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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인간중심정치철학과 민족통일학

[칼럼] 인간중심정치철학과 민족통일학

서 문: 한국민족주의로 통일교육을

 

 

▲노태구 경기대 명예교수.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노태구 경기대 명예교수] 1948년 제헌헌법 제정당시, 조선인민의 자치능력을 인정하면 공산당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는 미국의 판단으로 국민발의권을 배재한 헌법체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현하 미중은 총성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한반도 운전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다. 중재자, 조정자는 통일 민족국가 수립을 위한 민족주의의 이해가 요긴하다. 

 

이런 의미에서 그 연구방법은 논쟁과 분석을 두고 기존의 이론이나 희망 뿐 만이 아니라 국제정치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실과 실천적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민족주의 자체는 중립적으로 다른 사상, 이념과 쉽게 결합할 수 있다. 민족주의는 어떤 사상과 이념, 정치체제와 결합하느냐에 따라 순기능과 역기능을 가지게 된다. 제국주의 시대는 자주적 독립국가 건설의 이념적 기반이 되었다.

 

민족주의는 21C에도 여전히 역사의 보편가치로서 전 지구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변신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더구나 75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계급모순의 분단체제가, 배달겨레의 하나의 민족(의식)’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한국민족주의라는 민족통일학이 주목을 받게 되는 이유이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민족주의가 더 중요한 게임의 법칙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작금의 미국의 고립주의는 세계화시대의 종언이라고까지 규정된다. 그런데도 흥미로운 것은 한국 내에서는 통일을 위해서는 민족주의적 접근이 요청되는데도 정작 민족주의 담론은 드물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강인한 민족정신, 훌륭한 국토, 산업능력을 갖추어 빠르게 성장하고 사회 안정을 이루었다. 폭력적인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자주적으로 평등한 통일을 지향하며 완전독립을 외쳐왔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의 모순에서도 현실에 굴하지 않고 세계적인 강국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광복절의 광화문광장을 바라보노라면 일제 잔재와 6·25냉전으로 인한 과거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아직도 자신을 비하하고 좌우의 한쪽 면만을 전부라고 주장하며 왜곡된 역사관으로 감성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민족에게 정의는 없는 것인가? 광복 75주년에 우리가 진정으로 깨달아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국제관계, 국제정치에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착한 외세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영국의 파마스턴 수상이 1848년 하원연설에서 설파하였다. 그러나 국가이익은 영원하기 때문에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다. 민족통합으로 완전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민족주의의 정치 이념이 요구된다.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인류공동체건설에 기여하는 보편이론과 실천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족이란 인류역사발전에 공속의식과 민족의식에 따라 결합된 정치단위의 사회 역사적 실체이다. 애족사상, 민족정신의 주관적 요소에 의해, 정체성(동질성, 일체성)이 보장됨으로써 비로소 완벽한 민족이 생성되는 것이다. 민족혼의 지향은 필연적으로 민족주의 이념으로 발전하게 된다.

 

진정한 민족주의는 민족의 발전을 통해 타자와의 공생공영을 도모하는 이념이며 태도이다. 서양의 폐쇄적 배타적 민족주의와는 달리 한국민족주의는 남과 북이 민족주의에 기초해 합의통일을 모색해 나아가는 자유롭고도 민주적인 사회동포적 애국주의(cosmopolitan patriotism)이다. 자유가 없는 민주는 독재이고 민주가 없는 자유는 무법천지이다. 여기에 인권을 더하는 것이다. 구밀복검(口蜜腹劍) 무리의 얘기이다, 지부작족(知斧斫足)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자비로움과 영명함이 균형을 이루는 지도력을 발휘해가야 한다.

 

이제 우리는 남남갈등을 극복하여 남북이 더불어 잘 사는 상생협력의 시대를 추동해가야 한다. 남북한 동포가 서로 문호를 열고 단합하여 한반도 평화통일을 통해 주체적 역량으로 위대한 미래를 설계해나가야 하겠다. 남북통일을 위한 비전과 실천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정신으로 통일원칙을 실현해나가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민족통일을 달성하게 되면 그간의 세력균형정책에서 벗어나게 됨으로써 주변 국가 모두에게 이익을 보장받게 되어 우리 한민족의 역사를 새롭게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때가 되면 저절로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철부지가 철이 들듯이 이제 대한민족의 평화통일은 거역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사명이자 天命이다. 갈라진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어 세계 속에 한민족의 얼을 찬란하게 꽃피워야 한다.

 

작금의 한국은 미·중 러브콜의 딜레마와 축복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실리외교를 한답시고 원칙 없는 눈치외교가 아니라, 이제는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선진국가가 된 이상 등거리 중립외교로 해결해가야 한다. 그런데 이 등거리 중립외교는 우리 스스로의 의지로 정책을 선택하여 행동하는 민족주의의 영세중립이나 비동맹을 선언한 국가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돈도 자주독립도 빼앗기는 사대굴욕의 동맹외교에서 벗어나 남북한 공동의 한반도 중립화를 추진할 수 있는 호기이다. 원칙 없는 실리 외교는 순간의 곤란은 넘어갈 수 있지만 영원히 위기를 회피할 수 없다. 당당히 대의명분을 가진 G11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축복의 외교로 만들어가야 한다. 광해군이 명·청 사이에서 취했던 외교방식이 생각난다.

 

 

다시 말해 포스트 코로나의 미중 신 냉전 격돌을 두고 한반도 문제는 남북이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자강에 기반한 적극적으로 실리와 명분의 외교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세계의 지성들이 이제는 다자주의를 넘어 세계질서를 주도한 국가들이 약화되고 각자도생하는 민족주의적 자주외교의 성곽도시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더 이상 전략적 모호성이란 동맹외교를 넘어 외교의 다극화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 외교의 다극화와 경제 무역의 다자주의는 다르다.

 

민족주의의 발흥으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다자주의적 접근이 강조된다. 세계화·지구적 문명을 향해 탈민족(주의)을 말한다. 경제지구화는 여전히 역사적 흐름이고 각 나라가 분업 협력하고 상호이익을 내자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과의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는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당분간 한미의 동맹의 틀을 깰 수는 없겠지만 미국의 반 중국 도발에 가세해서는 득볼게 없다. 군사·금융대국과 생산대국 사이에서 다극적인 국제질서의 출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미중의 편가르기 압박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진전시킬 전략을 짜야 한다. 따라서 다극주의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 쪽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이라기보다는 다국 간의 호혜관계, 그리고 가급적이면 모든 국제관계에서 대외의존도 줄이기다.

 

사실 다가올 세계판도에서 남북협력의 강화는 남북양쪽에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남북협력을 통해 북쪽이 대 중국 경제 의존도를 줄이고, 남쪽이 대미 군사의존도를 줄이면 남북양쪽이 새로운 국제질서에의 안착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반발을 사게 되더라도 남북협력을 현재보다 더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리하여 남북은 군사적 대립을 피하고 이념적 정통성 주장의 대립을 지양하고, 양측이 민족주의에 의한 중립화 정치노선을 표방하는 것이다. 이익공동체, 책임공동체, 운명공동체를 만들어 새로운 시대의 화려한 장을 함께 열어가야 한다.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특수한 분단 상황 하에서는 민족주의는 합의통일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이것이 한국민족주의의 진화통일론이다. 지금까지의 불완전한 통일론을 완전통일론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진화통일론에는 민족주의적 합의통일을 달성해가기 위해 민족주의의 3대 근본속성인 연대의식, 민족수호의지, 발전지향성 등을 통일담론의 철학적 기조로 삼고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중립화는 자강의 가치를 깊이 내면화한 남북한 민중의 자각에서부터 출발되어질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남북 정권의 상호 인정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동북아와 세계 인간공동체의 영구 번영의 새 질서를 열어갈 것이다. 남북한 민중과 지도자들은 평화를 갈구하는 세계인민들의 지원에 바탕하여 한반도 영세중립화 꿈을 달성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부단히 전개해나가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한국민족주의의 통일담론을 철학적 기조로 논의되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그 내용(contents)으로 인간중심정치철학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보다도 인간중심정치철학에 기초한 시민의식교육과 민족정신교육의 일환으로 통일교육에 심혈을 기울려야 한다.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교육·홍보를 통해 한국민족주의를 대중화하고 정치의식의 성숙을 위한 정책화, 국회를 통한 제도화를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민족주의와 전통의 가치를 지키는 건전한 보수 세력과 세계주의와 개혁을 주요시하는 합리적인 진보세력들이 변증법을 통한 상생·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치사상교육을 시작하여야 한다. 민족주의와 국제주의가 모순관계가 아니라 불가분의 관계이다.

 

대결과 적대의 냉전을 넘어 화해와 공존의 평화시대 설계를 주도할 탄탄한 철학과 새로운 이론화 작업(brain­storming)이 필요하다. 국제화 시대지만 문제해결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민족의 당사자 자신들이라는 점이다. 중립국인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이 냉전 속에서도 평화와 번영을 누린 것처럼 싸움에 휘말리지 않는 자가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철칙이다.

 

앞으로 인간중심정치철학과 평화통일학이라는 제목으로 민주주의 정치사상과 변증법적 전략전술론 그리고 민주주의 이념당 건설에 대해 차례로 설명해보고자 한다.

 

 

志不求易者成(지불구이자성: 안일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은 뜻을 이룰 것이요)

事不避難者進(사불피난자진: 어려움을 피하지 않는 사람은 일을 이룰 것이다.)

 

 

2020. 8. 23.

處暑方背精舍에서

 

: 노태구 경기대 명예교수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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