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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위대한 세상의 금과옥조(金科玉條)

[칼럼] 위대한 세상의 금과옥조(金科玉條)

 

▲김진규 시사타임즈 전북본부 부장.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진규 시사타임즈 전북본부 부장] 지난 5월초에 부처님 오신 날이 지나갔다. 어렸을 적 내가 살던 순창을 둘러싼 산자락 곳곳에 절이 들어 앉아 있었다. 사월초파일이 가까워지면 절에 켜놓은 연등이 엄청나게 아름다웠다. 전기사정도 매우 나빴던 시절이라 산 절에 킨 연등은 오늘날 불꽃놀이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멋지고 아름다웠다. 북한에서도 김정은 일가의 생일날이면 폭죽과 불꽃놀이로 고달픈 인민들의 삶을 잠시라도 녹여준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장단거리 미사일로 세계인까지 이 놀이에 동참시키고 있다. 미사일을 만들어 쏘는 거야 제 맘이겠지만 수많은 인민들의 생활은 어렵고 고달프다. 인민들이야 죽든 살든 세계를 위협하는 핵폭탄과 미사일만 있으면 그만이라는 그들의 사고방식에 죽어나는 건 아무 죄도 없는 인민들뿐이다. 그런데 돈이 없어 절에 메달아 놓을 연등 값조차 내지 못하는 집들이 많았다. 가족 수대로 연등을 달아야 좋다는데 한 등 켜기도 어려운 사정이라 정성을 모아 겨우 한 등 값을 마련했다고 해서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말이 생겼다. 가난한 사람이 먹을 것도 줄이고 입을 옷도 꿰매어 입고 겨우 만들 수 있는 연등 값을 마련하는 정성을 높이 평가한 말이다. 큰 부자의 돈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표현일 수 있을 것이다. 성경에도 이와 비슷한 말이 있다, 가난한 사람의 헌금이 부자의 헌금보다 크다는 것은 풍족한자는 자기가 갖고 있는 전부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가난한자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전부를 제공 했기에 값지다는 말이다, 돈에 매겨진 화폐가치만 따진다면 부자가 낸 많은 돈이 훨씬 값어치가 있겠지만 인간의 정성 값으로 치면 가난한 이의 값도 그만한 가치가 있을뿐더러 오히려 더 큰 교훈을 주는 효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향상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이르렀다. 명실 공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돈이 없어서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 없다고 할 만큼 본인의 뜻만 있으면 학교에 다니는데 큰 애로점은 없다. 수많은 장학금이 어느 학교 어느 대학을 막론하고 무지 풍성하다. 많은 기관과 개인들의 장학금이 답지해 있기 때문이다. 큰 회사의 대표들은 엄청난 액수의 장학금을 서슴없이 내놓는다. 장학금을 기부하면 정부에서 세금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에 알맞은 혜택을 주기 때문에 기부장학금이 기업 경영상 지장을 초래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투자가 우선인 기업이 마구잡이로 장학금을 기부할 수는 없다. 이런 애로를 극복하고 장학금을 내놓는 기업인들에게는 국민들이 찬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기업풍토 속에서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영세한 국민들의 주머니 돈 기부는 사회를 향한 조용한 외침이다.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작은 정성이 모아져 큰 역사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위를 살피면 가난한 사람들의 기부금이나 장학금은 사회에 대한 영향력만으로도 부자의 큰돈 못지않다. 언젠가 고대 앞에서 평생 장사를 했던 부부가 물경 400억에 해당하는 땅을 기부하여 큰 충격을 안겨 줬기에 우리사회에 큰 감동을 불러왔다. 자식들을 설득하여 상속을 포기하게 만들고 그 큰돈을 아낌없이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은 범인들로서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들 뿐이 아니다. 큰돈이 아니어도 좋고, 작은 돈이어서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내가 아끼고 안 쓰고 모은 돈을 사회공익을 위해서 선뜻 기증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를 훈훈하게 만드는 제일 좋은 일이다.

 

이번에 86세 되신 할머니가 있는 돈을 모조리 털어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나서 한 말씀은 이 세상의 금과옥조(金科玉條). “평생을 가난과 노동 속에서 살아왔는데 다 주고 나니 오히려 내가 더 행복하네요.” 누가 잘난 사람이라고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할머니는 전북 정읍시 칠보면에 장학금 15백만원을 기탁하면서 이렇게 말한 것이다. 박순덕 할머니는 작년 6월에도 3.550만원을 기증한 바 있다.

 

당시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장학금을 기부하겠다고 지나가는 말처럼 약속한 바 있는데 이번에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박순덕 할머니에게 1억은 어마어마하게 큰돈이다. 그는 평생 길거리에서 우리가 쉽게 만나는 폐지수집으로 하루하루 살아온 사람이다. 가난 속에서 19세에 고향을 떠나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기에 아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또래들이 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경제적 사정으로 자신의 학업은 접어야 했지만 가난한 고향의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되고 싶어 한푼 두푼 모았다.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기지 않도록 귀중한 장학금을 기여한 박할머니의 원대한 뜻이 널리 퍼져나가 우람한 불꽃으로 타오르기를 간절하게 기원한다.

 

 : 김진규 시사타임즈 전북본부 부장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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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시사타임즈 전북본부 부장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