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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큰 교훈을 주고 떠난 정지웅-김지자 부부 교수

[칼럼] 큰 교훈을 주고 떠난 정지웅-김지자 부부 교수

 


▲김진규 본지 전북지부 취재국장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진규 본지 전북지부 취재국장] 사랑하는 부부가 가장 바라는 소원이 있다면 검은 머리 파 뿌리 될 때까지 살다가 한날 한시에 함께 죽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지극한 사랑을 남에게 줄 수 없을뿐더러 뼈까지 같은 땅속에 함께 묻힐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 생각만 해도 감동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는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면서 오손도손 살 수는 있을 것이며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늙어서 한 사람이 병이 들면 건강한 쪽이 간호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나 자신도 그런 입장이 되고 있지나 않은지 목 놓아 울 때도 많았다. 지금도 나처럼 우리 주변에 그런 생활을 하는 부부들이 수없이 많이 목격된다. 친구들끼리 하루를 즐기는 등산 모임을 갖게 되었는데 한쪽이 아프다 보면 간호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 참여하지 못하는 수가 비일비재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나중에는 스스로 탈퇴 아닌 탈퇴를 하기도 한다. 오죽 만나고 싶은 친구들인가. 나이들어 옛날 친구를 만나면 학교생활 중에 일화도 떠오르고 공부를 잘 했네, 웅변을 잘 했네, 노래를 잘 불렀네 하면서 오만가지 얘기들이 너무나 풍성하다.

 

심지어 누가 누구보다 싸움을 잘 했다더라, 누가 더 예쁜 옷을 입었더라는 등 잊고 있었던 얘기가 무궁무진하다. 나중에는 자기 자신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을 친구가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통에 한바탕 큰 웃음바다를 이루기도 한다. 이것이 어찌 보면 늙지 않는 비법이 될 수도 있고 치매를 예방하는 일일 수도 있다. 옆에서 젊은 사람들이 들으면 늙은이들의 수다에 혀를 끌끌거릴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팔팔한 기운을 뽐내는 일이어서 여간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며칠 전 신문에 보도된 정지웅-김지자 부부교수가 59년을 해로한 끝에 같은 날 별세했다는 얘기를 듣고 여러 차례 기사를 되읽었다. 부부가 같은 날에 세상을 하직한다는 것은 어디 소설에서나 들어 봄직한 얘기지 실제가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생전에 알지 못했던 분들의 별세에 새삼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두 분은 우리나라 농촌발전을 위하여 ‘지역사회 개발; 그 이론과 실제’를 함께 펴낼 정도로 연구에 매진한 분들이라고 한다. 남편 정교수는 서울대 농대 명예교수, 아내 김교수는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명에교수로 남편이 쓰러진 지난 12월31일부터 헌신적인 간호를 하다가 1월14일 쓰러진 뒤 숨졌고 남편 역시 6시간 후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부기 한날 한시에 하세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날 함께 떠났다는 것은 이 부박한 세태에 뭔가 느끼게 만든다. 요즘 우리나라 이혼율이 40%를 넘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고 법률적으로 갈라선 것은 아니더라도 졸혼(卒婚)이라는 이름으로 남남처럼 살고있는 부부들도 많은 세상이다. 부부의 사랑이 옛날처럼 끈끈하지 못한 것은 세상 물정의 변화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정지웅-김지자 부부는 참으로 큰 교훈을 주고 떠났다고 생각된다. 배신과 변절이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죽으면서도 함께 간 그들이 남긴 교훈은 남은 이들의 가슴을 깊게 파헤치는 유훈이 아닐까.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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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본지 전북지부 취재국장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