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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03)] 리틀 브라더

 

리틀 브라더

저자
코리 닥터로우 지음
출판사
아작 | 2015-10-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게임 좋아하는 열일곱 살 소년의 유쾌한 모험 활극 소년이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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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803)] 리틀 브라더

코리 닥터로우 저 | 최세진 역 | 아작 | 507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학교 전산망 해킹이 주특기이고 수업 땡땡이가 취미인 삐딱한 열일곱 살 소년 마커스 얄로우. 우연히 게임을 하던 중 친구들과 함께 테러 용의자가 되고 국가기관으로부터 갖은 고초를 당하고 감시까지 받게 된 소년은 이에 맞서 한판 유쾌한 싸움을 벌인다.


이 소설은 매우 흡입력 있게도 십대 남성 주인공 일인칭 시점으로 시작되며 시종일관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소설의 내용을 매우 단순하게 요약한다면 한 명의 ‘소년’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라 볼 수 있다.


소설은 샌프란시스코 폭탄 테러 사건에서부터 요동친다. 테러 이후의 비상정국을 핑계로 한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DHS)의 인권침해와 기본권 위협이 바로 이 ‘세상’에 새로이 발생한 문제다. 국토안보부는 2001년 저 유명한 9.11테러 이후 미국 행정부 내의 각 부처에 분산된 대 테러기능을 통합하여 2002년 출범한 그 단체다. 22개 정부조직을 통합해 전체 인원 17만 명에, 예산을 400억 달러나 쓴다는 이 단체가 소설 속에서 ‘소년’의 ‘주적’으로 설정된다.


이 소설에서 국토안보부는 특정 소수에 대해 불법적 인신구속과 고문을 자행하고 불특정 다수에 대해선 광범위한 인터넷 검열과 정보기기를 활용한 사생활 정보 수집 그리고 수집된 정보를 활용한 불심검문 등을 시행한다. 테러 직후 국토안보부에 억류됐다 풀려난 소년은 ‘특정 소수’로서 그들에 대해 분노하고 ‘불특정 다수’의 권익을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일은 꼬여만 간다. 체제의 감시와 검열을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온라인에서 전파하지만 새로운 탈주방법이 생기면 더욱 강력한 통제의 방식이 다가온다. 소년의 사정을 정확히 모르는 부모님조차 그의 편이 아니다. 결국 이 경쾌한 소설에서 소년은 승리를 거두고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치닫지만 그를 위한 지난한 과정은 현실사회에서 우리의 저항이 얼마나 견고한 덫에 걸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2008년에 나온 이 소설은 미국 사회의 관점에서는 ‘근미래 SF’이며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소설 내용은 애초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반전된 미국 사회의 분위기에서 나온 상상력이 한국 사회에선 ‘오래된 현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감시사회’가 디스토피아적 전망이었다면 한국에서는 벗어던져야 할 구습이었다. 정부 수립과 전쟁 이후 북한이라는 ‘주적’에 의해 규정된 대한민국은 애초부터 ‘영원히 바뀐 세상’ 속에서 폭력적으로 구성원들을 대했고 그 체제에서 차츰 벗어나는 중이었다. 그러나 민주정부 10년 이후 돌아온 보수정부의 시대에서 ‘감시사회로부터의 탈피’는 일종의 역주행 페달을 밟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세상’의 조류가 앞서 나가기는커녕 한국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더욱 우울한 사실이다.


소년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가 그토록 많이 범람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소년들은 세상을 구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웃자란 소년, 그리고 다 자란 청년들은 현실세계에서 그러한 소명을 받을 길이 없다는 걸 알기에 그 거대한 이야기를 찾아 각자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에 탐닉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게임을 즐기는 청년들이나 게임개발자들에 대한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하지만 『리틀 브라더』의 세상에서 게임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매체이면서 온라인세상에서의 경쟁력을 키우는 도구다. 주인공 마커스는 대체현실게임(ARG, Alternate Reality Game)과 실제액션롤플레잉 게임(Live Action Role Playing Game)을 즐겼다. 그는 일상생활에서도 학교의 감시를 피하고 게임을 즐기기 위해 보안을 뚫거나 안전한 암호를 만드는 문제에 탐닉했는데 이는 그가 국토안보부에 대항할 때 유용한 지식이 되었다.


『리틀 브라더』는 기본적으로 디스토피아 소설이지만 희망을 주는 부분도 없지 않다. 우리는 정보기술 발달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상상할 때 시민들이 거기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 거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부터 여러 감시체계를 무력화시키는 마커스와 그의 친구들의 행동을 보면 기술진보가 감시체계를 강화할지라도 그 기술에 익숙한 세대는 거기에서 쉽게 구멍을 찾아내리라는 낙관적 전망을 얻게 된다. “걸핏하면 다운되어서 마흔 살 이하 젊은이들이라면 결코 자발적으로는 사용하지 않을 마이크로소프트의 똥덩어리”(p35)를 욕하는 세대의 감수성은 ‘게임하는 젊은이들이 세상을 구원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하여 엑스박스를 활용하여 엑스넷이란 ‘혁명의 진지’를 구축하기 전에 마커스는 “돈은 없지만 시간은 남아도는 아이들의 능력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마라”(p121)라며 선언하는 것이다.



작가 코리 닥터로우 소개


캐나다 출신 괴짜 작가로, 자유 저작권 운동가이자 ‘비타협적인 활동가’로 유명하다. 4개의 대학을 다녔지만 졸업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이 책 속에도 등장하는 인터넷의 자유를 위해 힘쓰는 시민단체 전자프런티어재단(EFF)에서 오래 활동해왔고 ‘테크노라티’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블로그’인 ‘보잉보잉’의 공동 편집자이기도 하다. 월간 방문자가 평균 3백만 명을 넘는 ‘보잉보잉’은 매년 접속자수와 이용률, 지명도에 따라 선정하는 세계 블로그 순위에서 10위 아래로 내려온 적이 없다.


코리 닥터로우는 표현의 자유와 저작물의 자유로운 사용, 프라이버시 보호, 정보 투명성 등에 관한 칼럼과 에세이를 ‘가디언’ 등 각종 매체에 활발히 기고하고 있는데, 한국에는 이제야 처음 소개되지만, 2000년 초반부터 꾸준히 과학소설을 발표해왔다. 그동안 로커스상 세 번, 존 W 캠벨상 두 번, 그리고 프로메테우스상을 세 번이나 수상하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제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화제를 몰고 다니고 있다. 특히 한 해에 발표된 SF 중 최고의 논쟁적인 작품을 선정해서 수상하는 프로메테우스상은 현재 최다 수상자로 기록되어 있다.


『리틀 브라더』와 후속작 『Homeland』, 프로메테우스상을 연이어 수상한 『Pirate Cinema』 외에도 『Makers』 『Wastelands』 『For the Win』 등 많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26살로 요절한 천재 해커 애런 슈워츠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누가 애런 슈워츠를 죽였는가?’(2014)에 출연하기도 했다. 3D 인형 제작사인 매키랩의 창설자이자 CEO인 앨리스 테일러와 2008년 결혼해 딸 하나를 두었고, 2015년 가을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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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