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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엄무환 칼럼] 여론정치가 패망을 불러올 수 있다

[엄무환 칼럼] 여론정치가 패망을 불러올 수 있다
 

 

 

 

▲엄무환 국장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엄무환 국장] 구약성경 민수기에 보면 이스라엘의 정탐꾼 열두 명이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40일 동안 정탐을 하고 돌아와 백성들 앞에서 보고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열두 명이 똑같이 정탐했는데 열 명과 두 명의 보고내용이 정반대다. 열두 명 모두 하나님이 약속하신 그 땅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지만 그러나 열 명은 그 정탐한 땅을 악평하여 말하기를 “그 땅에 살고 있는 거주민들이 강하고 성읍은 견고하고 심히 클 뿐 아니라 거기엔 아말렉인과 헷인과 여부스인과 아모리인 등이 남방 땅과 산지와 해변과 요단가에 거주하고 살더라. 이들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 네피림 후손인 아낙 자손의 거인들로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았다. 우리가 그 백성을 이기지 못하리라 그들은 우리보다 강하기 때문이다”고 보고를 했다.

 

그러자 이스라엘 모든 백성이 소리를 높여 부르짖으며 밤새도록 통곡하였고 다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며 “우리가 애굽 땅에서 죽었거나 이 광야에서 죽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찌하여 여호와가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칼에 쓰러지게 하려 하는가 우리 처자가 사로잡히리니 애굽으로 돌아가는 것이 낫지 아니하랴 이에 서로 말하되 우리가 한 지휘관을 세우고 애굽으로 돌아가자”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 광경을 본 여호수아와 갈렙 두 정탐꾼이 기가차서 옷을 찢으며 말했다. “우리가 두루 다니며 정탐한 땅은 심히 아름다운 땅이 맞다. 그런데 여호와께서 우리를 기뻐하시면 우리를 그 땅으로 인도하여 들이시고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실 것이다. 이는 과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다만 여호와를 거역하지는 말라 또 그 땅 백성을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은 우리의 먹이라 그들의 보호자는 그들에게서 떠났고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 하시느니라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하지만 한번 들끓어 오른 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세와 아론을 돌로 치려고 짱돌을 들었다. 죽이겠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 때 하나님이 나타나셨다. 국가의 존폐를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하나님이 나타나신 것이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의 반응에 대해 심판의 메시지를 선포하셨다.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며 광야에서 죽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여호수아와 갈렙 두 사람은 그 땅에 들어갈 것이라고 하셨다. 열 명의 지도자들의 보고가 이스라엘 전체 백성을 패망의 길로 내몬 것이다.

 

이와 같은 하나님의 메시지대로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 중 20세 이상된 자들은 단 한 사람도 예외없이 모두 40년 동안 광야에서 살게 되었고 무덤을 팠다. 그리고 이들의 잘못으로 인해 그들의 자녀들이 40년 동안 광야에서 떠돌이생활을 하며 고생을 감수해야 했다.


다수의 여론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의 멸망을 촉발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열 명과 두 명의 보고와 이 보고에 대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선택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여론이 국가를 살리기도 하고 한 시대를 변혁시키기도 하지만 그러나 잘못된 선택을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은 양날의 칼과 같다.

 

1517년 10월31일 독일 비텐베르그대학 정문에 붙여진 95개 조항의 반박문이 중세시대의 흐름을 바꾸었다. 이 반박문이 당시 카톨릭이 유럽을 장악하여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교황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종교개혁의 불길을 지폈다. 새 시대를 연 것이다.


반면에 마오쩌둥이 지배하던 1966년 8월18일 중국 베이징 중심부 톈안먼광장에서 열렸던 100만 인의 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 축하대회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마오 주석 어록』을 손에 들고 붉은 완장을 찬 홍위병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어 “무산계급 문화대혁명 만세”, “마오 주석 만세”를 외친 이 대회는 한 마디로 말해서 마오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펼친 여론정치의 서막이었던 것이다.

 

마오는 홍위병 대표에게 홍위병 휘장을 수여했고, 홍위병 시위대는 톈안먼광장에서 베이징의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 왕부정)으로 이동해 ‘광란의 파괴’를 시작했다. 그 결과 중국의 유서 깊은 전통적인 사적지나 골동품 점, 음식점, 고서점 등 거리의 표지와 상점 간판을 멋대로 뜯어내고 거리 이름을 바꾸었다. 이어 대학교수나 작가, 예술가, 과학자, 종교인, 민주당파의 인사 등 지식인들을 잡아내 ‘우귀사신(牛鬼蛇神)’이라는 팻말을 목에 걸게 하고 거리와 골목에서 조리돌림을 해 모욕을 주는 한편, 그들이 소장하고 있던 책과 자료들도 몰수하여 불살라버리거나 파괴했다. 게다가 저명한 소설가이자 희곡 작가인 라오서(老舍, 노사)가 홍위병의 핍박을 받고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8월과 9월에만 베이징에서 1,772명이 살해되었고, 상하이에서는 704명이 자살하고 534명이 살해되었다고 한다.


2016년 12월의 광화문 촛불집회가 박근혜 정부를 내몰고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여론의 힘이 얼마나 엄청난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가 넘는다고 한다. 국민의 열 명 중 일곱 명이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래선가 문 대통령의 행보에 거침이 없어 보인다.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원하는 인사들은 개의치 않고 자리에 앉히고 있다. 문 대통령의 뜻이 곧 법인 세상이 된 형국이다.

 

문 대통령의 의중엔 여론정치를 펼치려는 복안도 있어 보인다. 이는 소위 운동권 출신들이 가장 잘 사용하는 전술이요 전략이기도 하다. 여론정치 말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손대는 곳이 언론이다. 여론몰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가 언론이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을 세뇌시키는 작업이 전개될 수 있다. 개헌을 통해 동성애 동성혼 등의 거센 파도가 대한민국을 덮을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연방제 국가를 문 대통령의 머리 속에 이미 구상되어 있으며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여론정치를 펼칠 것이라는 시각들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펼치려는 여론정치가 하나님이 약속하신 땅을 목전에 둔 이스라엘 백성이 열 명의 정탐꾼들의 보고를 수용한 나머지 잘못된 여론이 형성됨으로써 그들의 꿈이 수포로 돌아간 것과 같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길 기도한다. 만약 문 대통령이 펼치려는 여론정치가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 약속의 땅 앞에 서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들과 같은 모양새를 나타낼 경우 이는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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