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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지진 났다고 수능을 연기해도 되나?

[칼럼] 지진 났다고 수능을 연기해도 되나?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포항지진은 전국을 들쑤셔놓으며 여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로 인식되며 이웃나라 일본이 지진으로 인하여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는 현실을 멀뚱멀뚱 바라보고만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다가 한 번씩 문짝이 덜컹거리는 정도의 미약한 지진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지나갔다. 느끼지도 않고 지나간 지진은 수없이 많았을 테지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작년 9월에 있었던 경주지진은 국민의 경각심을 일으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천년고도 경주에는 온갖 문화재가 집중되어 있으며 원자력발전소까지 있어 후쿠시마 원전이 지진해일로 망가진 사례를 익히 알고 있는 우리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산업발전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원전을 악마라도 되는 양 사갈시하며 원전탈출로 내닫고 있는 현실에서 눈곱만큼이라도 원전에 이상이 생겼다고 하면 벌떼처럼 일어났을 것이 너무나 뻔히 내다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5.8진도의 지진에 내진설계가 완벽한 원전이 흔들릴 수는 없다. 다만 첨성대 다보탑 석가탑과 같은 국보문화재들이 행여 피해를 입었을까 많은 걱정을 했지만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한숨을 놨다. 그런 와중에 포항이 터진 것이다. 경주와 포항은 지근거리여서 경주지진이 포항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나온다. 포항은 5.4진도였지만 지표면 9km밑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15km밑에서 발생한 경주보다 피해강도가 더 심했다.

 

때마침 이란 이라크 접경지대에서 발생한 7.8진도의 대형지진으로 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보도가 계속되는 시점이어서 더 큰 공포감을 줬다. 포항소재 한동대학교는 건물외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통에 수백 명의 학생들이 긴급 대피하는 모습이 TV화면에 그대로 잡혔는데 그 혼란 속에서도 큰 부상자 없이 수습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한동대는 경주지진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지진대피 훈련을 했다고 밝혀 유비무환임을 증명했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는 평소에 학생은 물론 일반국민까지도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행동요령을 주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일본을 배워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포항지진으로 인해서 많은 시민들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흥해체육관 등에서 대피생활을 하고 있다. 흥해면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태생지이며 바로 옆에 청하면은 고 이기택 민주당총재의 고향이다. 근처에는 천년고찰 보경사가 있으며 폭포가 유난히 많은 이름다운 내연산이 자리 잡고 있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하필 이런 고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 때문에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차디찬 체육관 바닥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하는 이재민들의 가슴은 아프고 쓰릴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여 만분의 일이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언제 또다시 닥칠지 모르는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확실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과거 조선시대의 기록만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은 분명하다. 진도 7정도의 강한 지진이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오랜 세월 휴면상태를 유지해 오다가 일본 구마모토 지진 등에 영향을 받아 한국에서도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고 있지 않나 한다는 것이다. 지진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인데 이번에 보면 정부의 대처방법은 매우 미덥지 못하다.

국가대사 중의 대사인 수능시험을 연기한 것은 포항지역으로 한정해야 할 지진피해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켰다. 수능을 연기하더라도 포항지역 학생들의 충격파는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따로 피해학생 구제대책을 세워줘 대학입시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하는 일이다. 포항학생들을 구제한다고 전국학생을 공황에 빠지게 한 것은 누가 책임질 일인가. 2018년 수능응시자는 59만 명이 넘는다. 포항지역 학생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2천~3천 정도로 추산된다. 그들은 지난 1년 동안 11월16일 수능일에 모든 일정을 맞추고 죽느냐 사느냐 하면서 책만 파고들었다.

 

11월15일 오후 2시29분에 지진이 발생한 후에도 정부에서는 “내일 수능은 예정대로 치른다.”고 발표하여 포항학생을 제외한 전국의 학생들은 안심했다. 이에 대하여 포항지역 학생들에 대한 ‘특별배려’를 따로 마련해뒀다고 국민들은 짐작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교육부장관이 TV에 등장하여 “수능시험을 1주일 연기한다.”는 뚱딴지를 내놨다. 5시간 30분 동안 포항대책 하나 못 세우고 뭣을 했기에 우왕좌왕하다가 수능연기라는 폭탄을 내던진단 말인가. 한마디로 무능의 극치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이 극한을 치닫고 있을 때에도 국회의원 총선을 치렀다. 아무리 긴급사태나 비상사태가 발생할지라도 정부가 예정한 국가적 행사는 미뤄선 안 된다. 정부신뢰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지도력을 발휘해야만 빛이 난다. 지진으로 인하여 나라가 무너지는 일은 없다. 그러나 수능연기로 인하여 59만의 수험생과 가족들의 패닉은 나라 전체를 흔드는 인공대지진이다. 일부지역의 피해를 전국의 피해로 확산시킨 아마추어정부의 무능을 개탄하며 이후에라도 이러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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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호남본사 대표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