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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93)]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

[책을 읽읍시다 (1393)]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 

이선 저 | CABINET | 380| 13,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라비다 행성에서는 본래 농작물이 저절로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라비다 행성이 행성감기에 걸려버렸고 농작물은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된다. 설익은 농작물, 딱딱해진 농작물 등으로 인해 라비다 행성에는 식량 부족 사태가 벌어진다. 라비다인들은 식량 소비를 줄이기 위해 하나의 육체를 여럿이서 나눠 쓰기로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고 다른 대책이 필요해졌다.

 

라비다 행성의 농업사령관인 띵은 오랫동안 지구의 TV프로그램을 시청해왔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농사의 전설이다. 양동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서로 잘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띵은 이들에게 농사 비법을 전수받아, 라비다 행성의 식량난을 해결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라비다 행성으로 지구인들을 모셔 아니 납치해왔는데 이게 웬일. 지구인들은 자신들은 배우이지 농업전문가가 아니라고 한다. 연기만 했을 뿐 실제 농사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는 지구인들. 띵은 난감하기만 하다. 이미 많은 예산이 투자된 만큼, 지구인들의 직업이 무엇이든 무조건 농사를 성공시켜야만 한다.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풍자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처음 작품을 접할 때는 당황스러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 흐르듯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작가 특유의 개그코드와 문체에 마음이 동한다. 그때부터는 작품에 훨씬 더 몰입하게 돼 이것의 의미는 뭐지?’, ‘이런 사회문제를 풍자한 것은 없나?’ 라며 찾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간질간질해진다. 작품 곳곳에 인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가득 묻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수자를 대하는 태도는 더없이 따뜻하다. 그들을 결코 동정하지 않으며, 하나의 주체로 온전히 존중하고 있다. 서로에게 편견 없이 대하는 캐릭터들은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모든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대하는 작가를 통해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 하고, 현재의 행복은 물론 미래의 행복까지 바라는 작가의 간절함이 새삼 낯설게도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이토록 애정 어린 응원을 받은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 정도.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의 메인 배경인 라비다 행성은 신비롭고 유토피아적인 공간이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와는 다른 모습에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라비다 행성 안으로 들어가 보면 지구와 다를 것 없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식량 문제, 육식과 채식, 세대 간 갈등, 미디어의 역할, 타인을 대하는 태도, 전쟁 등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가 지구의 현대 사회와 꼭 닮았다.

 

이러한 라비다 행성의 갈등을 지구인들이 해결한다. 다른 행성으로 납치된 문제투성이 지구인들이 의도를 가지고, 혹은 우연히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이 역설적 구조에서 작가는 현대 사회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을 풀어낸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기존 가치관을 강화시켜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가치관과 정반대일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흘러가듯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떠한 방향으로도 강요하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매끄럽게 풀어내, 단지 이 작품에서는 이러하니 그것을 즐기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뿐이다.

 

 

작가 이선 소개


할란 엘리슨에게 환호하며, 우주만화를 쓰고 싶고, 코니 윌리스가 되고 싶고, 알베르 카뮈를 사랑하며 박완서를 존경한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보트 위의 세 남자를, 열이 나는 날에는 마의 산을 읽는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기대하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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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