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암살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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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칼럼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암살’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히트를 기록한 게 작년이다. 전지현이 주연을 맡아 멋진 연기를 보여줘 더 많은 관심을 끈 것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의 배경은 일제 강점기로 친일파를 암살하는 것이었다.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들에 대한 민족의 분노는 그들을 이 세상에서 살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매국노의 대표 격인 이완용도 칼을 맞고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 겨우 생명을 부지한 일도 있다. 이등박문을 저격한 안중근의사에 대해서 일본에서는 테러리스트로 취급하여 ‘암살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을 강제로 집어삼킨 원흉을 속 시원하게 죽인 영웅으로 추앙한다. 더구나 안중근 자신이 법정에서 “나는 독립군 총참모장으로서 전투 중 적군의 대장을 사격하여 죽인 것일 뿐이기에 나를 포로로 대우하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죽음을 놓고도 서로의 위치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수도 있지만 암살의 역사는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명한 암살사건이 많지만 역사를 바꾼 사건으로 인구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건은 로마의 원로원에서 심복이었던 부르터스에 의한 시저의 죽음일 것이다. 미국의 케네디가 오스왈드의 흉탄에 쓰러진 것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사건의 하나다.
한국에서는 임시정부 주석으로 남북이 통일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김구선생이 안두희의 총탄에 쓰러진 일이 지금까지도 논란을 일으킨다. 광복 직후에 송진우 장덕수 여운형 등 유수한 민족의 지도자들이 암살의 희생양이 되었던 것도 그 배후를 두고 풀리지 않고 있다. 암살 실행자들이 모두 체포되었지만 배후를 밝혀내지 못하였으며 그들에 대한 처벌도 미약하여 이승만 배후설이 끈질기게 따라 붙어있는 것도 여전하다.
요즘 우리나라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문제로 태극기집회와 촛불시위가 맞선 채 극도의 국론분열 상태에 빠져있다. 박근혜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암살과 시해로 잃은 불행을 겪고서도 떨치고 일어나 대통령에 당선했지만 불행히도 최순실의 농간에 놀아나면서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문세광에게 쓰러진 육영수여사, 심복 중의 심복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탄에 희생된 박정희대통령은 박근혜에게 씻을 수 없는 암살의 트라우마를 안겼을 것이다. 더구나 본인마저 유세도중 카터 칼이 목을 깊숙이 파고드는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런 암울한 처지에서 이번에는 북한정권의 소행으로 보이는 김정남 암살사건이 멀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터졌다. 북한은 그동안 핵실험을 다섯 차례나 거듭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처진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을 저질렀다. 김정남은 김정은의 이복형으로 서열상 그가 북한정권을 세습하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김정일이 일찍이 동생 김정은을 후계자로 선택함으로서 그는 외국에서 떠돌며 살아왔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해설이 많지만 어느 누가 정확히 집어낼 수 있을 것인가. 다만 포악한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까지 고사포로 쏴죽이면서 친형인 김정남을 옹위하여 자신의 자리를 노리는 세력이 국내외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비교적 유력할 뿐이다. 이 사건은 아직도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으며 암살자들의 행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규모로 동원된 북한 요원들이 돈으로 매수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여인을 꼬드겨 김정남의 얼굴에 VX라는 신경물질을 문지르도록 했다는 것이 CCTV영상으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북한요원들은 대부분 당일로 짐을 꾸려 북한으로 돌아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연루자들을 추적하고 있으며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한 자들은 대사관에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강제수사는 외국공관이라는 점에서 매우 어려운 처지다. 다만 이 사건의 여파로 북한이 또다시 테러지원국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은 매우 높다. 또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의 외교단절이라는 사태도 예상된다. 그런 경우에는 외교관 신분이 아닌 암살자들은 체포될 여지가 많다.
이번 암살사건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서 10여 년 전에 벌어졌던 옴진리교 사건을 떠올린다. 신자 60여 명이 한꺼번에 죽은 사건이다. 이 때 사용된 독가스가 바로 김정남을 독살한 신경물질 VX다. 세계 제일의 부자로 알려진 빌게이츠는 독가스로 인하여 세계에서 3천만 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지 않고 VX가스를 장착하여 공격하면 소리 없는 대량살인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 엄청난 공포 앞에 자유로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가장 많은 독가스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북한이라는 사실 앞에 우리는 전율하고 있어야만 할까.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로 독가스를 가지고 있는데 한국은 어떤 대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세계의 평화를 책임지고 있는 유엔은 아직도 제재 성명 하나 채택하고 뒤로 물러서 있는가. 동맹국 미국은 방위비 타령이나 하면서 물 건너 불구경이나 하려는가. 핵과 독가스는 한국에 대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대한 직접위협이다. 김정남 암살은 인류의 안전에 대한 핵심 경고임을 잊어선 안 된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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