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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칼럼 ] 호헌이냐 개헌이냐

[ 칼럼 ] 호헌이냐 개헌이냐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칼럼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과 국민의 당 그리고 정의당 등 이른바 야 3당이 탄핵안에 합의하고 여당인 새누리당의 비박계 40여명이 이에 동조하기로 내면적인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표결과정에서 이탈표가 없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미 국민의 마음을 떠난 박근혜 대통령을 두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박관용을 비롯한 전직 국회의장, 총리 및 사회 원로급 인사 20여명이 모여 “내년 4월까지 대통령직을 사퇴하라”고 성명을 발표한 직후 더 이상 버틸 명분이 사라진 서청원 등 친박 중진인사 8인이 명예로운 퇴진을 청와대에 건의했다. 여기서 명예로운 퇴진이 무엇인지 그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탄핵으로 파면되는 것보다는 자진사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탄핵이든 자진사퇴든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지만 그 어떤 경우도 ‘명예’는 아니다. 그가 대통령의 특권인 내우외환에 관한 중대범죄가 아닌 한 현직에서 소추되는 일은 없겠지만 직을 내려놓는 순간 최순실 등과 관련한 온갖 부정비리를 몽땅 떠안아야 할 운명이다. 이런 내부적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그의 ‘공범자’들인 최순실 안종범 김종 차은택 등 온갖 혜택을 향수했던 인사들이 검찰에서 모두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지 않은가. 일본을 비롯한 외국의 정치지도자가 부정부패 문제로 말썽이 나면 그를 보좌했던 인물 중에서 키를 쥐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더러 있었다. 대기업의 임원이 검찰의 압수수색이 절정에 달했을 때 총수를 지키기 위해서 자살을 선택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번 롯데 부회장의 안타까운 죽음도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에겐 그런 호위무사도 없다. 모두 대통령이 시켜서 한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입에 혀처럼 갖은 충성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할 때만 ‘대통령 각하’였지 속마음은 제 배 채우는 일에만 광분한 사실을 알게 한다. 비겁한 참모를 둔 지도자는 불행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판단 잘못에 기인한 것이니 수원수구(誰怨誰咎)할 일도 아니다. 대통령이 만기를 친람할 수는 없지만 대승적인 견지에서 넓고 크게 보는 안목 정도는 갖췄어야 하지 않을까. 그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의 실망이 이제는 절망으로 변했고 동정도, 이해도 할 수 없다는 자포자기에 빠졌다. 그러기 때문에 구경삼아서라도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그만두면 정치판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 가장 좋은 일일까. 입 달린 사람은 하나같이 대통령의 불행은 ‘제왕적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한다. 당선되는 순간 모든 것을 혼자서 거머쥔다는 뜻이다. 어떤 정치학자의 발표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직책이 무려 3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법률상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굵직굵직한 자리를 빼놓고는 대부분 장차관 등에게 위임되어 있다. 아래 직책까지도 대통령이 간섭하기로 하면 장차관은 껍데기뿐이어서 하부에 명령과 지시가 먹혀들지 않을 것이며 결국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뻔하다.

 

이번에 드러났지만 문체부의 국장과 과장 인사에 대해서 대통령이 직접 “참 나쁜 사람”이라고 말함으로서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은 최고지도자로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 아니었을까. 이처럼 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을 최순실의 조언(助言)을 들어가며 행사했기 때문에 사단이 벌어진 것이고 이제 제왕적 대통령은 안 된다는 국민여론이 정착한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을 개정하면 된다. 대통령중심제는 이미 그 폐해가 중명되었다. 내각책임제 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이원집정부제도 있지만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상충할 가능성도 많고 특히 한국에서는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옛날 임금님과 동일시하는 풍조가 있어 혼동을 일으킨다. 아무튼 현행헌법을 고치자는 얘기가 나온 지는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척이 안 되는 것은 정치적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요즘 흔히 떠도는 말 중에 “문재인이 대통령 다 된 줄 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제일야당의 최대주주인 그를 현실적으로 인정한 말이다. 따라서 문재인은 현행헌법에 의해서 하루라도 빨리 대선을 치르고 싶다. 개헌을 먼저 하게 되면 자칫 대선이 없어질 수도 있다. 가장 유리한 시점에 대통령부터 당선하고 나서 개헌을 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나는 국회에서 열린 몇 차례의 세미나를 통해서 “대통령으로 당선한 그날부터 제왕적 대통령은 시작되며 권력의 특성상 결코 개헌으로 자신의 권력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설혹 그런 성인군자라 할지라도 참모들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개헌은 불가능해진다”고 단언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이 현실화하는 순간 이 문제는 크게 부각된다. 국가원로들이 제안한 ‘내년 4월 퇴진’은 개헌을 전제로 한 것이다.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헌재로 넘어가 최장 180일을 기다릴 수 있다. 제왕적 대통령이 다시 생기지 않으려면 내각책임제 개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진대 애국심으로 똘똘 뭉쳤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정치지도자들이 개헌을 단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정치변혁기에는 반드시 호헌파와 개헌파가 나뉜다. 옳은 헌법을 지키는 것은 국민의 의무지만 너덜너덜 구멍이 난 현행헌법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 전에 고쳐져야만 되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로는 퇴진과 무관하게 하루라도 개헌을 국회에서 전격적으로 단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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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호남본사 대표 ksk36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