대와 민주당이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원재 교수를 초청하여 비공개 강연회를 열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진보정부가 집권해도 내 삶이나 미래는 진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20대가 깨달았다” “10년 전부터 젊은층은 북한에 우호적인 86세대와 다르게 적대적이다. ‘진보=대북우호’틀이 ‘반북진보’로 바뀐 것을 집권층은 명심해야 한다.” “20대 젊은층이 보수적이어서 정권에 등을 돌렸다는 것은 딱한 이야기다. 불안한 20대를 돌려세운 것은 미래전망을 내놓지 못하는 진보진영 기성세대의 이념우선 프레임 때문이다” 이교수의 날카로운 지적이다. 아직도 20대는 진보적이지만 현 집권세력이 돈과 권력을 모두 쥔 무늬만의 진보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 수많은 저서를 통하여 베스트셀러를 거듭거듭 냈던 김형석교수도 비슷한 안목의 칼럼을 썼다. 그는 백세인생으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아직도 활발한 강연과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는 현 정부가 진보적이라고 자부하면서도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라는 폐쇄성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더 늦기 전에 내정의 방향을 바꾸거나 책임자를 교체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기득권만을 고수하려는 폐쇄적인 집권세력은 결국 국민을 열린 보수진영으로 관심을 돌리게 만들 것이라는 노교수의 주장은 국민보다 뒤처진 집권당에게 정문(頂門)의 일침이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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