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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 사법쿠데타

[칼럼]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 사법쿠데타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지금 한국에서는 사법 권력에 의한 삼권분립의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검찰과 사법부 등 법조인들이 법적 수단과 장치를 동원하여 알게 모르게 야금야금 민주적 제도와 규범을 침식하여 민주를 해치는 것이 이른바 사법쿠데타이다. 그 선례는 이미 브라질의 세르지우 모루가 구사한 ‘세차(洗車)작전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의 사법 권력의 독주는 하루 이틀에 생긴 것이 아니라, 약 한 세기 유구하게 이어져온 식민지배 및 독재정권의 잔재이다.

 

현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내린 직무배제조치가 일주일 만에 법원에 의해 취소되었고(2020.12.1), 그로부터 보름 만에 내려진 ‘2개월 직무정지’ 조치가 다시 여드레 만에 법원에 의해 최소 되었다. 후자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고 법무부장관의 품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까지 한 사안이다. 법원은 “청구인(검찰총장)이 낸 징계처분 취소청구의 소(송) 본안 사건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주요 특수·공안 사건을 선별해 재판부 판사들의 출신, 주요 판결, 세평, 특이사항 등을 정리해 문건으로 만든 판사 사찰 문건, 또 검언유착 사건의 감찰 및 수사방해 등, 법무부가 윤석열의 징계 사유로 제기한 대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이를 소명(그런 사실이 있는 것으로 판사가 추측하는 것)이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판사사찰 문건 관련하여, 재판부는 “해당 문건이 악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하고, 차후 이와 같은 문건이 작성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된다”고 했고, 검찰과 언론 유착 사건 감찰방해 의혹에 대해서도 “이유 없이 감찰활동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징계 사유가 소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징계집행정지의 청구인 신청을 인용했다. 사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 범죄 혐의는 소명이 되나, 신청인의 고의적 목적성 여부를 두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았고, 둘째, 다툼의 여지가 있어 신청인(윤석열)이 본안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고, 셋째, 신청인에 주어지는 혐의가 공공복리를 해치는 것이라고 보지 않았고, 또 추가 범죄 가능성이 없다고 봄으로써 그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민중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 세 가지 사유는 공직자의 일탈이 가져오는 사회적 위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재판부 판결 자체의 일탈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더구나, 객관적 행위로서 검찰총장의 범죄가 소명이 되는데도, 혐의자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기 때문에 징계처분을 취소했다. 같은 맥락에서 혐의자의 고의 목적성 여부가 불명확하다는 점, 보장된 임기, 참고 견딜 수 없는 손해(사회적 체면 손상 관련), 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본안 1심 판결이 선고되고도 30일 후까지 행정부의 징계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이런 판결에 따르면, 민초는 공직자가 재판을 받아서 유죄선고를 받을 때까지 길고 긴 시간 동안 매일 시달리다가 볼 일 다 보게 된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이기 그 공권력을 개인의 심리적 위안과 체면을 위해 행사하는 것쯤으로 한국 판사들이 이해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객관적 범법 사실이 소명 되는데도 목적성 여부 운운하고 혐의자 손을 들어준 법원

 

‘재판부 분석(판사 사찰)문건’이 “악용될 위험성이 있으므로 매우 부적절하고 차후 이와 같은 종류의 문건이 작성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된다”하면서도, “재판부를 공격하거나 우스갯거리로 만들 ‘목적’을 가지고 작성되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다는 이유도 없이, ‘(검찰과 채널A 간)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조사 및 감찰을 중단하라고 지시해 감찰 방해 징계사유는 소명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윤 총장이 한동훈(윤석열의 최측근) 검사장에 대한 신속한 감찰·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중단 지시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본안재판에서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이 징계 취소 결정한 근거는 내면적 ‘목적성’ 여부가 불명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는 주관적 잣대(목적성)를 가지고 사법 권력을 농단할 가능성이 언제나 개재한다. 한 예로, 성희롱 혐의로 고소된 전 충남도지사 안희정의 경우, 증거 불충분으로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으나, 2심에서는 피해자 고소인의 성인지 감수성을 기준으로 하여 유죄판결이 내려져 피고인은 현재 아직도 복역 중에 있다.

 

안희정 성희롱 사건의 진실이 어떠했는지를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주관적 감정을 기준으로 하는 판결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객관적 증거가 있을 수 없는 ‘성인지감수성’을 빌미로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성희롱 범죄자로 몰려서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심지어, 쫓아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고의로 ‘성인지감수성’ 운운하여 성희롱 혹은 성추행으로 몰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법원에 의한 윤석열 징계처분 취소 결정은 밑도 끝도 없는 심리적 상황, 아무리 세월이 가야 증거가 확보될 것도 같지 않은 바로 그 목적성의 불확실성에 기초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공직자의 처벌을 연기하는 법원

 

위에서 소개한 바, “윤 총장이 한동훈(윤석열의 최측근) 검사장에 대한 신속한 감찰·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중단 지시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본안재판에서 충분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판결의 취지는 “(증거도 없는) ‘목적성’ 여부를 두고 본안에서 다툴 경우 신청인(윤석열)의 승소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서 2개월 정직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 마당에도, 법원은 객관적 증거가 있을 턱이 없는 혐의자의 ‘목적성 여부’를 두고 다투어서 승소할 가능성까지 배려하여 대통령이 재가한 행정부의 징계처분을 취소한 것이다. 이렇듯, 법원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공직자의 범죄 가능성을 더욱 부추기고 민중의 피해를 조장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헌법재판소의 심보는 고대 아테네인의 재판 원리와 정반대이다. 고대 아테네 민주정치는 혐의가 소명이 되어도, 확정 판결 받을 때까지 권력을 행사하는 공직자를 처벌을 못하고 마냥 당하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낌새만 보이면 싹을 미리 잘라 없애버렸다. 고대 아테네인의 재판은 우리네 헌법재판소 심보와 정 반대이다. 혐의가 소명(법관이 확실하다고 추측하게 하는 것)이 되어도, 확정 판결 받을 때까지 권력을 행사하는 공직자를 처벌을 못하고 마냥 당하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낌새만 보이면 싹을 미리 잘라 없애버렸다.

 

민주정치의 요람인 고대 아테네에서는 도편추방제도(오스트라키스모스)가 있었다. 비수와 같은 권력의 오남용에 대해 미리 견제를 하는 것이다. 도편추방은 시민 민초가 공직자를 추방하는 제도인데, 혐의가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투표를 통해 추방할 수가 있다. 여기에는 증거가 필요 없다. 증거도 없이 쫓겨나는 공직자는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감내해야 한다. 그런 억울한 지경에 처하지 않으려면 공직에 나서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이 같은 고대 아테네 민주정치 시민의 지혜와는 정반대 쪽이다. 국민 민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치도록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련하게도 증거가 확실하게 나올 때까지, 그 기나긴 재판 과정을 다 끝낼 때까지, 혐의자, 그것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된 자에게, 공권력 오남용 기회를 연장해주고 마냥 방치하려 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이 같은 판결 취지는 놀랍게도 얼마 전 대한법학교수회에서 낸 성명서의 취지와 딱 맞아떨어진다. 법학교수들이 윤석열을 지지하고 그 징계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 나물에 그 밥, 재판관들이 이런 교수들에게서 배운 것이 권력의 남용은 방치하고, 민초의 이익은 뒷전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이제 보니, 애초에 교수들에게서 배울 때부터 그렇게 배웠던 것이다.

 

‘공적’ 지위를 ‘개인’ 손해 산정에 대입한 법원의 오류

 

재판부에 따르면 “신청인은 징계 처분으로 인해 2개월 동안 검찰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며 “검찰총장의 법적 지위, 임기 등을 고려하면 이 손해는 금전보상으로는 사회 관념상 행정처분을 받는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무형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것은 징계 처분으로 윤석열이 개인적으로 보는 손해가 불가능한 것이라는 뜻이다. 반면, “징계 효력이 정지돼 신청인(윤석열)이 검찰사무를 다시 총괄한다면 신청인이 연루된 사건에 대한 공정한 검찰권 행사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추 장관 측 주장의 취지는 배척되었다.

 

이런 재판부의 판단은 ‘검찰총장’이라는 ‘공적’인 법적 지위를 ‘개인’의 손해를 산정하는 데 대입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권력을 악용하여 민초가 보는 손해보다, 윤석열 개인이 징계를 당하여 보는 손해의 가치가 더 크다는 뜻이다.

 

재판부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공익을 대표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들을 총괄해 지휘·감독하는 권한과 그에 따른 엄중 책임이 부여된 자라는 지위를 고려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이 같은 재판부 판단은 징계 청구 대상인 검찰총장에 대해 ‘공익을 대표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뚜렷한 지위를 규정해주면서, 법령상 검찰총장의 상급자이자 국민들의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 및 그 위임을 받은 법무부 장관의 행정 통제 기능을 무력화하여 뭉개버리는 효과를 낳았다.

 

이렇듯, 재판부는 범죄 혐의가 소명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지위에 부여되는 원론으로서의 임무를 현실 자체인 것으로 의제하여 혐의자를 백색의 비둘기로 만들었다. 그리고 공권력이 계속 오남용될 위험이 만인의 눈앞에 선하게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소명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검찰총장이 자신의 최측근 한동훈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감찰을 중단시킨 사실, 판사사찰 문건을 작성한 사실 등이 소명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이번 <윤석열 징계처분 취소> 사례는 한국 재판부 판결의 불공정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OECD 국가 중에서 사법신로도가 꼴찌인 이유가 사실무근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찰 공직자의 범죄 가능성에 대해서 한없이 관대한 법원의 판결이 그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글 : 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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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 전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