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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영원한 KOICA man 송인엽 교수 [나가자, 세계로! (40)] 19. 체코(Czech)

영원한 KOICA man 송인엽 교수 [나가자, 세계로! (40)] 19. 체코(Czech)

 

[시사타임즈 = 송인엽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전 소장)]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한 국경일 행사장에서 오스트리아 참사관과, 2017.10.4.). ⒞시사타임즈
▲< 국기 >백색과 적색은 보헤미아지역의 색으로 후에 청색이 추가됨. < 국장 >체코의 3개 지역(보헤미아, 모라비아, 실레시아)을 나타내는 문장으로 구성. ⒞시사타임즈

 

 

< 국가 개관 >

 

체코 공화국은 중앙유럽에 있으며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폴란드와 닿아 있다. 수도는 프라하이다. 크게 체히, 모라바, 슬레스코 세 지방으로 나뉜다. 체히는 라틴어로 보헤미아’, 슬레스코는 영어로 실레지아. 1968년에 프라하의 봄을 겪고 1989년 벨벳 혁명을 통해 공산체계를 벗고 자유민주제를 이뤘다. 체코는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로부터 분리되었다. 보헤미아 왕국, 합스부르크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시대를 거치면서 문화적 전통을 이어 왔으며, 프라하 구시가지 전체가 UNESCO에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19993NATO, 20045EU, 1995OECD의 회원국이 되었다.

 

The Czech Republic locates in Central Europe. including Bohemia, Moravia and Silesia. In 1948, Czechoslovakia became a communist state. In 1968, dissatisfaction culminated in attempts to reform the communist. The events, known as the Prague Spring of 1968, ended with an invasion by Warsaw Pact countries, the troops remained until the 1989 Velvet Revolution, when communist regime collapsed. On 1 January 1993, it peacefully dissolved into the Czech Republic and the Slovak Republic. It is a member of EU, NATO, OECD.

 

 

1. 국명(Country) : 체코(Czech Republics)

2. 수도(Capital) : 프라하 (Prague)

3. 면적(Territory) : 78,866

4. 인구(Population) : 10,650,000

5. 국민소득(GNI) : US$24,500

6. 언어(Language) : 체코어 (Czech)

7. 독립일(Independence) : 1993.1.1

 

프라하의 봄, 체코

 

산과 고원, 동굴과 협곡

넓은 평원, 습지 그리고 호수

다채롭고 아름다운 땅이여

 

우리는 체코 삼형제, 우리를 소개한다

금색 왕관에 은색 사자, 보헤미아다

금색 왕관에 빨간색 은색 체크 독수리, 모라바다

금색 왕관에 검은 독수리, 실레지아다

 

원래는 31

자매 슬로바키아는 1993년 시집보냈죠

 

유럽의 심장, 황금도시 프라하

볼타강 라베강 양 옆에 끼고

건물마다 고딕 첨탑, 백탑도시 이뤘네

 

브르노의 요새, 수필베르크성이여

나찌, 게쉬타포 감옥으로 전락시켰다

1960년 박물관으로 거듭났다

 

그때 1968년 프라하의 봄,

너무 추워 꽃이 피다 지고 말았죠

 

드디어 1989년 벨벳 혁명,

44년 공산치하 떨쳐버리고

자유민주화 꽃 마침내 활짝 피웠죠

 

한국 고맙소, 노쇼비체 자동차 생산 30만대

동구권 최고 부국 OECD 회원국

EUNATO 회원은 당연하다 하겠죠

 

진리가 승리하는 나의 조국 찾았다

영광의 체코 넘어 세계평화 앞장선다

 

Prague's Spring, Czech

 

Mounts and Plateau, Caves and Canyons

Prairies and Swamps and Lakes

What a land of variety and beauty

 

We're three brothers of Czech, let me introduce ourselves

I'm Bohemia, Silver Lion with golden crown

I'm Moraba, Red-silver checked Eagle with golden crown

I'm Silesia, Black Eagle with gold crown

 

We have one sister, more, Slovakia

But she got married in 1993

 

Prague, the Heart of Europe, Gold City,

Having two rivers of Volta and Labe beside

Become city of one hundred Gothic towers at every building

 

Spilberk Castle, Bruno's fortress

Nazi degraded it as a Geshtapo prison

But it was reborn as a museum for all

 

At that time in 1968, spring at Prague

Too cold to bloom then, it faded and fell

At last, Velvet Revolution in 1989

Good bye to communism of 44 years

Democratic freedom bloomed bright

 

Thank you, Korea, Production of 300,000 cars at Noshoviche

Richest nation in eastern Europe, and OECD's Member

Of course, EU's and NATO's member, too

 

We established our nation where truth reigns

Now we'll lead for world peace beyond Czech's glory.

 

1. 체코 약사

 

9세기 말부터 14세기 초까지 프르셰미슬 왕조가 다스렸다. 이후 룩셈부르크 왕조가 다스리는 중에 카렐 1세가 신성 로마 황제 카를 4세로 즉위하였다.

 

15세기 이후 후스파의 종교 개혁이 격렬하게 전개되어 카톨릭과 개신교의 분쟁이 계속되었으며, 17세기의 보헤미아는 로마 가톨릭 국가였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 하에 있었고,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 양쪽 교도들 사이에 여러 차례 불협화음이 일어났고, 결국 30년 전쟁(1618~48)이 발발했다.

 

황제 마티아스가 사망하고(1619), 보헤미아 왕 페르디난트 2세가 신성 로마 제국 황제도 겸임(재위: 1619~37)하게 되자, 보헤미아의 제후들은 페르디난트 2세를 황제로 인정하지 않고, 개신교 제후 연합의 중심적 존재였던 팔츠 선제후 프리드리히 5세를 의회에서 보헤미아의 왕(재위: 1619~20)으로 선출하고 황제에게 대항하였다. 사실상 로마 가톨릭 교회 동맹세력이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이 시점에서 승부는 이미 결정되고, 이후 합스부르크 왕가의 보헤미아 지배는 강화되었다. 30년 전쟁 이후 신성 로마 제국의 로마 가톨릭 지배가 강화되었고 그대로 신성 로마 제국의 제위(帝位)를 독점한 오스트리아-헝가리가 체코를 1918년까지 지배하였다.

 

이후 체코슬로바키아로 독립하였으나 1938년 나치 독일에 합병되어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 점령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1945년에 소련의 위성국이 되어 공산화됐다. 1980년대 후반 중앙유럽 민주화 물결을 타고 1989년에 비폭력 혁명인 벨벳 혁명을 통해 민주화에 성공한 후, 국민 투표를 통해 1993년에 슬로바키아와 분리하였다.

 

대한민국과는 체코슬로바키아 시절인 1990년에 정식 수교하였으며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된 이후에도 두 국가 모두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체코에는 현대자동차의 노쇼비체 현지공장이 있다.

 

2. 체코의 한국 국경일 행사

 

▲(프라하에서 열렸던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한 한국 국경일 행사장, 2017.10.4.). ⒞시사타임즈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헤이그에서 출발하여 32일 동안 독일을 주파하고 프라하에 2017102일에 도착하게 된다. 1,200km를 달렸으니 육체에 피로가 쌓였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그에게 특별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라크에서 함께 근무하며 우의를 다졌던 문승현 체코주재 대사에게 전화를 하였다. 문 대사는 미국 등 주로 선진국에서 근무하다 자원하여 험지인 이라크에 자원하여 근무하는 엘리트 외교관이었다. 그는 또한 외교에서 공적개발원조(ODA)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전쟁 중인 이라크에 일하러 오는 KOICA 인력을 나보다도 더 따뜻하게 맞이하고 격려해 주었다. 그는 이라크 근무를 마치고 워싱톤 대사관, 외교부 미주국장, 대통령 외교비서관 등을 거치고 체코 대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나는 문 대사에게 유라시아 평화 마라톤의 의의와 중요성 그리고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주재국 대사로서 세계평화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하여 남다른 힘든 일을 스스로 수행하며 그곳에 도착하는 아국인을 식사 한번 하면서 격려하고 안전을 당부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러자 문 대사는 응당 그래야 마땅한데, 마침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겸한 국경일 행사 준비로 너무 바쁘다는 거였다. 나는 차라도 한잔 하면서 격려를 부탁한다고 마무리 하였다. 더 이상 강하게 권유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여러 나라에서 대사관 근무를 한 나였기에 국경일 행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더구나 2017년 행사는 우리 정부의 주요 시책인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행사를 겸하고 있다지 않은가?

 

그러나 그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사려가 깊고 훌륭한 외교관이었다. 그는 사력을 다해 하루에 마라톤 풀 코스를 수레에 생필품을 싣고 밀며 달리며 세계를 향해 평화통일을 위해 뛰는 한국인을 대사로서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는 평화마라토너를 위로하고 안전을 당부할 생각으로 그를 점심에 초대하였다. 그리고 그와 식사하면서 문승현 대사는 강명구 평화마라토너의 신념과 유라시아 평화마라톤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래서 문 대사는 평화마라토너에게 저녁에 있을 국경일행사에 초대하였다. 그 행사장에는 체코 고위 인사와 프라하에 주재하는 각국 외교단 500여명이 모인 자리였다. 모두가 정장 차림이었으나 평화마라토너는 운동복에 빨간 바람막이 잠바 차림으로 참석하여, 평화마라토너의 의의를 설명하고 한국인이 평화를 사랑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평화통일이 이루어져야 세계 2차 대전이 바르게 종결되는 것이라는 것을 설명하였다.

 

문대사가 평화마라토너를 초대한 것은 올바른 판단이었으며, 평화마라토너는 기대 이상으로 행사장에서 좋은 행동으로 화답한 것이다. 이에 다시 힘을 얻어 강명구 평화마라토너는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중 나머지 15,000km를 평양과 서울을 향해 다시 힘차게 달리게 되었다.

 

3. 체코를 달리며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발바닥으로 연주하는 신세계 교향곡

 

가도가도 이어지는 산마루, 단풍은 길 따라 끝없이 이어지고, 하늘이 맑고 바람도 맑고 햇살 눈부시어 정신이 몽롱하다. 이 길을 따라가면 요정이 살고 있는 황금 궁전의 문이 열려있을 것 같다. 숲길을 꿍꽝꿍꽝 달리면 숲은 사각사각 교성을 쏟아낸다. 이럴 때면 내 달리기는 가학과 피학의 접신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듣노라면 육신의 고통도 기쁨으로 승화된다. 넬라호제베스는 볼타바강 변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해 질 무렵이 다되어서 그 작은 마을에 들어서자 르네상스식 거대한 궁전이 눈에 확연히 들어온다. 만산홍엽(滿山紅葉) 화려한 숲속의 궁전 벨트루시 성이다. 낙엽이 쌓인 볼타바강 변에 지친 발걸음을 멈추니 벨트루시 궁전이 강물에 드리웠다. 고운 가을빛과 어울리는 궁전을 담고 흐르는 물을 잠시 응시한다. 샤워를 하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단식과 기도로 눈만 광채가 나오는 세례 요한과 비슷하다. 숙소로 들어와 아직 조금 남은 김치를 마지막으로 떨어 넣고 햄을 썰어 넣어 끓이는 김치찌개의 뽀글뽀글 끓는 소리가 배고프고 한국 음식에 주린 나그네에게 신세계 교향곡으로 들린다. 저녁을 먹고 나니 성을 담은 강물에 며칠 치 모자란 둥근달이 박혀서 물결 속에서 넘실거린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나뭇가지에 매달려 흔들리는 달이 휘영청 밝다. 가을이 기우는 한밤, 이런 곳에서는 잔잔한 강물에 담긴 보름달같이 둥근 알 수 없는 충만함으로 가득 찬다. 내가 마주 서 있는 건 초저녁 어둠이 품은 휘엉한 달빛, 신선한 강바람이었으나 나는 어느덧 푸르고 시리도록 젊은 날 한 여자 때문에 방황하며 수많은 밤을 지새운 날을 마주 보고 있었다. 고된 여정 중에 어린 시절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날 나는 종로 2가에서부터 힘없는 발걸음을 질질 끌며 끝없이 헤매며 걸었었다. 모든 것을 잃었던 그 날 밤 달은 유난히 하늘에 충만했다. 하늘 가득 찬 영광 같은 충만함이 사랑을 얻지 못한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베토벤은 불멸의 연인을 찾기 위해 평생을 헤매며 걸었다. 그 여정이 그의 음악이었다. 나의 마라톤이 나의 그리움, ‘불멸의 연인을 찾아 나선 여정이다. 달빛을 타고 달빛 소나타가 강물로 흘러드는 것 같다.

 

강변 옆 아담한 숙소 근처에 신세계 교향곡을 작곡한 안톤 드보르작의 생가가 있다. 엊저녁 너무 피곤하여 바로 옆인데도 들르질 못했다. 신세계 교향곡은 아폴로 11호에 실려 우주여행을 한 음악이 되기도 했다. 푸르고 평화로운 볼타바강과 잘 보존된 아름답고 장대한 고성(古城), 사방을 둘러싼 숲을 지나는 나그네의 발길에 어느새 음들이 요정처럼 동행한다. 어느덧 나그네의 발걸음은 천재적 음악가의 미적 감각이 조화를 부린 악보처럼 구성된다. 사실 드보르작은 천재적 음악가는 아니라고 한다. 가을 햇살도 건반 위를 날아다니는 장인의 손가락같이 경쾌하다. 내 발바닥도 가을 대지의 건반 위를 날아다니는 장인의 손가락같이 경쾌하다. 이곳에서는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도 교향곡의 한 소절 같이 들리는 듯하다.

 

숲에는 수백 년도 넘었을 우람하고 키 큰 나무가 서 있었다. 이런 나무는 스스로 물을 빨아올리기 힘이 들어 안개가 수분을 공급해 준다는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들은 것 같다. 안개를 먹고 자란 나무는 신령한 기운이 있어 오고가는 사람들이 소원을 빈다고 그랬다. 아마 이 나무 아래서 젊은 드보르작은 뛰어놀며 영감을 얻어 악보를 적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신령한 기운이 있을 것만 같은 나무에 무사한 여정과 세계평화와 우리나라의 평화통일을 빌어본다.

 

무대의 커튼이 올라가며 지휘자의 은은한 손짓이 허공을 휘젓기 시작하면 첼로의 남성적 선율이 사랑을 속삭이듯이 감미롭게 소리의 물결을 일으킨다. 뻐근한 몸을 간신히 일으켜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켠다. 아침 햇살에 어둠이 무대의 커튼 젖혀지듯이 물러날 때 나의 발바닥은 아다지오의 매우 느리게의 속도로 대지의 현을 켠다. 아직 몸이 달구어지지 않았다. 활기찬 발바닥과 만나는 가을 대지는 악기의 공명판처럼 작은 두드림에도 서서히 섬세하게 반응한다. 대지의 반응은 곧 전신을 타고 심장으로 전해진다.

 

 

동이 트기 전 어둠과 한낮의 땡볕 아래 달리면서 휘몰아쳤던 꿈과 희망과 격정들, 사람들과 만나면서 싹텄던 우정과 기쁨, 평화통일의 꿈이 연기처럼 날아갈까 움켜쥐며 달린다. 그 모든 순간의 희열과 열정이 나의 발끝과 대지의 만남으로 울림이 되어 퍼져나간다. 흐르는 강물과 구름, 대지에 떨어지는 낙엽의 소리가 모두 음표가 되어 가슴에 아로새겨진다.

 

서주(序奏)가 끝나면서 그 적막에 가까운 아련한 소리 위로 호른이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 옛 터전 그대로 향기도 좋다. 지금은 사라진 동무들 모여의 음을 연주하고 어느 순간 호른과 플릇이 플로어에서 손을 맞잡고 댄스를 추듯이 소리를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유라시아대륙을 달리는 나와 평화통일을 염원하며 내게 힘을 주는 모든 이는 조금씩 다른 음색의 소리를 내면서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간다. 이때쯤 나는 온몸의 모공이 열리며 우주와 소통하는 감각이 열리고, 발걸음은 경쾌하게 리듬을 타고 앞으로 나간다.

 

그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달리는 발걸음은 크레센도로 빨라진다.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격정적인 포르테의 흥겨움을 발산하면서 달리노라면 정신도 최상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맘때면 심장의 고동 소리가 팀파니의 강렬한 울림으로 연주되어 나오고, 아직도 절정에 다다르려면 멀었지만 고통은 최상에 다다르게 된다. 그 고통의 터널을 잘 견뎌내면 음들은 어느덧 잦아지고 북극곰이 사는 빙하와 같이 순결한 순간이 찾아온다. 삶에도 음악에도 마라톤에도 평화통일의 길에도 고통의 터널을 지나야 비로소 만나는 열락(悅樂)의 세계가 있다.

 

지휘자는 천상에서 날개옷을 입고 노니 듯이 허공에서 음을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누에에서 명주실을 뽑아내듯이 음을 잣아 내고, 어느덧 잉글리쉬 호른 주자의 현란한 손놀림처럼 대지의 음공을 현란한 발바닥으로 두드리며 자연과 대지와 혼연일체가 되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마치 여기서부터는 잉글리쉬 호른의 독주를 연주하듯이 신나게 치고 나아간다. 그리고는 더 이상 합주를 허락하지 않는다. 환상적인 음에 관객들이 숨을 죽이듯 평화마라톤을 응원하는 이들이 나를 숨죽이며 바라본다.

 

연주가 무르익어 가면 음은 음 이상의 것이 되어서 사람의 가슴을 두드린다. 그리곤 블타바강으로 흘러 들어가 강물의 고요 속에 잠긴다. 달리기가 최고조에 이르면 그 순간은 거침없는 무애(無碍)의 참 자유의 공간이 얻게 된다. 육신의 경계를 넘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세계에 들어선다.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어 갈 때 오보에 소리가 시작되어 잉글리쉬 호른 소리와 왈츠를 추듯이 서로 휘감아 흐를 때면 나무 위에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발걸음 소리 위에 얹히고, 그럴 때면 영락없이 삶의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박수갈채 소리가 가슴으로 전해져 온다. 그 지울 수 없는 환상 같은 기쁨과 환희가 언제나 나를 유혹하여 아침 일찍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달리게 만든다.

 

악공의 손이 악기 위에서 자유자재의 음을 만들어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듯이 나의 발바닥은 길 위에서 자유자재로 평화통일의 꿈과 희망의 음표를 만들어낸다. 발바닥은 가을바람에 춤추는 낙엽의 신명을 싣고 달린다. 나와 나의 발바닥 연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데우면서 최고의 피날레를 향하여 달려간다. 평양을 거쳐 광화문까지 앙코르의 연호가 하늘 가득히 메아리치기를 기대하면서. 그 힘찬 피날레는 신록의 계절 마른 나무에 물이 오르는 재생의 숙연한 순간이며, 불가마 속에서 진흙이 명품 도자기로 태어나는 연금술의 순간이요, 강화도령이 대관식을 치르는 장엄한 순간이기도 하다.

 

평화마라톤은 나의 몸이 음표가 되어 고통과 환희의 음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사람들의 가슴 속에 묻혀있는 염원을 모아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고통과 즐거움, 불확실과 확실성 그리고 보수와 진보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 속에서 화해시킨다. 평화는 관악기와 현악기, 타악기를 서로 화해시키고 조화를 이끌어내며 서로 협력하게 하여 찢어진 마음을 기우고 삐뚤어진 인간 정신을 바로 세우는 장엄하고 성스러운 음을 만들어내는 그런 것이다.

 

독일은 무한 질주의 아우토반같이 질주하는 사회인 줄 알았는데 독일을 지나오면서 더 이상 부나 첨단 문명을 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악착같이 부를 축적하려는 사람도 승진에 목을 매는 직장인도 명예에 영혼을 파는 지식인도 흔치 않았다. 그런 것들은 인간 보편적인 가치가 아니라 그곳에서는 선택의 사항에 불과했다. 그들은 조금 불편한 것은 환경친화적이라는 이름으로 즐기게 되었다. 독일에는 미인들이 많지만 패션잡지에서 금방 걸어 나온 듯한 첨단 유행으로 온몸을 휘감은 미인을 보기란 힘들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뽐내고 자신감으로 멋을 더할 뿐이다. 이들은 걸음걸이가 느리고 말이 바쁘지 않다.

 

고속도로의 한복판에 멈춰 서서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자동차에 불과했던 나는 독일을 지나 체코의 들판을 달리는 야생마처럼 자신의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생명이 되었다. 긴 겨울을 준비하며 붉게 물든 나뭇가지 위로 휘감아 부는 돌풍이 최고의 고음을 내면 달리는 발걸음도 절정에 이르게 된다. 음표(音標)들이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듯이 발바닥도 길 위에서 격렬하게 상하운동을 하게 된다. 육체가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거기서 흘러나오는 절정의 인간 정신을 축출하여 씨줄과 날줄로 엮어 나의 삶을 재생시키고, 사람들과 함께 평화통일의 신세계를 가꾸어나가는 것이다.

 

 

 

(20번 째 오스트리아 이야기로 계속)

 

: 송인엽 한국국제협력단(KOICA) 전 소장

 

한국국제협력단(KOICA) 8개국 소장 역임 (영원한 KOICAman)

한국교원대학교, 청주대학교 초빙교수 역임

강명구평화마라톤시민연대 공동대표

한국국제봉사기구 친선대사 겸 자문위원

다문화TV 자문위원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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