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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한국여성의전화 “여성폭력, 상담 절반 이상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

한국여성의전화 “여성폭력, 상담 절반 이상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

2022년 한국여성의전화 상담통계 분석 결과 발표

 

 

[시사타임즈 = 탁경선 기자]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상담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현 배우자, 전·현 애인 및 데이트 상대자가 전체 상담 건수의 과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전국 여성의전화 부설 상담소는 총 21개소로 통합상담소 9개소, 가정폭력상담소 7개소, 성폭력상담소 5개소이다. 전국 여성의전화 상담소에서 작년 한 해 동안 진행한 총 상담 건수는 41,566건(초기상담 9,026건, 재상담 32,540건)이다.

 

상담통계는 재상담을 제외한 초기상담 중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에 대한 세부 현황을 중심으로, 스토킹 현황에 관련된 부분은 한국여성의전화(본부) 상담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자료제공 = 한국여성의전화 (c)시사타임즈

 

전국의 폭력 피해 있는 초기상담을 피·가해자 관계 유형으로 분석했을 때 전·현 배우자, 전·현 애인 및 데이트 상대자가 전체 상담 건수의 과반을 넘는 53.2%(3,496건)를 차지하였다. 다음으로 부모, 자녀, 친척 등을 포함한 친족이 15.6%(1,027건), 직장 관계자는 8.6%(568건)로 나타났다.

 

그 외 동네 사람, 지인 3.8%(247건), 인터넷(채팅 등) 2.6%(170건), 동급생·선후배 2.1%(135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모르는 사람과 단순 대면인의 경우 각각 2.3%(148건), 2.1%(139건)로 전체 상담 중 4.4%(287건)에 지나지 않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 피해 대부분이 생활 영역을 공유하거나,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신상정보(거주지, 직장 주소 등)를 자세히 알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폭력을 겪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 유형별 세부 현황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피해 유형별 현황과 2차 피해는 산출방식이 다른 3개 지부를 제외한 18개 지부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18개 지부의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 상담은 총 5,655건 이고, 이 중 친밀한 관계 내 파트너에 의해 발생한 상담 사례는 2,919건이다. 친밀한 관계 내 파트너에 의해 발생한 상담 사례는 전체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 상담 중 51.6%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을 피해 유형으로 분석했을 때 신체적 폭력 73%(2,130건), 정서적 폭력 62.7%(1,830건), 성적 폭력 14.7%(429건), 경제적 폭력 16%(466건) 순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폭력 2,130건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손발로 구타 47.1%(1,003건), 당기거나 밀침 23.0%(490건), 물건 던짐 19.9%(423건), 힘으로 제압 16.1%(342건), 목 조름 10.8%(230건), 흉기로 위협 9.2%(195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폭력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폭언·멸시·욕설 75.6%(1,383건) 이었다. 그 뒤를 이어 위협 33.8%(619건), 협박 30.3%(554건), 공포감 조성 30.1%(550건), 피해자에게 잘못을 돌림 19.3%(362건), 무시 14.3%(261건), 반복적 연락·찾아오기 10.4%(191건) 순서로 나타났다.

 

친밀한 관계 내 성적 폭력 피해 유형 429건 중 가장 많은 건수가 집계된 유형은 성추행으로 72.7%(312건) 로 나타났다. 그 뒤는 강간(유사·준 강간 포함) 57.1%(285건), 성적 모욕·비난 29.6%(127건), 성관계 강요 29.6%(127건), 카메라 등 이용촬영 23.5%(101건) 순이었다.

 

경제적 폭력 피해 유형 중에는 생활비를 내지 않거나 통제 하는 행위가 85.2%(397건)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그 뒤는 경제력이 없다고 멸시하는 행위 16.5%(77건), 갈취 9.7%(45건), 지출 의심 8.8%(41건), 지불 강요 7.3%(34건) 순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인정되지 않는 친밀한 관계 내 성폭력

 

전국지부의 전체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 6,567건 중에는 성폭력이 49.1%(3,227건)로 절반 정도의 비율을 보였으나, 친밀한 관계 내 폭력 피해 유형 중 성폭력의 비율은 14.7%(429건)으로 그 비율의 차이를 보였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친밀한 관계 내에서 일어나는 동의 없는 성적 행위를 성폭력으로 바라보지 않는 강력한 사회적 통념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면서 “또한 수사·사법기관 역시 잘못된 통념을 그대로 받아들여 친밀한 관계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범죄로 처벌하려 하지 않는다. 여성폭력의 맥락을 제대로 읽지 않으려 하는 사회 환경에서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행위를 성폭력으로 인정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 혼란을 겪고, 자신의 겪은 일을 외부로 알리지 못한다”고 알렸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좌절시키는 2차 피해와 가해자의 역고소도 상당수였다.

 

전국 지부 상담 건수 중 2차 피해가 있는 상담사례는 1,284건이었으며, 경찰이 38.5%(494건)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가해자 가족·주변인 28.8%(370건). 피해자 가족·주변인 19.0%(244건)로 나타났다. 이외 법원 1.7%(22건), 학교 1.7%(22건) 등이 확인되었다. 피해자들은 상담소를 통해 경찰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되는 제도권 내의 2차 피해에 대해 호소했다. 가해자 가족·주변인에 의한 2차 피해도 28.8%(370건)로 높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가해자의 가족들은 피해자를 찾아와 합의를 종용하거나, ‘너도 잘못한 것이 있지 않냐’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해자의 지인들이 피해자에 대한 비방을 SNS에 지속적으로 올려 피해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기도 하였다.

 

친밀한 관계 내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스토킹 범죄

 

스토킹 상담 건수는 2021년 169건(15.5%)과 2022년 188건(16.8%)으로 2년 연속 전체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의 약 15%를 넘는 비율을 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피·가해자 관계를 바탕으로 스토킹 상담 건수를 분석했을 때 가장 많은 관계 유형은 (전)애인·데이트 상대자이며 35.1%(66건)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전)배우자 14.4%(27건), 친족 11.7%(22건) 이 차지했고, 이 외에는 직장 관계자 11.2%(21건) 순으로 확인되었다. 스토킹 범죄에 있어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 관계에서 일어나는 경우는 49.5%(93건)로 전체 상담 건수의 절반을 차지했다. 관계 유형을 피해자들이 생활반경에서 밀접하게 접하는 친족 11.7% (22건), 직장 관계자 11.2%(21건)로 확대하면 평소 아는 사이인 가해자에 의해 발생한 스토킹 비율은 72.4%까지 확대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해결,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2022년 한국여성의전화 전국 지부의 상담통계를 보면 친밀한 관계 내 파트너에서 발생한 폭력은 전체 상담의 53.2%에 달한다. 손발로 구타, 목조름, 흉기로 위협 등 신체적 폭력을 호소한 상담은 73%이며, 통제와 강압을 동반하는 다양한 형태의 정서적 폭력도 62.7%로 나타나 대부분의 여성폭력 피해자들이 신체적 폭력과 정서적 폭력을 동반한 중첩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친밀한 관계 내의 동의 없는 성적 행위를 성폭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로 피해자들이 피해 상황을 외부에 알리고, 법적 절차를 밟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되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제는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여 피해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는데 두려워하지 않고, 일상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할 때이다”면서 “이를 위해 국가는 피해자가 사건 발생 직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피·가해자 분리 및 신변 보호에 대해 적극 조치하고,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안전한 주거 환경, 자립을 위한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등 피해자가 일상을 만들어 나갈 때 필요한 복합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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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경선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